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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근황 27 - 러닝화 고르는 법, 그리고 다른 장비들 본문

잡走나부랭이

달리기 근황 27 - 러닝화 고르는 법, 그리고 다른 장비들

Dog君 2022. 10. 1. 11:00

  예전에 미드 풋 스트라이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사실 내 블로그는 (아무래도 내 직업상) 책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데 정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는 글은 그 글이다;; 나는 달리기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보통 동네 아재 러너인데, 왜 그 글을 그렇게들 읽으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뭐 암튼. (그만큼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다는 뜻이겠지...)

 

  그래도 나이키런클럽에서 블랙레벨 정도면 경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 혹시라도 정보와 경험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계신 분께 도움이 될까 해서 한 가지 글을 더 써볼까 싶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운동화(러닝화).

 

 

 

 

 

 

 

 

  달리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아이템을 꼽자면 단연 운동화(러닝화)다. 장비타령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조차도 운동화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화는 중요하다. 그래서 운동화(러닝화)에 대한 내 경험을 몇 가지 말씀드려볼까 싶다.

 

  늘 그렇듯이 이번 글도 순전히 내 경험에 의해 쓰여진 글이니 과학적 근거나 그런건 전혀 없는 순수 뇌피셜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고.

 

 

 

 

 

 

 

 

1. 달리기를 이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러닝화 안 사도 된다.

 

  사실 달리기라는 거, 굉장히 빡센 운동이다. 단위시간당 열량소모가 가장 크고 관절과 근육에도 무리가 많이 간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즉, 자기 몸 상태와 성격 등에 따라 호오가 갈릴 수 있다는 거고, 이 운동이 당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확신하기도 어렵다는 거다.

 

  내가 이 운동을 얼마나 오래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러닝화부터 살 필요는 없다.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했거나, 달리기를 해볼까, 하는 정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굳이 러닝화를 사지 않아도 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집에 있는 운동화로도 충분하다. 등산화 같은 거야 무거우니까 당연히 안 되겠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편하게 신는 운동화도 충분하다.

 

  심지어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 몇 달은 집에 있는 낡은 컨버스화로도 아무 문제 없었다. 물론 이건 다소 극단적인 경우이므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당장 의심이 들거다. 아니, 달리기하면 무릎관절 나간다는데, 제대로 된 신발이 없어도 괜찮다고?

 

 

 

 

 

  ㅇㅇ 당연히, 물론, 당근빠따, 괜찮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무릎관절이 나갈 정도로 뛸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만약에, 운동화를 신고 1~2km 정도만 뛰었는데도 무릎관절이 아프다, 그러면 그건 러닝화가 없는게 문제가 아니라 달리기 자세가 잘못됐거나 (무릎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달리기에 대해서는 미드 풋 스트라이크를 다룬 예전 글 참조.) 페이스가 과한 거다. 그럴 땐 운동화를 알아볼게 아니라 거리와 속도를 줄여야 한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의지와 습관, 즐거움 같은 것들이지 좋은 러닝화가 아니다. 매일의 일상에 치어사는 우리로서는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더욱이 그게 초고강도 운동인 달리기라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하루이틀 뛰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그토록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은 나에게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먼저다. 살을 빼건 체력을 기르건 다 좋으니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달리다가 숨이 차고 땀이 흘러 옷이 젖을 때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먼저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가 습관이 되는 때가 온다. 누가 안 시켜도 달리고 싶은 때가 온다. 1주일에 2~3회 정도 뛰지 않으면 괜히 좀이 쑤시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때가 온단 말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1~3km 정도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고 1주일에 2~3회 정도 뛰어도 지겹지 않을 때 운동화를 사도 늦지 않다. 물론 저 기준에 꼭 맞출 필요도 없다. 달리기를 꾸준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2~3일 정도 지속될 때 (순간적인 확신 말고) 러닝화를 사러 가도 충분하다.

 

 

 

 

 

 

2. 어떤 러닝화를 살까.

 

  달리기에 좋은 운동화를 찾으려고 포털에서 '러닝화 추천' 등으로 검색해보면 진짜 많은 정보들이 쏟아질 거다. 진짜 너무 많다. 무슨 뭐, 내전/외전이 어떻고 미드솔이 저떻고 하는 전문용어들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거릴텐데, 내 경험상 이런 글들은 전부 다 잊어버려도 좋다. 다 필요없는 말들이다. 그런 것들을 나중에 내공이 한참 쌓인 뒤에 알아도 아무 문제 없다. 이제 막 산수를 시작한 사람에게 고차원방정식부터 들이미는 꼴이다.

 

 

 

  이거 하나만 기억하자.

 

  처음 러닝화를 고르는 당신은 반드시 실패할 거라는 사실.

 

  글타. 우리의 운동화 선택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어떤 러닝화가 나에게 좋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느님이 아닌 이상 모른다. 사람마다 신체조건과 습관 등등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내 신체와 습관에 딱 맞는 러닝화를 고르는게 진짜 초초초초초대박으로 어렵다. 그걸 단박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어어어어어어어의 없다. (한번에 성공했다면 그게 바로 로또 맞은 거다.)

 

  나에게 맞는 러닝화를 어떻게 고르는 방법, 그거 따로 왕도가 없다. 시행착오를 겪는 수밖에 없다. (자기의 달리기를 최첨단초미세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초심자인 우리가 그렇게까지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잖아?)

 

  자,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을 거라고 전제해놓으면 러닝화를 고르는 기준이 좀 달라질 거다.

 

  처음 러닝화를 살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알려드리자면 이렇다.

 

 

 

 

 

 

2-1. 러닝화 고를 때 주의할 점 1 : 반드시 오프라인 매장에 갈 것.

 

  자기 발 사이즈만 맞춰서, 사용자 후기 보고, 온라인에서 그림만 보고 사면 절대 안 된다. 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대 안 된다. 이렇게 하면 안 겪어도 될 시행착오를 괜히 한 번 더 겪는 거다.

 

  러닝화는 무조건 직접 신어보고 사야 된다. 무조건이다. 러닝화는 직접 신어봤을 때의 느낌을 기준으로 고르는 거다. 가격이나 브랜드 같은 것은 나중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몸이다.

 

  잘 모르겠으면 점원한테 물어보면 된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전문 스포츠 브랜드 매장의 러닝화 코너에 가서 자기 달리기 경력과 수준을 얘기해주면 점원이 적절한 수준으로 골라줄 거다. (단, ABC마트 같은 대형 신발 매장은 안 된다. 거기 계신 분들은 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르신다...)

 

  점원한테 골라달라고 했다가 바가지 쓸 것 같아 불안하다고? 걱정마시라. 그래봐야 몇만원이다. 러닝화 그거 신고 짧으면 몇백km, 길면 그 이상도 달려야 하는데 돈 몇 만원 더 주고 더 나은 신발로 고를 수 있다면 그냥 그걸로 하시는게 좋다. 즉, 내 발에 맞는 신발이라고 생각되면 돈 몇 만원을 아까워하지는 마시라.

 

 

 

 

 

 

2-2. 러닝화 고를 때 주의할 점 2 : 쿠션이 좋을 것. (주의: 매우 주관적인 기준임.)

 

  그러면 신발을 신었을 때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이건 전적으로 나의 기준이다.) 초보에게 중요한 것은 역시 쿠션이라고 생각한다.

 

  구두나 컨버스 정도만 신다가 러닝화를 처음 딱 신으면 바닥이 굉장히 두껍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키높이 느낌?) 바닥이 두꺼울 것이다. 그런데 이건 거의 모든 러닝화가 다 그렇다. 특히 장거리용은 100% 이렇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더 고려해야 할 것은 쿠션이다. 개인적으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쿠션이 좋아서 걸을 때 발이 저절로 바닥에서 튕겨오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쿠션을 고른다. 이걸 약간 전문적으로 표현해서 "반발력이 좋다"라고들 하는데, 나에게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 바닥이 두꺼운 것은 기본이고 처음 신었을 때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반발력이 좋아야 한다.

 

 

 

  단지 바닥이 두껍고 딱딱하기만 하면 하체에 가해지는 충격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조금만 뛰어도 곧장 신스플린트(shin splint)가 온다. (신스플린트에 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물론 내 달리기 자세에도 어느 정도 원인이 있겠지만, 러닝화로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스프린터용'이라고 된 러닝화는 일단 피하는게 좋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달리기 자세가 안 좋을 확률이 거의 100%다. 보폭은 너무 넓고 관절은 뻣뻣하며 상체도 많이 흔들릴 것이 확실하다. 그런 식으로 달리면 내 체중만큼의 충격이 최소 수천번씩 하체에 전달된다. 우리 몸뚱아리가 캡틴아메리카의 강화신체가 아닌 이상 그런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리 없다. 달리기 좀 하시는 분들이 미드풋 미드풋 노래를 부르고 코어근육 강화하라고 수시로 말씀하시는게 다 그런 것들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달리기를 이제 막 시작한 신생아라는 거다. 하루하루 달리는 의지가 있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 우리 같은 장삼이사에게 좋은 달리기 자세와 단단한 코어근육 같은 것이 갖춰져 있을리가 없다. (물론 매우 낮은 확률로 그런 것을 타고난 재능러들이 있긴 하더라...) 그럴 때 쿠션이 넉넉한, 즉 반발력이 좋은 운동화가 약간 도움이 된다. 그러면 자세가 덜 좋아도 몸에 가해지는 하중을 신발이 어느 정도는 받아낼 수 있으니까.

 

  다만 여기서 두 가지는 꼭 기억해야 한다.

 

  첫째, 쿠션이 좋으면 대체로 비싸다는 것.

 

  둘째, 달리기 자세가 엉망이어도 된다는게 절대 아니라는 것.

 

  특히 두번째는 언제나 마음 한켠에 담아두는 것이 좋다. 달리기가 어느 정도 몸에 익고 재미가 붙었다 싶었을 때도 좋고, 페이스를 조금씩 올리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에 통증이 너무 심하게 커진다 싶을 때도 좋으니 달리기 자세는 언제든 한 번 정도는 꼭 다듬을 필요가 있다.

 

  (물론 바닥이 딱딱하다고 해서 나쁜 러닝화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쪽이 더 맞을 수도 있고, 고급자 및 선수용 러닝화의 경우 딱딱한 경우가 훨씬 많은 걸로 알고 있다.)

 

 

 

 

 

 

2-3. 러닝화 고를 때 주의할 점 3 : 기왕이면 예쁜 것.

 

  문제는 러닝화가 내 발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그걸 신고 뛰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거다. 적어도 너댓번은 뛰어봐야 알 수 있다. 운이 좋게 내 발에 잘 맞는 것을 골랐으면 다행인데, 이걸 처음 한 번에 골라내기가 참 어렵다. 너댓번 정도 뛰고 나면 이미 신발은 중고가 되어버렸으니 내 발에 안 맞다고 이걸 내다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나에게 안 맞는 러닝화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이 실패한 러닝화는 내가 평상시에 신는 신발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 사는 러닝화는, 같은 조건이면 예쁜 것을 사야 한다. 러닝화라고 사기는 하지만 러닝화의 기능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꽤 높으니 같은 값이면 평상시에도 신고 다닐 수 있게 어느 정도는 예뻐야 한다는 거다. 운동할 때는 예쁘고 말고 하나도 안 중요하지만, 평상시에 신고 다닐 거면 어느 정도는 예뻐야지 않겠나.

 

 

 

 

 

 

3.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장비

 

  블로그나 SNS의 고약한 점 중 하나가 자꾸 장비병을 부추기는 것이다. 인플루언서인지 셀럽인지 하는 사람들이 자꾸 막 이거 필요하다, 저거 사라, 그거 예쁘지 않냐, 뭐 그런 소리들로 도배를 해놓는다. 마치 그런 것들만 있으면 너도나도 킵초게처럼 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계속 강조하는데, 그런 말들은 제발 그냥 무시하시라. 다 돈지랄이다.

 

  물론 달리기를 할 때 여러 아이템들이 필요한 건 맞다. 근데 달리기란, 100명의 러너가 있으면 100가지의 달리기가 있다. 정해진 테크트리가 있는게 아니다. 나의 달리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나에게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하나씩 사면서, 즉 자기 테크트리에 맞춰서 하나씩 아이템을 갖추면 된다는 거다.

 

  모자부터 양말까지 스포츠용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내 몸에 맞고 내 몸이 필요로 하며 내가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충분하다. 기능성이 어쩌고 스포츠과학이 저쩌고 하지만 그건 존나 초고수한테나 필요한거고 우리 같은 장삼이사에게는 마트에서 산 모자와 목늘어난 티셔츠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내가 계속 강조하잖아.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건 뭐라고? 비싸고 좋은 아이템이 아니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의지와 습관, 즐거움 같은 것들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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