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메타 페이스북 (스티븐 레비, 부키, 2022.) 본문
탕수육은 그렇게 트렌드에 밝은 편이 못됩니다. 남들은 PPT와 프레지로 화려하게 발표를 하던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도 꿋꿋이 워드로 만든 종이유인물로 발표자료를 돌렸으니 말 다했죠. (심지어 편집도 없이 바탕글 그대로...)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이 글도 SNS에 쓰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코 SNS를 잘 이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그저 글을 쓰고 내보일 공간이 마땅찮아서 SNS에 이렇게 쓰고 있을 뿐, SNS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는 초보 수준입니다. 그렇게나 SNS에 어두운 탕수육도 어쭙잖게나마 역사학의 언저리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역사학 역시 미디어에 대해서 보수적이기 때문일겁니다. ㅎㅎㅎ
그런데 그게 마냥 웃고 넘길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런 보수성은 역사학이 독서시장에서 지금처럼 찬밥 신세인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영상언어(유튜브 등)와 짧은언어(SNS)가 텍스트를 압도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깊고 치밀한 논증을 미덕으로 삼는 역사학은 좀체 적응을 못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역사학의 호소는 의외로 간절해보이지 않습니다. 인문학은 위기입니다, 인문학을 사랑합시다, 인문학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지적으로 부지런해집시다... 정도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호소를 못 벗어나고 있지요. 이러한 호소는 여러 형태를 띄고 있지만 대체로 작금의 미디어 환경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입니다. 하지만 탕수육은 영상언어와 짧은언어로 대변되는 작금의 미디어 환경을, 일종의 '조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쪽입니다. 학문의 힘으로 바꿔내야 할 병리적인 세태가 아니라, 학문이 적응해야 할 환경이라고 본다는 말입니다.
페이스북이 기존의 SNS와 가장 크게 구분되는 것은 담벼락과 뉴스피드입니다. 예전 싸이월드처럼 굳이 타인의 공간(미니홈피)을 일일이 방문(파도타기)하지 않아도 '친구'의 소식을 모아서 보여준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꽤 혁명적인 시도였습니다. 또한 서드파티 앱과 타 사이트와의 연계에 매우 개방적이었기에 페이스북은 단순한 인명록facebook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을 공유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기기의 급속한 보급과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 등의 기반이 갖춰지면서 페이스북의 위상은 급속히 높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방식도 페이스북에 맞춰 변화된 느낌이 있습니다. 우선, 뉴스피드란 기본적으로 시간의 역순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시간과 인과에 대한 우리의 질서감각을 흐트립니다. (물론 좀 더 정확하게는 페이스북의 의도적인 알고리즘에 맞춰 배열된다고 해야겠습니다만...) 그리고 정보를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최종사용자는 밀려오는 정보 속에서 정보의 취사선택에서 점점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그늘도 짙습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삶에 너무나도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나 개인정보의 불법 유출, 가짜뉴스의 범람 같은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 책의 중후반부에서 이 문제들이 꽤 상세하게 설명되는데요, 한국에서는 이에 관해서 그다지 이야기가 많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꽤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그만큼 또 재미있는 것은 전반부에 소개되는 페이스북 초기의 역사겠지요.)
더 문제적인 것은 가짜뉴스입니다. 인위적인 정보 조작이나 정보 유출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가짜뉴스의 유통은 기술적 방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부터 시작해서,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책에서 묘사되는 바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마크 저커버그)는 가짜뉴스의 범람에 대해 아주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을/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결국 문제는 페이스북(과 각종 SNS)이라는 환경 속에서 개별 사용자 혹은 정보 생산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로 귀결됩니다. 당장 탕수육은 역사학이 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도 각자의 영역에서의 생존방법을 찾아야겠지요.
(...) 엑서터 시절의 컴퓨터 작업 중 저커버그의 미래 업적과 가장 관계 깊은 것은 저커버그가 거의 참여하지 않은 딴 학생의 과제였다.
이 졸업 과제의 이름은 페이스북이었다.
제작자는 4학년생인 크리스 틸러리Kris Tillery였다. 미드웨스트에서 태어난 틸러리는 서아프리카와 나이지리아에서 살았는데 부모가 그를 미국에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었기에 엑서터에서 기숙 생활을 했다. 그는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자인했으며, 학교를 통틀어 명성이 자자했던 댄절로와 저커버그의 재능에는 틀림없이 못 미쳤다. (...)
그렇지만 틸러리는 당시 기술로 무엇을 구현할 수 있는지 꿰뚫어보는 뛰어난 안목이 있었다. (...)
틸러리가 엑서터에서 이룬 진짜 업적은 학생들의 얼굴 사진과 소개가 실린 이른바 '사진 주소록Photo Address Book'을 유연하고 무한접속이 가능한 디지털 세상으로 이식한 일이었다. (...) 그는 학생 사진첩을 이용해 자료를 입수했다. (...)
그리하여 엑서터 페이스북Exeter Facebook이 승인되었으며 틸러리는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한 모든 학생에게 배포했다. 엑서터 페이스북은 끝내주게 유용했다. 이름으로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건 물론이요 다른 정보도 검색할 수 있었다. 전화번호가 실려 있었는데(모든 학생은 기숙사에 유선 전화가 있었다) 엑서터 학생들은 페이스북에서 무작위로 사람을 골라 장난 전화를 하는 놀이를 개발했다.
틸러리는 엑서터를 졸업한 뒤로 페이스북 프로그램에서 손을 뗐다. (...)
현재 남아프리카에서 포도원을 경영하고 있는 틸러리는 마크 저커버그에게 온라인 사진첩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일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 그는 세계적 현상에 작으나마 참여한 것에 뿌듯해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현상이 좋은 것인지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다. "모든 사람이 하루에 거기 쓰는 시간을 전부 더해봐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사회의 유익이나 우리 자신의 건강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고 있지 않은 겁니다. 오늘날 광고와 타기팅으로 수익을 올리는 페이스북 플랫폼의 도덕적 모호함은 우리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크나큰 의문을 제기합니다."
크리스 틸러리는 자신의 맹아적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믿지만, 개인적으로는 2016년경에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그는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77~79쪽.)
그들이 아직 라제니퍼웨이 주택에 있을 때 프로젝트 하나가 완성되었는데, 그 이름은 '담벼락Wall'이었다. 페이스북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여전히 AOL 인스턴트 메신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표현의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정치 이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설령 특정한 정치 이념이 있었다 한들 표현의 자유야말로 그의 신조였다. 그는 자신의 산물이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부여하는 효과적인 수단, 어쩌면 역사적인 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끝없는 내부 토론을 거쳐 페이스북은 실제 소통을 시작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프로필 페이지 한가운데에 일종의 동적 화이트보드를 도입하는 방식이었다. (...)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누군가의 프로필 페이지에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게시물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게시물은 블로그처럼 시간 역순으로 배열되었으며 페이지 중간에 표시되었다. 사람들은 남들의 프로필에 게시물을 달거나 지난밤 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그냥 헛소리를 지껄일 수도 있었다.
이제 사이트의 성격은 인명록에서 더 소통하는 무언가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페이스북은 이른바 '이용자 제작 콘텐츠'를 프로필 정보라는 형태로 이미 구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통의 물꼬가 트이면서 페이스북이 답하지 못할 수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담벼락은 누가 관리하나?" "담벼락은 사람들 소유인가, 페이스북 소유인가"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해야 하나?" 페이스북은 늘 그랬듯 이런 까다로운 문제의 해결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담벼락 기능을 덜컥 내놓았다. 부적절한 게시물을 처리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79~181쪽.)
페이스북의 일부 엔지니어가 오픈레지 구현 작업을 하는 동안 또 다른 팀은 사이트 자체를 새로 만들면서 이제 페이스북의 동의어가 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다. 바로 '뉴스피드News Feed'였다. (...) 뉴스피드는 저커버그가 2005년 여름 할 일 목록에서 제시한 개인 맞춤형 신문이었다. (...)
댄절로와 저커버그는 뉴스피드가 페이스북을 재발명할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 다 페이스북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홈페이지는 버려진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잽싸게 홈페이지를 벗어나 누가 프로필을 업데이트했는지 알아보려고 친구들의 페이지로 갔다. 그런 다음 페이지마다 들어가 열심히 클릭하며 달라진 게 없나 살펴보았다. (...) 댄절로가 말한다. "동시에는 모든 소셜 네트워크가 그런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우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죠. 다들 프로필을 클릭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으니까요."
저커버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뉴스피드였다. 지금은 정보가 프로필에 묻혀 있지만 신문 배달원이 집집마다 현관에 신문을 던지듯 이런 정보를 친구들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방식이었다. 페이스북에서는 뉴스가 말그대로 이용자의 대문front page에 배달되는 셈이었다. 한 가지 방법은 홈페이지에 작은 상자를 배치에 마지막 로그인 이후의 변화(이벤트, 새 친구 등 여러 변동 사항)를 업데이트하는 것이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더 야심 찬 것으로, 뉴스를 시간 역순으로 화면에 죽 이어 보여주는 것이었다. 저커버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195~196쪽.)
'알 수도 있는 사람'의 또 다른 문제들은 미묘하지만 결코 덜 심란하지 않다. (...) 페이스북 초창기 임원 데이브 모린은 '알 수도 있는 사람'이 좋은 이용자 경험을 희생해 회원 수를 끌어올리는 은밀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모린이 말한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을 보여줄 때 그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할지 선택할 수 있죠. 당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 당신의 세상에 들어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사람을 보여줄 수도 있고 페이스북의 가치와 부를 증가시키고 시스템을 더 좋게 만들어 페이스북에 이익이 되는 사람을 보여줄 수도 있어요." 그는 페이스북이 후자를 선택했으며, 자기네 이익을 위해 이용자를 희생한다고 말한다.
'알 수도 있는 사람'은 오래된 이용자에게는 '더 나쁜' 경험을 가져다줄 수 있다. 뉴스피드는 제로섬이다. 사람들이 보는 게시물 개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새로 가입한 데면데면한 친구들의 게시물을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을 페이스북에 붙잠아두고 싶기 때문이다. (...)
결국 모린은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패스Path라는 자신의 소설 네트워크를 창업했다. 패스의 기본 아이디어는 소셜 네트워크의 규모를 연결이 유의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것이었다. 던바의 수에 따르면 친구는 150명을 넘을 수 없었다(모린은 나중에 최대 친구 수를 늘렸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음에도 패스는 페이스북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으며 결국 실패했다.
(...)
게다가 저커버그는 약한 연결의 지인(여기에는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된다)과 친구를 맺으면 그들과 더 가까워진다고 확신한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유의미한 인맥의 개수를 잡아 늘임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의 물리학에 구애받지 않으려는 것인지 모른다. 그가 말한다. "던바의 수라는 유명한 개념이 있어요. 인간이 공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가 약 150명이라는 거죠. 나는 페이스북이 그 한계를 늘린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빛의 속도를 뛰어넘겠다는 발상이다. 만에 하나 누군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페이스북 성장팀일 것이다. (332~335쪽.)
(...) 거짓 정보가 근절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저커버그를 필두로 한 페이스북 전체가 표현의 자유를 신봉했으며 사람들이 거짓을 말할 때조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데 있다. (...) 게다가 그는 진실성을 판단하는 일에 페이스북이 말려드는 것을 몸서리치도록 두려워했다.
2015년 페이스북의 새로운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합류한 앤드루 앵커Andrew Anker가 말한다. "당시 페이스북은 양질이냐 저질이냐, 진실이냐 거짓이냐에 대해 실제 판단을 내리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죠. 매우 위험한 영역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선거 운동의 마지막 몇 주 동안 가짜뉴스는 극단으로 치달았으며 정책팀 중 일부는 페이스북의 무대응이 재앙을 부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들 중에 왜 허황한 거짓말이 들어 있는지에 대해 언론과 연구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을 때 페이스북은 대답이 궁색했다. (512~513쪽.)
페이스북은 BSR이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어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에서 드러난 페이스북의 문제는 디지털 문맹이 심각한 나라에 무작정 진입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인터넷 이용자는 브라우저를 열거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거나 온라인 콘텐츠에 접속하는 법조차 몰랐지만 그들의 휴대폰에는 페이스북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상의 증오 발언과 거짓 정보는 미얀마에서 가장 취약한 이용자들의 표현을 위축시켰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은 폭력을 조장하고 오프라인에서 위해를 기도하는 자들에게 요긴한 플랫폼이 되었다." 유엔에서 발표한 보고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놓았다. (622~623쪽.)
교정. 초판 1쇄
121쪽 2줄 : 논익해야 -> 논의해야
622쪽 밑에서 5줄 : BSR라는 -> BSR이라는
732쪽 8줄 : 파트너을 -> 파트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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