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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

Dog君 2010. 6. 23. 11:30
1-1. 이웃집에서 들리는 환호와 박수소리로 새벽에 잠깐 잠을 깼다. 5시 30분. 속으로 '이겼나보군'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실제로는 비긴 경기였지만 어쨌든 16강 진출이라지 않는가.

1-2. 월드컵에 대한 내 열의는 이런 수준이다. 시간이 괜찮다면 지인들과 맥주나 한캔 하면서 볼 용의는 있어도 혼자서 그것도 새벽시간이라면 수면시간을 쪼개가면서 볼 의향은 없는.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정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이 갔던 팀이라면 아무래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이라 하겠다. 비록 출전선수들의 이름을 다 외우는 것도, 그들의 축구철학에 대해 아는 것도 하나 없다 해도.

3. 지난 포르투갈전 최종 스코어는 0:7. 인터넷 중계를 보다가 0:5까지만 보고 마음이 언짢아서 그냥 꺼버렸다. 무심히도 내리는 비는 그들의 체력을 좀먹었고 젖은 잔디는 그들의 걸음을 한없이 무겁게 했다. 남들 다 먹는 보양식 하나 못 먹고 (전하는 바에 따르면) 마른 명태와 물김치, 그리고 순전히 자기자신의 의지만으로 경기를 끌어가던 그들은 결국 후반전에만 여섯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그들은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자신들이 작으나마 기적을 만들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지만 하늘은 그들에게 너무 무심했다.


4. 북한 선수들의 연봉을 전부 합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하룻밤새에 써버릴 수도 있는 재력을 가진 그 잘생긴 축구선수의 경기 후 얼굴은 밝아보였다. 호적은 남한, 출생지는 일본, 그리고 소속은 북한인 그 못생긴 축구선수는 경기 후 얼굴도 들지 않았다.

5-1. 사람들은 북한의 패배를 두고 예견된 참변이라는 둥 뭐라는 둥 그래서 김정일이 이 새끼 나쁜 새끼라는 둥 말들이 많지만 정작 그네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직 이겼는지 졌는지에만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북한은 그저 때깔나고 세련된 축구를 구사하는 유럽의 강호에게 0:7로 개발린, 말린 명태와 물김치로 연명하는 가난하고 초라한 팀으로 밖에 안 보이겠지.

5-2. 그들이 7점이나 실점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객관적인 전력차에 구애받지 않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려고 했다. 체력도 고갈되고 발 밑은 미끄러웠지만 그들은 악착같이 공격에 매달렸다. 그리고 집요하고 노련한 포르투갈은 그렇게 그들이 비워놓은 틈을 노려 더 많은 점수를 만들어냈다.

6. 딱히 북한에 대해 호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지만 원칙적이고 우직하고 고지식하고 그래서 때로는 멍청해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에게 느낀 바 있다.


ps: 내가 그와 같은 이유로 우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물을 두고 고상한 척 우월한 척 팔짱끼고 비웃을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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