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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옹호하다 (테리 이글턴, 모멘토, 201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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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옹호하다 (테리 이글턴, 모멘토, 2010.)

Dog君 2010. 9. 4. 11:20


1-1.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독한 오해 중 하나는 '마르크스주의자는 무신론자이다'라는 것이고 마르크스주의의 지독한 오해 중 하나는 '종교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한다'라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1-2. 그런데 10년도 더 전에 한 인터뷰에서 서준식은 대략 이런 취지로 말을 했었다. "유물론의 반대는 유신론이 아니라 관념론이다." 이 말을 듣고 깨우친 바 있었다. 얼추 대학 3학년 땐가 4학년 때부터 이런저런 관심을 가지고 틈틈이 기독교史를 공부했다. 공부하고 보니 이거 웬걸 싶었다.

1-3. 그러고 김규항도 대략 이런 취지로 말을 했었다. "나는 진정으로 사회주의를 소망하고 내 나머지 삶을 연관시키려 하지만 사회주의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주의는 영혼을 따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나는 기독교인이다."

2. "오늘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면 종교적 믿음을 거부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믿음에 대한 내 얘기가 완전히 옳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처한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상황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인류 사상 가장 지속적인 유형의 민중문화인 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아무 가치도 없거나 도통 못 알아먹을 얘기로 치부해 맹렬히 공격하고는 싸구려 승리감에 도취할 게 아니라 종교의 주장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에 맞서 논지를 전개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내가 여기서 개략적으로 얘기한 주류 기독교 신학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신학을 고수하는 사람은 누구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런 존중은 제국주의 전쟁을 옹호하거나 교수 휴게실의 창가에서 세상을 내다보며 종교란 대중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비웃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pp. 50~51.

3. 변화에 대한 전망과 기독교 본연의 사랑과 해방의 정신, 예수 이름 팔아 제 속 채우는 ('목사'니 '신부'니 하는 직함을 달고) 저급한 장사꾼들과의 거리감을 모두 유지하려고 애쓰는 저자의 문장 속에서 진짜 종교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4.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성이 진정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 자체가 아닌 다른 무엇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 기반이 사랑과 성실, 평화로운 공동체 같은 게 아니라 주로 물질적 이익과 정치적 지배라면 믿음과 이성은 서로 헛돌면서 스스로를 희화화해 냉혹한 신앙주의와 합리주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진정한 믿음의 결핍과 믿음의 과잉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경우가 여기서도 보인다. 서구 세계가 평화와 정의와 친교라는 복음을 정말로 믿는다면 아랍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을테고, 따라서 아랍인들이 알라의 이름 아래 항공기를 몰고 핵발전소로 돌진할지도 모른다고 그토록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무슬림들 역시 자기네 종교를 보다 잘 이해한다면 그런 행동을 생각지도 않을 터이다. 이런 가치들이 참으로 널리 퍼진다면 세상이 한층 좋아질게 틀림없다. (중략) 또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 이기적인 개인주의를 몰아낼 것이다." pp. 193~194.

5. 교회나 성당은 문턱 가까이도 가지 않지만 항상 속으로 신앙을 흠모하고는 있다. 나중에 언젠가 한국교회사 같은거 연구해도 좋지 않을까. 책만 읽으면 공부하고 싶은게 많아져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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