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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야콥 블루메, 따비, 201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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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야콥 블루메, 따비, 2010.)

Dog君 2010. 10. 20. 11:44

0. 나는 여지껏 '들이키다'가 맞는줄 알았는데 '들이켜다'가 맞다. 액체나 기체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건 '들이켜다'가 맞고,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듯이란다. 나름 글 잘 쓰는걸 업으로 삼았는데 이 정도도 몰랐다니 부끄럽다. 우리말도 제대로 쓰려면 이리 어렵다.

1. 누구였더라, '맥주는 술이 아니야'란 노래도 있었잖아, 왜. 도수도 낮고 시원해야 맛있고 적당한 탄산까지 있으니 '보리탄산음료' 맞지. (맥콜 떠올리는 사람 있으려나.)

2. ... 맥주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기 4,000년 전에 이미 즐겨 마시던 음료였다. (중략)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맥주 만드는 법을 기록한 <푸른 기념비>라는 이름의 석판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수메르가 이룩한 두 가지 중요한 문화적 업적을 아우르는 유산이다. 하나는 문자의 발명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맥주의 창조이다. (p.30)

3.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곡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만들기도 쉽고 적당한 영양까지 갖추고 있던 맥주는 분명 서민의 술, 민중의 술, 노동자의 술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막걸리 정도쯤 될라나. 지금에야 그 위치가 역전되어버렸지만 분명 전근대에는 막걸리가 머슴술, 소주가 양반술이었을거다. 우리는 언제쯤 '막걸리, 논두렁에서 들이켜다' 같은 책을 볼 수 있을까.

4.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할 의례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제일 중요하고 직접적인 의례는 음주예법이다. (중략) 사람들은 혼자서 아픔을 달래기도 하지만, 서로 어울리면서 결속을 다지고 행운을 빌어주며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중략) 취하기도 전에 슬그머니 술자리를 뜨는 짓은 공동체를 모욕하는 망동으로, 사회로부터 완전히 따돌림받을 각오를 해야 감행할 수 있는 모험이었다. (p. 168)

5. 술은 본디 공동체의 안녕과 결속을 다지는 유용한 도구였지만 노동의 표준화를 요구했던 자본주의는 술에게 나태함과 무절제라는 상징을 부여했다. '중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그것이 문제시된 것도 이 때의 일이다. ㅇㅇ. 푸코 형아가 그렇게 졸라리 강조했던 그거.

6. 의학자들은 알코올 소비의 특정 형태를 '알코올 중독'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질병으로 선포했다. (중략) (현실 모델은 뒷전인 채) 이런 식의 정의로 없던 병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즉 중독은 확실한 병이 돼버린 것이다. 알코올 소비와 소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변한 것은 그것을 보는 시각이었다. 과학이어야 할 의학이 돌연 '사회과학'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랄까. 알코올 중독이 병으로 취급되면서, 중독은 매끄럽게 돌아가야 할 사회의 방해 요소이며, 몰락한 세상의 상징이자 세상을 망친 주범으로 규정되었다. (p. 292)

7. 아, 최근에 그리도 맥주가 땡겼던 것은 바로 이 책 때문이었으리라. 잇힝.

ps: 글 쓰다가 찾았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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