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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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冊나부랭이

독서근황 20130822

Dog君 2013. 8. 22. 21:33

1. 천명관 - 고래

  지상현씨와 언젠가 홍대에서 한가롭게 노닥거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문학동네에서 하는 카페에서 샀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예전에 빨간책방 1회에 나온 책이라서 냉큼 집어들었다. 일본 출장길에 허겁지겁 다 읽었다. 엄청난 만연체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은 커녕 적당히 잘 부푼 솜사탕 같은 문장이다. 시시때때로 독자에게 말을 걸어가며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참으로 일품이다.


2. 얀 마텔 - 파이 이야기

  이 책도 빨간책방에서 다룬 거였는데, 이건 아주 책을 읽을 때까지 빨간책방도 안 듣겠다 하고 뒤로 미뤄뒀다. 거의 하루만에 책을 다 읽고, 집에 와서 영화까지 챙겨본 다음 빨간책방을 들었더니 아주 그냥 재미가 짱짱맨이다. 현실 속에 비현실적인 상황을 배치하는 걸보니 약간 고리타 생각이 나긴 하는데... 뭐 할튼 졸라게 재미있다. 막판에 의외의 반전도 있긴 한데... 이걸 내용상의 반전으로 보면 좀 1차적인 독해 같고, 차원의 반전이라고 하면 좀 있어보이고... 뭐 그렇다.


3. 야스다 고이치 - 거리로 나온 넷우익

  일베 관련해서 책을 몇 권 챙겨보는 중인데, 그 중 첫번째 책. 저자가 한 몇 년 정도 현장취재를 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대상은 '재특회'라고 (뭐 줄임말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베'의 오프라인 버전 쯤 된다. 밀착취재라서 현장감도 있고 재미도 있다. 거의 중후반까지 너무 회원 개개인 이야기만 해서 일마도 결국 사람 하나하나를 찐따로 만들어버리고 끝내버릴 셈인가...했는데 막판에 그네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스킨십의 부족 같은 걸 지적할 때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4. 다카하라 모토아키 -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

  책이 나온건 2007년인데 여전히 1판 1쇄라는게 이해가 안 되는 책. 인터넷 하위문화가 어떻게 내셔널리즘과 결합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인데, 요즘 하도 시끄러운 '일베' 이야기에 시사하는 점이 (졸라게)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도 일베라는 공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대처하는 아카데미즘(특히 역사학계)의 자세라는게 영 마음에 안 들던 차여서 훨씬 공감이 많이 가는 것 같다. 한 10년전만해도 '표현의 자유'라는건 진보적 이야기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거였는데, 진보적 이야기들이 일정 정도 사회적 권위를 획득한 지금 천연덕스럽게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야 된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 ㅅㅂ 이건 좀 아닌데 싶다. 역사를 배웠다는 사람들이 현실 인식은 왜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다. 뭐 암튼... '개별불안형 내셔널리즘'이라는 그의 개념은 3번 책의 말미에 나왔던 이야기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다 하겠다.


5. 조정래 - 정글만리

  내용과 표지 등 모든 것을 다 똑같게 하고 글쓴이 이름만 '조정래' 말고 내 이름으로 바꾸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가루가 되도록 까여서 정말 가루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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