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전쟁과 인민 (한성훈, 돌베개, 2012.) 본문
1. 처음으로 개고기를 먹었던 경험을 유형별로 정리해서 순위를 매기면, '아빠가 말 안 해주고 그냥 먹여서'가 제일 많을 것 같다. 나도 그랬고, 내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다고 하니까. 그냥 좀 노린내가 많이 나는 돼지고기인가보다 하고 처묵처묵하다가 갑자기 '그거 사실 개고긴데' 하는 소리 들을 때, 그동안 내가 알아오던 맛과 지식과 세계가 붕괴하는 것만 같은 불쾌감과 짜증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맛있음 등등이 짬짜면곱빼기로 나온 그 기분, 다들 아시지? 책을 읽다가도 그런 기분 들 때가 간혹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로 말하는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을 때가 그와 비슷한 상황 아닐까. (...라고 쓰고보니 전혀 맞아떨어지는 사례 같지 않아서 민망하다;;;)
2. 어쩌다가 한성훈의 <전쟁과 인민>을 찰쌈스트롱의 <북조선 탄생> 바로 다음으로 읽게 되었는데 두 책이 하는 이야기가 정반대다. 찰쌈스트롱은 북한 체제의 기원이 식민지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간다고 했는데, 한정훈은 아나콩콩 그런거 아니고 북한 체제의 탄생은 과거와의 단절이었고 새로운 체제의 탄생이었다고 말한다.
3. 사회주의 신新국가의 질서는 '계급'이었고 개별 인민은 당과 수령의 영도를 따르는 인민대중으로 조직되었다. 친일부역자를 청산하여 과거와 결별했고 각종 법/제도를 통해 인민이 새로운 국가구성원으로 명명되었다. 친일청산이 민족적 동질감의 요람이었다면, 법/제도를 통한 규율과 동원은 물리적으로 북한 체제를 만들었다. 또 하나 결정적인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전쟁 수행이라는 공통경험, 미국이라는 존나세에 대한 반감, 학살이 만든 안팎의 경계, 뭐 그런 등등이 (그에 관해서는 워낙 책이 많아서...) 모여서 북한 체제의 기초가 다져졌다. ... 는 식.
4. 자연스럽게 이 책을 <북조선 탄생>에 견주게 된다. <북조선 탄생>의 논조에 대체로 공감 안 하는 편인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전쟁과 인민>을 <북조선 탄생>과 맞다이 붙여놓으면 <전쟁과 인민>이 KO패 당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물론 논쟁지점 자체를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에 애초에 맞다이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면 딱히 더 할 말이 없지만서도...) <전쟁과 인민>이 그리는 국가 형성 과정을 보다보면 자꾸 식민지 시기의 규율화와 사회주의 운동의 그림자가 눈에 어른어른거리는데 이 책에서는 딱히 거기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하기 때문이다. 식민지라는 前史가 없이 어떻게 그렇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 체제가 만들어지고 정착했는지 궁금하게 마련인데, 이 책은 하필 그걸 쏙 빼먹어부럿다. 다른 책에서도 거기에 대한 답을 딱히 못 찾고 있는데, 공부 많이 한 누가 나한테 그냥 좀 시원하게 알려주면 안 됩니까.
덧. 이 책에서 인용하는 푸코는, 내가 이해하는 푸코와는 좀 많이 다르다. 뭐, 내가 푸코를 딱히 잘 안다고는 절대 말 못 하지만, 여튼 어딘가 모르게 이 책의 푸코 독법은 쫌 마이 애매...하다. 이렇게 과시적이고 공개적인 권력을 푸코와 연결시켜서 이해해도 괜찮은가 모르겠다.
덧2. 전체적으로 문장이 좀... 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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