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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민음사, 200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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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알렉상드르 뒤마, 민음사, 2002.)

Dog君 2019. 4. 8. 17:49


1. 드디어 다 읽었다. 얼추 2017년 11월 정도에 1권을 시작해서 2019년 3월 초에 5권까지 마무리했으니, 16개월 정도 걸려서 다 읽은 셈. 어릴 때 동화책처럼 읽었던 기억으로는 당테스의 탈옥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완독하고보니 그건 초반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하고 있는 청년의 눈에 스친 섬광을 본 빌포르는,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껴지던 그 온순한 성품 뒤에 상당히 격렬한 힘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권, 123쪽.)


  당테스는 어제 있던 곳에 그대로 있었다. 어젯밤에 서 있던 그 자리에, 마치 쇠로 만든 손이 그를 못박아 놓은 듯이 꼼짝도 않고 있었다. 다만 그의 깊은 눈만은 눈물에 젖어 부어 있어서,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꼼짝않고 땅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지난밤을 그렇게 서서 한 잠도 못 자고 밤을 새웠던 것이다. (1권, 144쪽.)


(…) 완전히 쇠약해진 그는 머리가 마치 연기처럼 공중에 떠돌고 있어서 한 가지 생각에 주의를 집중시킬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 생각을 명료하게 하고 판단을 냉철하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엔 없었다. 그는 간수가 테이블 위에 놓고 간, 아직도 김이 오르는 수프로 눈을 돌렸다. 그는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면서 그리로 갔다. 그리고 그릇을 쥐고 입에다 갖다 재고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편안한 기분으로 그 속에 있는 것을 다 마셔버렸다.

  그러자 그는 그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힘이 생겼다. 그는 주리고 지쳐 있는 채로 구원을 받은 난파선의 조난자들이, 갑자기 너무 많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서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에드몽은 거의 입에까지 갖다 댔던 빵을 테이블 위에 도로 놓고, 다시 자리에 가서 누워버렸다. 에드몽에게 이미 죽으려는 생각은 없어져 버렸다.

  이윽고 머릿속에 다시 빛이 환하게 비쳐오는 것이 느껴졌다. 막연하고 거의 손에 잡히지 않던 모든 생각이 이상한 바둑판 같던 머릿속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바둑판 속에는 한 간이 여분으로 더 있어서, 그것이 인간을 동물보다 우월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젠 이성을 가지고 사물을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 수가 있었다. (1권, 252쪽.)


  그러나 청년은, 지금 그렇게까지 정력을 기울여 생에 집착하고, 인간이 필사적인 결의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그에게 보여준 한 노인을 보며, 마음속으로 반성하고 자기의 용기를 저울질해 보기 시작했다. 자기는 감히 해보려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을 기도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고, 자기보다 힘도 약하고, 자기보다 솜씨도 없는 사람이 그의 교묘한 재주와 인내로 이 믿어지지 않는 일에 필요한 모든 연장을 손에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은, 조그만 계산 실수로 실패하고 말았지만. 하지만 어쨌든 이런 모든 일을 다른 사람은 해낸 것이다. 그러니 당테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파리아가 오십 자를 판다면, 그는 백 자는 팔 것이다. 수니이 된 파리아가 그 일을 하는데 삼 년이 걸리지만 파리아의 나이의 이제 절반밖에 안 된 당테스에겐 육 년이 걸린다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다. 신부이고 학자이며 또한 성직자인 파리아가, 이프 성에서, 돔섬, 라토노 섬, 또는 르메르 섬까지 헤엄쳐 갈 것을 두려움 없이 감행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니 선원 에드몽이, 바다밑으로 종종 산호를 따러 들어가던 그 대담한 잠수부 당테스가 4킬로미터쯤 헤엄쳐 가는 걸 주저할 것인가? 4킬로미터를 헤엄쳐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한 시간?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해안에 한번도 발을 붙이지 않고 몇 시간씩 바다 속에 있어보지 않았던가! 아니, 아니, 당테스로서는 다만 누군가가 본 을 보여주어서 기운만 내게 되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한 일, 또는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테스도 반드시 해낼 것이다. (1권, 279~280쪽.)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서른세 살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십사 년동안의 감옥 생활은 그의 얼굴에 굉장한 정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프 성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당테스는, 인생에의 첫 걸음도 순조로웠고, 따라서 장래도 예전대로만 생각하여 자연히 기대를 걸고 있던 행복한 청년의, 모난 부분이 없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는 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갸름하던 얼굴을 홀쭉해지고, 웃음을 머금고 있던 입에는 굳은 결심을 드러내는 꿋꿋하고 동요되지 않는 선이 잡혀 있었다. 눈썹은 단 한 가지 생각에 잠긴 듯 깊은 주름살 밑에서 활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눈에는 깊은 술픔이 어려 있었고, 그 슬픔 속에서는 때때로 염세(厭世)와 증오의 암담한 빛이 솟구치고 있었다. 햇빛과 광명을 오랫동안 접하지 못했던 그의 얼굴에는 윤기가 없었고, 검은 머리카락으로 둘러싸여, 마치 북방인 같은 귀족적인 아름다움마저 보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얻은 심오한 학문은 얼굴 전체에 안정된 예지(叡智)의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원래가 큰 키이긴 했지만, 몸 전체에서 항상 모든 힘을 자기에게 모으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저 생기 있는 힘이 넘쳐났다. (1권, 391~392쪽.)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시선을 제일 먼저 끈 것은 바로 그 초상화였다. 그는 급히 방안으로 세 걸음쯤 걸어 들어가더니, 갑자기 초상화 앞에 우뚝 섰다.

  얼굴은 갈색이고, 타는 듯한 눈길을 괴로워 보이는 눈시울 밑에 감추고 있는, 스물대여섯 살 된 어느 여인의 초상화였다. 여인은 카탈로니아 어촌 여자의 화려한 복식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빨갛고 까만 색깔의 윗옷을 입고 머리에는 금핀을 꽂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바다를 바라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우아한 옆모습은 바다와 하늘의 쪽빛 배경 위에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방안은 어두웠다. 어둡지 않았더라면, 알베르는 백자의 양 쪽 뺨 뒤에 번진 창백한 빛과, 그의 어깨와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그 경련과도 같은 떨림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동안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그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2권, 433쪽.)


  방문객이 알고 싶었던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아니, 그보다는 윌모어 경이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인 것 같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방문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윌모어 경에게 인사를 하자, 그쪽에서도 영국인다운 뻣뻣하고 냉정한 태도로 인사했다. 방문객은 그 집을 나왔다.

  한편 윌모어 경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자기 침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금발의 가발과 적갈색 구레나룻과 가짜 턱과 상처를 없애버렸다. 그는 다시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검은 머리와 윤기 없는 얼굴빛과 진주 같은 흰 이로 되돌아갔다.

  물론 빌포르 씨 집으로 돌아온 사나이도 검사의 사자가 아니라, 빌포르씨 자신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두 곳의 방문을 끝낸 빌포르 씨는 어느 정도는 마음이 놓였다. 안심할 만한 근거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불안해할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퇴유에서의 만찬 이래로 그는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4권, 38~39쪽.)


  미지의 여인은 누구 다른 사람이 없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마치 무릎이라도 꿇으려는 듯 몸을 구부리며, 두 손을 모은 채 절망적인 어조로,

  「에드몽」 하고 말했다. 「제발 제 아들을 죽이지 말아주세요!」

  백작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나지막하게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들고 있던 권총을 떨어뜨렸다.

  「방금 뭐라고 부르신 겁니까, 모르세르 부인?」 하고 그는 물었다.

  「당신 이름이에요!」 부인은 베일을 벗어 던지며 말했다. 「당신 이름이에요. 저만은 그 이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에드몽, 지금 여기 온 사람은 모르세르 부인이 아니에요. 메르세데스예요」

  「메르세데스는 죽었습니다」 하고 백작은 대답했다. 「그리고 전 그런 이름의 사람은 이제 모릅니다」 (4권, 427~428쪽.)


  「메르세데스」 백작은 그 말을 되받아 이렇게 말했다. 「메르세데스, 그래요. 과연 그 이름을 부르니 내 마음은 아직도 즐겁군요. 이 말이 입에서 이렇게 낭랑하게 울려나온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군요. 오, 메르세데스! 나는 슬픈 탄식을 할 때나, 괴로워 신음할 때나, 무서운 절망 속에서나 늘 이 이름을 불러왔습니다. 감방의 짚더미 위에 쭈그리고 앉아, 추위에 몸이 얼어붙어서도 이 이름을 불렀지요. 너무 더워서 바닥의 포석 위로 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이 이름을 불렀어요. 메르세데스, 나는 복수를 해야만 합니다. 난 십사 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고통받았고, 십사 년 동안 울면서 저주했으니까요. 메르세데스, 분명히 말해 두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복수해야만 합니다」 (4권, 433~434쪽.)


  「페르낭!」 하고 백작이 소리쳤다. 「나의 수없는 이름 가운데서 너를 쓰러뜨릴 이름은 단 하나면 충분하다. 그 이름이 뭔지 짐작하겠지? 아니, 차라리 기억하느냐고 묻는 편이 좋겠군. 내 모든 슬픔과 괴로움도, 오늘 네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내 얼굴을 다시 젊어지게 했을 테니까. 더구나 네가 내 약혼자...... 메르세데스와 결혼한 후 수없이 꿈에 보아온 얼굴일 테고」

  장군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 손을 벌리면서 아무 소리 못하고, 다만 이 무시무시한 망령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고는 몸을 기대려고 벽 쪽으로 가서, 벽을 짚고 천천히 문까지 미끄러져 뒷걸음질로 문을 빠져나갔다. 나가면서 기분 나쁘게 서글프고도 비통한 이 한마디 소리밖엔 지르지 못했다.

  「에드몽...... 당테스!」 (5권, 33쪽.)


교정.

4권 92쪽 22줄 : 일다면 -> 일이라면

4권 94쪽 2줄 : 났지요 -> 낫지요

4권 98쪽 1줄 : 편지에는 -> 편지는

4권 100쪽 14줄 : 끊어오르는 -> 끓어오르는

4권 101쪽 5줄 : 점덤 -> 점점

4권 108쪽 1줄 : 아친 -> 아닌

4권 177쪽 16줄 : 광장한데 -> 굉장한데

4권 211쪽 12줄 : 시커메져서 -> 시커매져서

5권 337쪽 16줄 : 애드몽 당테스! -> 에드몽 당테스!

5권 402쪽 15줄 : 당글라라 -> 당글라르

5권 429쪽 17줄 :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섬에 잡아두려 -> 오디세우스를 섬에 잡아두려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 페늘롱이 1699년에 발표한 『텔레마코스의 모험Les Aventures de Télémaque』에서 칼립소가 텔레마코스를 섬에 잡아두려고 한 적은 있다. 텔레마코스는 칼립소의 시녀인 에우카리스와 사랑에 빠졌지만 멘토르의 모습을 한 아테나의 도움으로 결국 섬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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