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누정 산책 (김창현, 민속원, 2019.) 본문
누정기는 누정 건축과 관련된 내용과 일화들을 한문 산문으로 기록한 것이다. 나중에 그 누정을 고친 경우에는 '누정중수기樓亭重修記'를 기록하기도 한다. 누정기는 누정을 지은 이유와 건축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주인의 철학과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누정의 경우 그곳을 다녀간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기록하고 있어 역사적 의미에 문학적 의미가 더해진다. (「누정의 역사가 담긴 누정기」, 41쪽.)
현재의 경회루는 1867년(고종 4)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새로 지은 것이다. 새롱누 경복궁의 중심 건물도 역시 근정전과 경회루였다. 두 건물 가운데 경회루에 동양의 철학적 의미가 보다 잘 반영되었다. 경회루는 정면 7칸 측면 5칸의 팔작지붕으로 2층 누각의 형태이다. 1층은 돌기둥으로, 2층은 나무기둥으로 만들었다. 돌기둥은 24개의 원기둥과 24개의 네모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24개의 기둥은 입춘 ·동지와 같은 24절기와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를 상징한다.
또한 경회루의 돌기둥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메노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우주 원리에 근거하여 세워졌다. 땅을 상징하는 24개의 네모기둥은 바깥쪽으로, 하늘을 의미하는 24개의 원기둥은 안쪽으로 세워져 있다. 1층의 바닥도 땅을 상징하는 바깥쪽 네모기둥보다 하늘을 상징하는 원기둥 자리를 조금 높게 만들었다.
2층의 누마루도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건축되었다. 누마루 공간은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외진外陳, 내진內陳, 내내진內內陳이다. 가장 안쪽에 내내진이 있고, 내내진을 내진이, 내진을 외진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 1865년(고종 2) 경회루 신축을 위해 작성한 정학순丁學洵의 〈경회루삼십육궁지도慶會樓三十六宮之圖〉를 보면 내내진 3칸은 천지인天地人을, 내진 12칸은 1년 12달을, 전체 문짝 64개는 《주역》의 64괘를, 그리고 외진을 둘렀나 24개의 창은 24절기를 상징하여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누정 가운데 유일한 국보 경복궁 경회루」, 59쪽.)
부용정의 모습은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어느 각도에서 봐도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부용정의 누마루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은 과연 어떨지 모척이나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쳤던 탓인지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연못의 둥근 섬에 있는 소나무가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순조 연간인 1828~1830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궐도東闕圖〉에는 지금처럼 부용지 곁에 부용정·주합루·영화당 등의 건물이 있다. 다른 것은 지금과 비슷한데 부용지의 섬 모습이 조금 다르다. 그림 속에는 섬에 나무가 있는 듯 마는 듯 낮아서 부용정에서 보든 주합루에서 보든 조망이 트여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지금은 시선을 가릴 정도로 소나무가 우뚝해진 것이다. (「누정의 꽃 창덕궁 부용정」, 76쪽.)
그런데 이상하게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광은 별로 신통치 않다. 정자는 안에서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뉴정에서 밖을 바라보면 멋스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만 들릴 뿐 밖에서 정자를 바라볼 때 수려한 모습과 영 딴판이다. 거기에 계곡 쪽에 담장까지 둘렀다.
김계행은 왜 이런 자리에 정자를 지었을까. 그 해답도 〈만휴정중수기〉에 잘 묘사되어있다. 연산군 대의 정치에 염증을 느껴 낙향한 김계행은 "송암폭포가 있는 만휴정에서 더러운 말을 들었던 귀를 씻으려고 한 것이지, 아름다운 경치만을 감상하려는 뜻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만휴정에 담겨 있는 건축적 철학이다. (「인생 늘그막에 쉬어가는 안동 만휴정」, 240~241쪽.)
식영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정철의 〈성산별곡星山別曲〉이다. 〈성산별곡〉은 식영정과 서하당이 있는 성산, 즉 별뫼의 아름다움을 대화식으로 표현한 시가로 가사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어느 길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건마는
어찌하여 산수의 풍경을 갈수록 좋게 여겨
적막한 산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인가. (「가사문학의 산실 담양 식영정」, 288쪽.)
거기에 어느 누정보다 아름다운 글귀가 눈길을 끈다. 주련 아래 자그마한 종이에 적힌 글이다. 사대부 집 종손의 가장 큰 역할은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이다. 이처럼 손님 접대하는 마음을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 척의 돛단배 문경 주암정」, 407쪽.)
교정.
55쪽 이후 모든 페이지 하단 : 장 제목에서 누정 이름 앞이 2칸 띄워진 것 같다 (어디까지나 느낌적인 느낌...)
189쪽 10줄 : 이야기 한 자리에 -> 이야기한 자리에
385쪽 2줄 : 풍수지리의 좋은 입지조건 -> 풍수지리가 좋은 입지조건
397쪽 4줄 & 5줄 : '稜'과 '雷'의 글꼴이 다름
406쪽 8줄 : '立'의 글꼴이 다름
417쪽 제목줄 : '棣'의 글꼴이 다름 (워낙 흔치 않은 글자라 조판에 꼭 맞는 글꼴이 없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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