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골짜기에 잠든 자 (정찬, 문학동네, 2019.) 본문
작가라는 존재가 만신창이가 되었다면 작가들이 현실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불행한 현상은 인류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비극이 시작되기 전에 나타난 유미주의자들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지나치게 경멸한 나머지 예술을 현실에서 분리시켰습니다. 그것이 작가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유미주의자들의 정신과 대척점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 바로 무명작가의 문장입니다. 자신의 언어에 책임을 지고 완전한 실패를 통절하게 받아들이는 작가가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설령 우리에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고, 그 작가가 얼마나 우리를 지탱시켜줄지 알 수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6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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