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루페, 2018.) 본문
과거의 내가 내렸던 어떤 결정과 과거의 내가 겪었던 어떤 일은 오래도록 나를 괴롭힌다. 누구나 마찬가지고, 나도 그렇다. 지금보다 더 미숙하고 서툴렀던 내 과거가 지금도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나를 괴롭히곤 하니까. 그랬던 나 스스로조차 끌어안고 인정해야 진정으로 성숙한 인격체가 되는 거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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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처음에는 자극적인 사건과 그 후일담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이 이야기는 점차 다른 의미를 향해 방향타를 돌린다. 나에게 이 책은 과거에 속박받지 않는 하나의 독립되고 성숙한 인격체가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그에 기꺼이 공감하고 연대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혔다. 그러고보니 책 제목의 ‘비바’도 범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일차적으로야 소설 속 누군가의 이름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누군가의 인간적 성숙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원의원과 엠베스는 TV 뉴스 인터뷰에 나왔다. 그들은 그 불륜이 부부 사이에 잠시 불화가 있었을 때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불화의 시기는 지나갔어요, 라고 그들은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맞잡았다. 하원의원은 남자답게 눈시울만 적시고 울지는 않았다. 엠베스는 오래전에 남편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자기들은 동화 속 부부가 아니라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거라고, 그 비슷한 말을 했다. 엠베스가 잘 맞지도 않는 자주색 트위드 재킷을 입고 있었던 게 기억난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선거가 있는 해였으므로, 하원의원의 선거사무소 직원들은 아비바와 거리를 두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들은 아비바를 롤리타 인턴으로, 르윈스키 따라쟁이로, '난잡함'의 다양한 유의어로 낙인찍었다. (83쪽.)
(...) 사람들은 재수없는 온라인 미팅남 루이스처럼 생각한다. 몇몇 자극적인 문구만 기억한다. 자신이 한 사람의 인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자신이 누군가의 딸자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96쪽.)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아비바가 내 딸이 아니었다면요? 누군가의 딸자식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나요? 레빈은 성인 남자이자 선출적 공무원이고 내 딸은 사랑에 빠진 철부지였는데, 레빈은 결국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내 딸만 두고두고 회자되는군. 뭐야, 그리고 십오 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그애가 또다른 꼰대의 농담거리가 돼야 하는 거지?" (100쪽.)
"왜냐면 그 편이 더 나으니까. 결국 언젠가는 나오게 될 얘기였어. 난 그때 일이 부끄럽지 않아, 더이상은. 또 당시 내가 처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가 했던 일들도 부끄럽지 않아.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그때 일로 나를 평가하고 싶어서 나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면, 그건 그들의 선택이지." (393쪽.)
(...) "인간은 어머니가 낳은 그날 영구히 태어나는 게 아니다. 생은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 (「작가 노트」, 397쪽.)
교정.
14쪽 7줄 : 굴근 좀 -> 굴근 좀 (띄어쓰기 2칸)
85쪽 1줄 : 각주 1번 번호 삭제 (84쪽에도 있음)
176쪽 18줄 : 지금까지 3.998.93달러를 저축했어
192쪽 10줄 : 엄마한테 49.95달러를 이체했어
207쪽 5줄 : 내 통장엔 3,949.98달러가 있고 (통장 잔고가 안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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