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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공동위원회 연구 (심지연, 청계연구소, 198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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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공동위원회 연구 (심지연, 청계연구소, 1989.)

Dog君 2021. 5. 20. 22:58

 

  의외로 해방 정국에 대한 균형감각이 좋다. 어떤 면에서 보면 최근의 역사감각이 오히려 이에 비해 퇴보한 느낌이랄까. 1989년에 나온 책을 두고 지금 와서 직접 논평을 붙이기는 좀 그렇다만은, 나중에 언젠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 정국은 반탁과 찬탁으로 양분되어 신탁통치문제에 대해 중간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여지는 좁혀지고 말았다. 3상회의결정에 규정된 신탁통치를 식민통치와 유사한 것이라고 여겨 민족적 자존심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한 진영이나, 한반도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서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찬탁진영 앞에서 중간이란 용납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로써 3상회의결정의 의의와 내용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가 수용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말았다. (30~31쪽.)

 

  (...) 미-소 양국은 미-소공위를 통해 한반도에 임시정부를 수립한다는 모스크바 3상회의결정을 실천하려 한 것이 아니라 미-소공위를 통해 상대방을 배제하려 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제휴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는 데에 유리한 방향으로 회의를 진행하려 했기 때문에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
  정치적인 역학관계면에서 보면 이와 같은 의도가 담긴 미-소공위의 진행은 국내정국을 찬탁진영과 반탁진영으로 양분하며, 이로 말미암은 미-소공위의 결렬은 남-북한의 정치집단을 분단세력과 분단극복세력으로 구분짓게 한다. (...)
  두개의 단독정부 수립은 결국 이러한 역학관계에서 이상주의자들의 몰락을 뜻했고, 이상주의자들의 몰락은 대화와 협상에 의한 분단극복이 아니라, 세력기반의 확대라고 하는 무력에 의한 분단극복의 수단만을 해방정국에 남겨놓았다고 할 수 있다. (78쪽.)

 

  (...) 민족의 자치능력이 있으므로 국제적 간섭인 신탁통치를 배격한다는 논리는 해방의 국제성 내지는 혁명의 국제적 연관성을 강조한 것과는 모순된다고 하는 사실이다. (...) 국제적 연관성에 대한 이와 같은 강조는 해방 직후에 건준을 결성하고 인공을 조직했던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빚고 말아 후일 좌익진영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 되었다. (159쪽.)

 

교정. 초판

122쪽 8줄 : 부윈원장 -> 부위원장

175쪽 19줄 : 우익지영의 -> 우익진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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