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첫 등장 사진의 출처는 어디일까?

 

  사료史料로 인용되는 사진 중에 간혹 그런 사진이 있다. 너무 유명해서 못 찾는 사진.

 

  위 사진이 꼭 그렇다. 1945년 10월 14일 평양에서 열린 군중대회에서 찍힌 사진이다. 현대사 책 좀 보신 분이라면 낯이 익을거다. 김일성이 이 날 대중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책에서 이 사진이 상당히 자주 나온다.

 

  그런데 막상 이 사진의 정확한 출처를 찾으려고 하면…

 

 

 

  안 나온다...

 

 

 

  블로그고 언론기사고 엄청 많이 나오기는 하는데 제대로 출처를 밝힌 경우가 거의 없다. 드물게 출처를 밝힌다 해도 그냥 '자료사진' 정도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다 못해 이 사진이 처음 실렸던 당시의 신문기사가 있다면 그걸 이야기해줘도 되련만 글쎄, 여기저기서 인용은 많이 하는데 도통 출처가 안 나온다.

 

  물론 이 정도 사진이면 유일하고 정확한 출처가 없을 수도 있다. 워낙에 중요한 사진이기 때문에 당시의 언론이나 공보물 등등에 다양하게 삽입되고 인용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자료는 그 특성상 여러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수집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출처를 지목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다 감안한다 하더라도, 좀 더 정확하게 글을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신빙성은 갖춘 출처가 필요하지 않겠나. (논문에다가 출처를 ‘자료사진’, 머 일케 쓸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이 사진의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출처를 찾아본 결과, 한국전쟁 당시에 미군이 북한에서 노획한 문서(흔히 RG242라고 하는…)에 포함된 '8.15해방일주년기렴 북조선민주주의건설사진첩'에 이 사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장에 링크를 걸어놨다.) 그런데 이게 지금껏 확인이 어려웠던 이유가 있다.

 

 

  기존에는 사진의 제목인 '도시 민중 대회의 김장군'이라고만 제목을 달아놓고 별도로 주제어나 해제가 없었기 때문에 김일성, 레베데프, 평양, 군중대회, 환영대회, 머 암튼 오만가지 키워드를 다 때려넣어도 이 자료를 도통 찾을 수가 없었던 거다;;

 

  단, 여기서 하나 더 덧붙일 내용이 있다. 국편이 이 자료를 탑재한 것은 2013년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그보다 훨씬 전에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이 사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경로는 다른 출처라는 뜻이다. 이에 관해서는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이다.

 

  기왕 이야기 꺼낸 김에 다른 사료 이야기도 더 해보자면, 해방 정국에서 많이 인용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아래의 것이다. 아래 이미지는 1946년 8월 13일자 동아일보 기사로, 미군정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시 남한에서 공산주의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다는 것이다.

 

 

  이걸 정확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좀 더 면밀한 고민이 필요하고 이걸 단순히 '좌파(혹은 공산주의) 지지'로 해석하는 건 많이 조심스럽지만, 당대의 정치적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유용한 사료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미군정이 실시한 여론조사라고 했으면, 미국이 생산한 문서 어딘가에 이에 관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신문기사로 인용되기 전에, 좀 더 오리지널에 가까운 내용이 담긴 자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료를 찾아보면,

 

 

 

  있다.

 

 

 

  이 역시도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으, 역시 국편. 이럴 때 보면 국편이 자료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많이도 모아놨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