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나의 첫 메타버스 수업 (이재원, 메이트북스, 2021.) 본문
내가 나온 사학과는 세상의 변화에 꽤 둔감한 편이었다. 내가 대학을 다녔던 2000년대 초반에 다른 과에서는 일찌감치 PPT나 프레지로 발표수업을 했고 개중에 재주좋은 학생은 음악이나 동영상까지 활용했던 반면, 나는 2007년에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런 발표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한글 문서로 쓴 발표문만... (OHP를 쓰기도 했는데, 그거 얘기하면 더 옛날 얘기지 뭐...)
나란 사람, 그런 사람이다. 메타버스, 메타버스,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게 -bus인지, -birth인지, -verse인지도 모르고 살았더랬다. 그러다 잠시 여유가 생긴 참에 뭐라도 하나 배워보겠답시고 이 책을 골라들었다.
물론 역사학이란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몰라도 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플랫폼이 바뀌면 응당 그에 맞춰 콘텐츠도 바뀌어야 한다. 역사학이란 활자와 인쇄문화에 기반한 콘텐츠였는데 그런 플랫폼이 바뀐다면, 역사학의 전달 방법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곤 한다.
문자문화 기반의 역사학은 구술문화 기반의 TV와 팟캐스트, 유튜브의 등장으로 이미 기로에 놓인 듯하다. 그럼에도 역사학의 세상 대응 능력은 여전히 지지부진해서 이제야 조금씩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여기에 메타버스까지 더해진다고 하니, 뭐라도 알긴 알아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비슷한 일은 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바타로 강의를 진행하는 한 대학 교수는 줌Zoom과 같은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보다 아바타로 강의를 진행할 때 학생들의 참여도가 더욱 높았다고 말합니다. 아바타끼리의 토론이 아직은 채팅으로 이뤄져서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다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는 대면수업이나 화상회의 툴을 이용한 원격수업과 달리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학생들이 심리적 부담을 덜 느끼고 실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대문입니다. 아바타가 오히려 수업 참여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두 케이스 모두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적극성은 돋보였지만 무례함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나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으니 자신감은 높아진 반면, 반대로 나와 연결된 아바타인 만큼 서로 예절은 지켰다는 것이죠.
이처럼 메타버스 속 아바트에 대한 인식도 진화합니다. 가상세계를 즐기는 단순한 도구에서, 나를 반영한 분신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죠 .많은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이유도, 이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일 듯합니다. 아바타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메타버스의 수준을 더욱 높아집니다. (94~95쪽.)
샌드박스와 오픈월드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는 콘텐츠의 권력 구조도 변화합니다. 이런 지점이 게임과 메타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게임에서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만들어준 완제품을 게이머들이 이용하기만 하는 이른바 탑다운top-down 구조였죠. 이용자들은 프로그래밍된 대로 움직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고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즉 이용자들이 만든 콘텐츠가 결국 하나의 세상을 유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이른바 바텀-업bottom-up으로 구조가 변화한 것이죠. (233~234쪽.)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서도 메타버스가 나더러 뭔지 설명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물론 그게 전적으로 내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왜냐면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지는 중인 개념인 듯하기 때문이다. (지가 제대로 못 읽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놈...)
그러니까 이 책을 덮고 이만 끝.
...이 아니고, 그나마 할 줄 아는게 역사학 밖에 없다보니 이런 책도 역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책은 메타버스를 "실감기술을 매개로 물리적 실재와 가상의 공간이 결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39~40쪽.)로 정의한다. 즉, 지금까지의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와의 대척점 혹은 별개의 시공간이었던 것에 반해, 메타버스는 인간의 오감에 기반한 현실세계의 확장이라는 거다. 이처럼 인간의 오감에 기반한 확장이 가능한 것은 그에 걸맞는 기술적 진보 때문일 것이고.
그리고 이 책에서 지적한 코로나와,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흔히 거론되는 개인화 경향 등이 역설적으로 단절과 고립을 탈피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면서 메타버스의 추동력을 제공한 거라고 봐도 되겠다.
우리는 왜 메타버스에 열광할까요? (...)
먼저 가장 가까운 이유로는 시대적 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이죠. 전 세계를 잇는 항공편이 마비되었고, 한 나라 안에서도 사람들의 집합이 금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사람들의 모임도 줄어가죠.
하지만 사회를 기반으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은 이 같은 단절에 생각보다 취약합니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든,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인간은 결국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결국엔 메타버스 세상이죠. (106~107쪽.)
사실 이러한 변화는 메타버스 이전에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오프라인에서 친구에게 들이는 비용과 친구로부터 얻는 편익(동맹 혹은 정서적 지지)의 최적점('던바의 수')은 대략 150이라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던바의 수는 300 정도로 늘어난다는 연구(이재현, 2016)를 생각하면, 인간의 '사회적 관계맺기' 능력이 이미 변화한(즉, 두 배 가량 확장된) 셈이라고도 하겠다.
예전에 인문학협동조합에서 설강한 뉴미디어비평스쿨을 다 듣고 나서 내 나름대로 뉴미디어의 세상에도 소통과 연결의 욕구는 여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적이 있는데, 그러고보면 메타버스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힘 역시도 소통과 연결의 욕구 아니겠나 싶다.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인문학이 해야 할 일을 찾아야지 싶고.
이 무렵 출시된,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바타 서비스들의 특징은 '개인화'입니다. '누가 더 예쁜 아바타를 만드느냐, 누가 더 사람에 가까운 아바타를 서비스하느냐'의 경쟁은 끝난 것입니다. 온라인상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나를 닮았지만 또 다른 나'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241~242쪽.)
교정. 1판 4쇄
- 책 전체적으로 영어 표기를 손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대문자 표기가 전체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 고유명사와 일반명사 상관없이 첫 글자를 대문자로 한 것 같기는 한데, ①일반명사인데 첫 글자가 대문자가 아닌 경우, ②고유명사인데도 첫 글자가 대문자가 아닌 경우, ③고유명사(특히 브랜드)의 경우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표기하는 경우 등이 일관성 없이 종종 발견된다. 그리고 ④특별히 원어를 병기할 필요가 없는 일반명사인데도 원어를 병기한 경우, ⑤처음 등장하는 인명·지명인데 원어 표기가 없는 경우, ⑥두 번째로 등장했는데 원어를 (또) 병기하는 경우, ⑦약칭을 쓰기로 선언했는데 이후에 약칭을 쓰지 않는 경우 등까지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
36쪽 9줄 : 비영리 기술 연구단체 '가속연구재단ASF·Acceleration Studies Foudation'
53쪽 그림캡션 : 비영리 기술 연구단체 가속연구재단(ASF·Acceleration Studies Foudation) : 다음의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해서 수정해야 함. ①36쪽에 이미 약칭을 ASF로 선언하였으므로 53쪽의 표기를 ASF로 수정, ②36쪽과 53쪽의 표기를 통일하여 "비영리 기술 연구단체 '가속연구재단ASF·Acceleration Studies Foudation'"으로 수정.
130쪽 5줄 : P&S 인텔리전스Intelligence -> P&S 인텔리전스P&S Intelligence
132쪽 2줄 :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 글꼴도 수정해야 함.
161쪽 9줄 :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 : 영어 표기에서 이니셜이 앞에 나오는 경우와 뒤에 나오는 경우가 섞여 있음. 뒤에 나오는 경우는 아래와 같음.
293쪽 6줄 :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PB
299쪽 4줄 : 고객경험User Experience·UX
321쪽 밑에서 3줄 : 제네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GE
234쪽 1줄 : 바텀-업Botton-Up -> 바텀업bottom-Up : 233쪽 밑에서 4줄 "탑다운Top-Down"과 표기 통일.
246쪽 밑에서 3줄 : 개임 -> 게임
251쪽 3줄 : <리그오브레전드> -> <리그 오브 레전드> : 249쪽에는 띄어쓰기하였음.
272쪽 1줄 : 구글 밋업MeetUp과 ->구글 미트Meet와
272쪽 3줄 : 웨비나Web+Seminar -> 웨비나webinar·web+seminar : 무엇의 합성어인지 밝혀주면 좋겠음.
285쪽 6줄 : 메타버시티Metaverse+University -> 메타버시티metaversity·metaverse+university
300쪽 6줄 : 문제는 경험이야,바보야!It't the User Experience, stupid! -> 문제는 경험이야,바보야!It's the user experience, stupid!
309쪽 2줄 : 평범한 회사원이 나도 -> 평범한 회사원인 나도
335쪽 4줄 : 고객들의 패인포인트 : 무슨 말인지 모르겠음.
338쪽 6줄 :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
341쪽 2줄 : 가상 인플루언서 -> 338쪽과 341쪽의 표기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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