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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당신의 헤테로토피아 (김지율, 국학자료원, 202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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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당신의 헤테로토피아 (김지율, 국학자료원, 2024.)

Dog君 2024. 4. 3. 15:50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고향 진주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목에 쓰인 '헤테로토피아'라는 표현입니다. 지방의 작은 도시를 묘사하는데 이처럼 낯선 표현이라니요, 아니 뭘 또 이렇게까지... 싶은 마음도 듭니다. 저자 인터뷰를 찾아보니 저자는 헤테로토피아를 "현실에 존재하는 이상향의 '다른(heteros) 장소(topos)'라고 설명합니다. 설명을 들어도 알쏭달쏭하긴 마찬가지네요. ㅎㅎㅎ (이럴 줄 알았으면 철학 좀 공부해둘걸;;) 제가 이해한대로 좀 거칠게 정리하자면 '유토피아의 현실화된 버전'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고향'이라는 단어에 으레 (6시 내고향 같은 것을 떠올리며) '전통'이나 '토속' 등등의 의미를 이어붙였겠지요. 그러나 고향을 과거에만 연결시키는, 이런 식의 의미부여는 기실 무지의 소산일 뿐입니다. 현재를 살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 고향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이 책에서 말하는 진주는 저자가 나고 자랐으며 저자가 사랑하는 '나의 도시'이자, 지금 현재도 누군가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당신의 헤테로토피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가장 열심히 찾아 묻는 것은 이 도시의 가치를 만들고 꾸며가는 사람들입니다. 지역에 뿌리내린 서점의 관계자와 주단집 사장, 젊은 창업자, 극단 대표, 학술 연구자 등, 살아온 시간도 다르고 공간도 다른 여러 사람들이 각자 어떤 마음으로 진주라는 공간을 채워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에 이 책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일견 무질서해보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 더 '헤테로'한 구성도 없겠다 싶네요. ㅎㅎㅎ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진주에 내려가면 이 책에서 소개한 곳을 찾아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수십 년 되었다는 그 오랜 찻집에서 맥주 한 잔 마셔야겠고, 저녁에는 남강변에서 노을도 봐야겠습니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새벽장을 보고 오는 것도 좋겠지요. 그 모든 것이 누군가의 헤테로토피아라는 걸 잊지 않으면서요.

 

ps. 『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에서 느꼈던 아쉬움은 이 책을 통해 꽤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도 쏙 마음에 드는 만듦새는 아닙니다만, (오탈자가 꽤 많습니다...) 누군가 '새로 쓰는 진주이야기 100선' 같은 것을 기획한다면 이 책을 가장 크게 참고해야 할 겁니다.

 

  '천년고도의 도시' 진주는 먼 과거의 것들을 보존하는 당위와 언제나 그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이탈의 욕망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장소들에서 비롯되는 개인들의 내밀한 기억은 비슷하지만,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한사람의 삶이 묻어나는 장소에서 타인들과 소통하는 장소 그리고 약자들이 살아가는 장소들까지. 그 장소들은 시간이 지나면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사람과 더불어 삶을 극진히 사는 장소들을 '아름다운 헤테로토피아'라 이름한다. 말하자면 그곳에는 모든 것들이 당신을 향하던 순한 시간들이 있었고 내 안으로만 들어오던 오랜 기억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6쪽.)

 

  (...) 진주 곳곳에는 정겨운 곳이 많아요. 지역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시는데,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계절에 따라 좋아하는 장소가 다른 것 같아요. 봄에 물이 오를 때는 내동면과 대평면으로 이어지는 진양호 일주도로에 가요. 진양호 습지 물버들이 연둣빛으로 꽉 차오르는 것을 보면 왠지 나도 새로 태어나고 싶은 느낌. 여름에는 촉석루에 올라요. 남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낮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하고 눈 아래 펼쳐지는 남강과 도심 풍경에 멍하니 앉아있을 수 있어요. 가을이면 가좌동 경상대학교 단풍든 캠퍼스가 생각나요. 망경동 봉수대에도 자주 갔어요. 오후 다섯 시께 남강 윤슬은 반짝이고 6시가 넘어 천왕봉과 남강을 배경으로 노을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얘기하고 보니 남강을 바라보기 좋은 곳들이네요.
  하지만 겨울이면 진주중앙시장 새벽장을 가요. 시장이 서기에 좋은 계절은 봄가을이지만 겨울 새벽 추위에도 진주 인근지역에서 농사지은 것들, 삼천포 시장에서 떼온 생산들을 들고 컴컴한 새벽 4시부터 중앙광장에서 광미사거리로, 중앙광장에서 옛 동명극장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 전을 펼쳐요. 점포 상인들이 문을 여는 아침 9시까지 사고팔아요. 박재삼 시인의 '추억에서'가 수십 년이 지났는데, 그 시 속의 어머니들이 아직도 진주중앙시장 새벽장에 쪼그리고 앉아있어요. 이유를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진주중앙시장 새벽장은 제 마음이 가장 끌리는, 얘기하다보면 뭐라 말할 수 없이 눈물겨운 그런 장소인 것 같아요. (152쪽.)

 

  서점에 일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 좋아하는 책의 작가, 책을 읽고 대화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좀 더 입체적으로 책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책에 씌여진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씌여지고 있는 것을 읽는다"라고 박준상 철학자의 『빈 중심』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책은 그렇게 자기를 읽는 일이자 세계를 읽는 일인 것 같아요. 밖에 있는 이야기를 안에서 받아쓰는 일. 받아쓴 내면의 문장으로 세계를 다시 읽고 고쳐 읽을 수도 있구요. 아직 모르는 일, 알 수 없는 일, 알고 싶은 일, 어쩌면 영영 알 수 없는 일들 앞에서 귀를 기울이는 일, 안경을 고쳐쓰는 일이 책을 읽는 일이 아닐까요? (227~228쪽.)

 

교정. 초판 1쇄

51쪽 사진캡션 : 직후의진주극장 -> 직후의 진주극장

56쪽 3줄 : 좀 해주세요 (인쇄가 이상함)

59쪽 사진캡션 : 1930년 무렵의 진주좌 재현모습 -> 1937년 새롭게 개관한 진주극장 재현모습

61쪽 사진캡션 : (출처: 『아사히그래프』, 개인소장) (출처가 책이면 책이고 개인소장이면 개인소장이지 저 둘이 같이 있는 것이 무슨 뜻인지 확실치 않다.)

71쪽 2줄 : 예술중심현장(art center hyunKang) -> 예술중심현장(Art Center Hyunjang)

81쪽 밑에서 8줄 : 경영학과 졸업했다 ->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24쪽 사진캡션 : 성내(1남성동) -> 진주성내(남성동)

135쪽 사진캡션 : (사진, 진농관) -> (출처: 진농관)

149쪽 진주난봉가 인용 부분 : 삭제

153쪽 밑에서 7줄 : 2005년~2007년 -> 2005~2007년

158쪽 2줄 : 드리마 페스티벌 -> 드라마 페스티벌

171쪽 밑에서 3줄 : 세계적으로 현대축제가 시작된 이후 70여 년 동안 수상자의 기록을 남긴 것은 현재에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므로 인류문화유산으로서도 보존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개천예술제 70년의 기록물이고 대중들 앞에서 낭독한 서제문입니다. (어색한 문장)

218쪽 사진캡션 : 2019년 9월에 시작한 리모델링은 2020년 7월에 재개관했다. (어색한 문장)

222~233쪽 : (이 인터뷰에만 유독 볼드체가 들어가 있음)

225쪽 밑에서 2줄 : 진주문고 입사해 -> 진주문고에 입사해

226쪽 밑에서 1줄 : 책'은 자신에게 -> '책'은 자신에게

228쪽 6줄 : 책, 책을 읽는 일이 -> 책을 읽는 일이

253쪽 3줄 : 66살인데 -> 60살인데

261쪽 9줄 : 멋부르고 -> 멋부리고

263쪽 밑에서 5줄 : 누에, 고치를 -> 누에고치를

269쪽 3줄 : 티베트에서는 산에 시신을 옮겨 놓고 독수리 먹이가 되게 하는 천장(天葬)이, 일본은 화장(火葬)이 또 어떤 나라들은 조장(鳥葬)과 수장(水葬)의 문화가 있다. (티베트의 장례를 '천장' 혹은 '조장'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티베트의 장례를 천장이라고 하고 다른 나라에 조장이 있다고 하면 의미가 이상해진다.)

283쪽 밑에서 3줄 : 핸리 데이브드 소로우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299쪽 인터뷰이 소개 : 김형점(金炯点) -> 김형점

299쪽 인터뷰이 소개 : (다른 소개는 모두 문장형으로 되어 있는데, 이 소개만 명사의 나열로 되어 있다.)

320쪽 밑에서 2줄 : '도한屠漢' -> '도한(屠漢)'

329쪽 7줄 : 하였다 -> 하였습니다

331쪽 5줄 : 역사진주 시민모임에서는 -> 역사진주시민모임에서는

332쪽 6줄 : 1896년 을미의병 -> 1895년 을미의병

373쪽 1줄 : 레지던시 (작가 상주 프로그램) -> 레지던시(작가 상주 프로그램)

377쪽 4줄 : 챕트 -> 챕터

379쪽 3줄 : 김운하선생님을 -> 김운하 선생님을

381쪽 6줄 : 김지율선 생님은 -> 김지율 선생님은

416쪽 사진캡션 : 1910년대 진주는 마산, 하동, 삼천포, 의령, 상주행이 주요 도로였다. (어색한 문장)

전체적 : 사진의 화질이 떨어진다. 특히 213쪽은 캡션이 이미지에 포함되어 있는데 읽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낮다.

전체적 : 사진 캡션의 글꼴이 통일되어야 한다.

전체적 : 출처표기방식을 통일해야 한다. 그리고 출처로 "진농관"을 쓰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전체적 : 꺾쇠나 따옴표 등 기호의 사용방식을 통일해야 한다. 예컨대 어디서는 도서를 『』로 표기하다가 또 다른 곳에서는 〈〉로 표기한다. 영화나 전시 명칭 등도 기호를 통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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