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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괜히 울적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간 뭘 했는지도 모르겟고,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는 순간순간, 팔 한 쪽 정도를 잘라내거나 혹은 그 이상의 생각도 든다. 2. 우울병이 도졌구나 싶다. 잊을만하면 늘 이렇다.
1.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결기를 품었던 적이 잠깐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고 그 이후로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지났다. 그때 가졌던 결기도 조금씩 깎여나가고 지금은 남은 것이 얼마 안 되지만 그 중 얼마라도 남겨보려고 아둥바둥한다. 처음에는 '아이, 이게 뭐얔ㅋㅋ'하면서 손발 오그라드는 마음이었지만, 책장 덮을 즈음에는 울컥했다. 2. 어떤 사람은 (그때부터) 냉소적으로 비웃고, 또 어떤 사람은 그런 일도 있었던가 하는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건 다 엄연히 있었던 일들이다. 희화화하지도 낭만화하지도 않은 채로 다른 사람의 글을 빌어 그날들을 돌아보고 싶었던 작은 욕심을, 추석날 고향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채웠다. 후일담 문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시절이지만, 내가 보고 겪었던 것..
1. 3.11은 나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유학 가보겠답시고 되지도 않게 영단어를 끄적이던 때였는데, 내가 결국 영어 공부를 접고 유학 꿈까지 접었던 것에 3.11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피똥싸면서 공부하는게 다 무슨 소용이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런데, 이번 지진 재해를 계기로, 저온세대로 불리는 청년 세대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과 진검승부에 나섰다.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은, '언제 지진 재해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러힉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거기에는 사회적 지위나 돈에 구애되지 않는 삶의 방식도 전제가 되어 있다. (p. 48.) 2-1. 그보다 꼭 10년 전에 일어났던..
1. 사랑! 연애! 차양준은 카페 입구에 서서 계속 촬영 장면을 지켜보았다. 송미의 몸이 가렸다가 보였다가 했다. 송미의 몸과 얼굴을 보려고 일부러 서 있는 위치를 바꾸지는 않았다. 조명기와 마이크 사이로 송미의 얼굴이 나타났다. 송미는 눈을 감고 있었다. 고통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송미가 눈을 떠서 차양준을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송미는 입을 반쯤 벌리고 신음을 내뱉으면서 차양준을 보고 있었다. 차양준은 고개를 돌려야 할지 계속 보고 있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송미가 차양준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차양준은 자신의 머릿속 한 부분이 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흐릿하고 커다랗던 하얀색은 조금씩 작아지더니 단단하게 응축되었다. 차양준은 송미의 탁구공이..
제임스 팔레(James Palais, 1934~2006)라는 사람이 있다. 1950년대에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것을 인연으로 한국학 공부를 시작한 이래로 오랫동안 미국의 한국학계를 주도했고 존 던컨, 브루스 커밍스 같은 쟁쟁한 학자들을 길러내기도 했다. 사하라사막에 고비사막을 더하고 시베리아에 툰드라까지 곱한 수준으로 척박한 미국의 한국학계 사정을 생각하면, 그가 거둔 학문적 성과가 결코 적지 않다고 하겠다. 제임스 팔레가 했던 여러 주장 중 하나가 '한국은 역사적으로 노예제 국가'라는 건데, 이게 참 논쟁적인 주장이다. '노예제'라는 레토릭이 좀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노비가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인구비율도 꽤 높았으며 귀족이나 양반층의 힘이 강해질수록 그 비율이 상승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