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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문해력이 어쩌고저쩌고 말들이 많습니다만, 단군 이래로 요즘만큼 글을 많이 읽는 때도 없을 겁니다. 당장 우리의 일상이 SNS와 단단히 달라붙어 있고, 스마트폰으로든 컴퓨터 모니터로든 틈만 나면 뉴스 보고 커뮤니티 게시글도 보잖습니까. 이런 일상이 가능해진 것은 다 한글이 '활자화'된 덕분입니다. 그런데 한글을 '활자화'한다는 것은 단지 글자를 먹(잉크)으로 종이에 쓰던 것을 활자로 바꾼다는 정도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낱글자를 줄줄이 이어놓기만 하면 되는 알파벳이 불과 스물몇개 하는 활자만 있으면 되는 것에 비해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무한히 조합해야 하니 (경우의 수가 11,172라던가요...) 이게 말처럼 간단할리가 없습니다. 김태호의 '한글과 타자기'는 그 어려운 일이 어떤 과..
연구자 열 중 아홉은 '역사의 쓸모'라는 제목에 위화감을 느낄 겁니다. '역사'와 '쓸모'를 연결시키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쓸모'라는 말은 '시장에서의 가치'라는 의미로 통용되기 마련인데, 역사학을 논할 때 시장가치라는 잣대는 썩 좋은 도구가 아닙니다. 역사학(을 비롯한 기초학문들)이 겪고 있는 작금의 위기가 학문에 대한 시장화 압력에서 시작된 측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역사'와 '쓸모'가 완전히 별개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쓸모도 없는 학문을 왜 공부하냐' 같은 질문에 대한 답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구요.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또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는 학문이라면, 그게 취미생활과 뭐가 다를까요. 대학원 다닐 적에 자조적으로 했던 '노동으로..
10년쯤 전 지역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몇 가지 사정이 이어지면서 그 결심은 이루기 어려워졌지만 지금도 틈틈이 진주의 역사에 대해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곤 합니다. 제가 지역사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주요한 계기 중 하나는 1998년 진주문화원에서 펴낸 『진주이야기 100선』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공룡시대 화석 발견지부터 임진왜란과 3.1운동의 기억은 물론 현대사의 현장까지 100개의 키워드로 담아낸 진주의 역사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진주에서 나고 자랐고 역사 공부를 직업으로 삼은 저조차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기에 지금도 종종 들춰보는 책입니다. 저만 이런 것도 아닙니다.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숨겨진 명저로 꼽히지요. 하지만 간행되고 시간이 많이 지..
'서울리뷰오브북스' 11호를 읽었습니다. 작년 가을호를 이제서야 읽었네요;; 고백하자면, 서울리뷰오브북스를 읽으면서 살짝 피로감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서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피로감 같은 것이 있는데, 서리북도 그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필자 섭외나 책 선정은 물론이고 글의 구성에서도 그런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호마다 기획이 충실해서 독자로서 참 기쁩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덕후라서 그런가, 이번에도 역시 박훈의 역사책 서평에 가장 먼저 손이 갑니다. 갑오개혁 관련 연구서라면 저도 대학원 과정 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오래된 책이라는 말인데, 신간 위주로만 짜여진 서평 문화에 은근히 거부감이 큰 저로서는 일단 반가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