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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고향 진주에 관한 책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목에 쓰인 '헤테로토피아'라는 표현입니다. 지방의 작은 도시를 묘사하는데 이처럼 낯선 표현이라니요, 아니 뭘 또 이렇게까지... 싶은 마음도 듭니다. 저자 인터뷰를 찾아보니 저자는 헤테로토피아를 "현실에 존재하는 이상향의 '다른(heteros) 장소(topos)'라고 설명합니다. 설명을 들어도 알쏭달쏭하긴 마찬가지네요. ㅎㅎㅎ (이럴 줄 알았으면 철학 좀 공부해둘걸;;) 제가 이해한대로 좀 거칠게 정리하자면 '유토피아의 현실화된 버전'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고향'이라는 단어에 으레 (6시 내고향 같은 것을 떠올리며) '전통'이나 '토속' 등등의 의미를 이어붙였겠지요. 그러나 고향을 과거에만 연결시..
범상하게만 보았던 소주를 학술적으로 다룬 책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소품이지만 그 범상한 쐬주 한 잔도 수천년의 역사가 누적되어 있으니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는 그 중에서도 (물론 방송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燒酒'와 '燒酎'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은 다시금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두 단어는 흔히 증류식과 희석식의 차이로 설명됩니다. 희석식은 근대에 개발된 연속증류법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이것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燒酎'라는 표기도 우리의 언어생활에 들어온 것이죠. 그러니 '燒酒'와 '燒酎'의 구분에는, 지금 우리가 흔히 마시는 값싼 희석식 소주는 전통식으로 만들어진 증류식 소주와 다르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셈입니..
무엇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만큼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 해도)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도 드물 겁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그 숭고함과 아름다움 덕분이겠지요. 이 무시무시한 도구들을 대령하자마자, 두 남자는 나를 붙잡고 거칠게 옷을 벗겼다. 말했던 대로, 내 두 발은 바닥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래드번은 나를 끌어당겨 벤치 위로 엎어지게 했고, 내 손목의 쇠고랑 위로 무거운 발을 얹고는, 손목 사이를 고통스럽게 바닥에 짓눌렀다. 버치가 노를 들고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벌거벗은 내 몸 위로 연거푸 타격이 이어졌다. 무자비하게 휘두르던 팔에 힘이 빠지자, 그는 매질을 멈추고 아직도 내가 자유인이라고 주장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러고 나면, 가능한 만큼 아까보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고 미궁을 도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리아드네의 실 덕분이었습니다. 미궁 속으로 들어가면서 풀어둔 실타래를 다시 거꾸로 밟아나오면서 미궁을 탈출한 것이지요. 들어간 길을 그대로 복기할 수만 있다면, 제아무리 복잡한 미궁도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모니까의 『DMZ의 역사』는 말 그대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의 역사를 다룹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영국이 남북 양측의 완충지대를 설정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비무장지대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한국전쟁에서 영국은 일단 확전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영국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가치가 낮은 한반도 때문에 굳이 전력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영국의 이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