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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정찬 소설 속에서 '현재' 혹은 화자가 몸담고 있는 시간/공간은 늘상 부정적이다.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억압적이고 이해심이 없으며 둘러싼 조건들은 사람들을 억누르기만 할 뿐이라서, 그 모순된 현실은 언제나 부정되거나 극복되어야 할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1-2. 정찬 소설 속에는 대개 시간/공간이 하나쯤 더 등장한다. 액자식 구성 혹은 단순하게 병렬하는 식으로 배치되는 그것은 현재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거나 화자가 놓인 시간/공간을 해석하기 위한 레퍼런스인 경우도 있다. 2. 최근 몇 권의 책에서 정찬은 부쩍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 '광야'에서 5월 광주를 다룬 것 정도를 넘어서, 이번 소설집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나 용산참사, 굴뚝농성 등을 직접적으로 끌어온다. 꽤 오래 전..
1. 한때는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1인분씩의 하늘과 그늘을 가지고 살고, 딱 그만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나의 하늘과 그늘을 바꾸는 것은 나의 몫이다. 허삼관네 가족은 이날부터 새벽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옥수수죽을 마시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말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침대에 누워서 보냈다. 움직이면 바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오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없이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자며 세월을 보냈다. 허삼관네 가족은 한낮부터 밤까지, 또 밤부터 한낮까지 잠만 자며 그해의 십이 월 칠 일을 맞았다. 그날 밤 허옥란은 옥수수죽을 평소보다 한 그릇을 더, 그것도 훨씬 걸쭉하게 끓였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남편과 ..
1. 헌책방에서 골라든 얇은 소설. 원작은 1964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니 발표되고도 꼬박 50년이 지난 소설이다. 연인이었던 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지 오래지나지 않은 어느 하루 동안 조지가 겪는 일들을, 조지의 시선에 따라 그려냈다...라는 것이 가장 간단한 정리 되겠다. 2-1. 결론부터 말하면 '좋다'. 나는 소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소설의 소설로서의 매무새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주인공 조지가 나랑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감정이입 참 많이 된다. 2-2. 사고로 잃은 연인의 부재에 힘들어하고, 오랜 친구의 술기운을 빌린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한편으로, 미소년 케니에게 은근한 연정을 품지만, 정작 케니에게는 그런 마음이 들킬까봐 소심하게 굴고(서점 장면은 압권이다), 단둘이 만났을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