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9 (3)
Dog君 Blues...
스무살이 넘은 한국 청년은 으레 한번쯤 술독에 빠진다. 천성적으로 술을 아주 싫어하거나 알콜분해능력이 아주 낮다면 모를까 20대의 첫 몇년동안 술 앞에서 (되지도 않는) 객기를 부리는 것으로 일종의 성인식을 치른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돈 없는 대학생에게 술만큼 값싸게 하룻밤 즐길 수 있는 것이 또 없었으니까. 술이 술을 부르다 못해 소주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 지경이 되도록 술을 퍼마시며 치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렇게 알콜에 찌들어 있는 와중에도, 단 한가지만큼은 술에 관해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목이 마를 때 맥주 생각이 난다는 말. 나도 잘 안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난 다음에 들이켜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이 얼마나 시원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증이 날 때 맥주가 가장 먼저 떠..
1-1. 제목이 『제국의 기억, 제국의 유산』이니까, 일단 내 기억 속 ‘제국’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 ‘제국’이라고 했을 때는... 음...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언덕의 도시에서 시작해 몇 차례의 전쟁을 거치며 지중해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크기로 성장한 로마제국... 음... (나는 한 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한참 빠졌었다. 1판 1쇄를 구한답시고 온 시내를 다 돌아다녔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면 흑역사지만.) 몽골초원의 작은 평범한 유목민족이 인류사상 최대의 포텐을 터뜨리며 유라시아 전체를 호령했던 몽골제국... 음... (몽골제국에 대해서는 예전에 잭 웨더포드의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를 읽었다.) 로마제국과 몽골제국은 반복..
내 십자수에는 철칙이 있다. 절대로 결과물을 소유하지 않는 것. 취미생활에 무슨 철칙까지 세우며 요란을 떠냐고 한소리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철칙’이라는 것이 일부러 만든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껏 십자수를 해오면서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에게 다 선물로 줘버린 탓에 생긴 습관에 가깝다. 이런 습관이 생긴 것은 무엇보다 실용적인 이유가 크다. 십자수로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이라는게 기껏해야 쿠션이나 시계, 액자 정도인데, 그걸 다 내가 꾸역꾸역 갖고 있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당장 내가 못 버틴다. 1년에 4개 정도를 완성한다고 치면 내 방에는 매년 시계와 쿠션과 액자가 하나씩 추가된다는 뜻이다. 십자수 쿠션과 십자수 시계와 십자수 액자가 막 서너개씩 있는 노총각의 방... 아, 그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