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冊나부랭이 (436)
Dog君 Blues...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동아시아에서 확인되는 반일(안티재팬) 정서를 들여다 볼 때는 불완전한 탈식민화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작금의 반일정서는 식민지 체제의 유산이 완전히 와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 때문에 국가권력에 의해 조장되고 동원된 측면도 있다는 것이죠. 저자는 동아시아 각국의 문화콘텐츠를 통해 불완전하게 해체된 채로 미국에 의해 재편된 식민지 질서를 읽어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탈식민화'의 의미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은 탓에 책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공허하거나 헛돈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에 『우리 안의 친일』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리가 아직 식민지의 유산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저자의..
서리북은 받을 때마다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책 한 권으로 즐기는 지적 호사." 늘 그러하듯 이번 호에도 괜찮은 책에 대한 괜찮은 서평이 그득합니다. 더욱이 이번 호 특집은 '베스트셀러'라서 특히 더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살만한 서평이 많습니다. (기획 조오타-)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으레 그러하듯 여기저기 읽었다는 사람은 많고, 책을 둘러싼 말들도 많은데, 정작 각 잡고 제대로 쓴 서평은 흔치 않지요. 이번 호에서 다룬 베스트셀러는 다른 분들도 많이 읽으셨을테니 이번 호만큼은 특히 더 사서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박사하기'나 '태권V와 명랑소녀 국민 만들기'는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고 간단한 독후감을 남긴 적이 있는 책이라 이 또한 반가웠습니다. 그나저나 요 아래의 인용문..
문재인 前 대통령의 추천으로 유명세를 탄 책입니다. 저도 그 때문에 책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읽으려고 보니 약간 놀랐습니다. 일단 너무 두꺼웠고(600쪽 넘...) '짱깨주의'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의외였습니다. 그냥 '혐중정서'나 '반중의식' 정도로 해도 될텐데 이렇게 선정적인 표현을 제목에까지 집어넣었나 싶었거든요. 하지만 '짱깨주의'는 단지 선정적이기 때문에 고른 것이 아니라 저자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정교하게 반영된 결과입니다. 저자는 '혐중정서'나 '반중의식'으로는 작금의 對중국 정서를 온전히 포착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자가 보기에 지금의 對중국 정서를 단지 특정 국가나 민족에 대한 반대정서 정도가 아니라 더 큰 맥락 속에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즉, 짱깨주의는 중국에 대한 ..
켄 리우의 단편소설 「송사와 원숭이 왕」(『종이동물원』에 수록)의 주인공 '전호리'는 양주 대학살 사건을 노래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이 사건을 영원히 기억(전승)하기 위해서죠.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 그리고 그걸 견디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간 호랑이가 등장하는 단군신화는 흔히 하늘, 곰, 호랑이를 각각 토템으로 했던 부족 간의 연합과 분열의 역사로 해석됩니다. 신화학자와 역사학자는 북유럽 신화에서 흔히 발견되는 거인족의 존재를 두고, 체구가 컸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와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했던 호모 사피엔스의 기억이 반영된 결과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전호리의 노래와 단군신화와 북유럽신화의 공통점은 노래와 신화라는 형식으로 기록된 '이야기'라는 ..
일단 불만부터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누구나 역사를 말하는 시대에 과거와 마주하는 법'인데요, 저로 하여금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우 강력한 낚시바늘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분과학문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작금의 시대에, 그래도 순수학문의 낭만 한 조각을 힘들여 갈파할 것만 같은 제목 아닙니까. 그래서 제목만 봐서는 이 책에는 뭔가 굉장한 '역사학 선언'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거창한 내용은 없습니다. 엄숙한 선언도, 굉장한 선동도, 없습니다. 이 책은 그저 역사학이란 어떤 학문인가에 대한 어느 역사학자의 담담한 자기성찰 내지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학의 일반이론을 말하고 있지만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라고 말하기..
이 책에 대한 저의 감상을, 어떻게 주절주절 길게 쓰겠습니까. 앞으로 좀 더 짧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은 글을 써야할텐데요... (그냥 짧게만 쓰는거라면 이미 잘 합니다만...)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 우리에겐 서로를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 사회적 단서가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네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했던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화려한 단어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반복한다. (69쪽.) ① 우리는 셰프다. 스마트 브레비티의 '스마트'는 선택에서 온다. 독자들을 위해 선택지를 좁힘으로써, 그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갈망하게 만들 수 있다. 글쓰기는 ..
죄의식과 역사적 책임감에 줄곧 천착한 정찬이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2차 대전기 일본군의 전쟁범죄입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어떻게든 역사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되겠나, 하는 식의 체념도 느껴집니다. ('광야' 같은 데서 느껴지던 분노와 절규와 결기가, 솔직히 말해 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훨씬 더 편합니다.) 사실 정찬의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힘듭니다. 자고로 소설이란 이야기고, 이야기란 흐름에 따라 술술 넘어가야건만, 늘 고뇌하고 자책하는 정찬의 글에는 그런 무난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덮고 나면 꼭 무슨 장거리달리기를 한 것마냥 체력을 소모한 느낌도 듭니다. 더욱이 이번 소설에서는 방법은 제시하되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는 체념 같은 것이..
싸움구경이 재미있는 것은 독서도 마찬가지여서 하나의 쟁점을 두고 양측이 벌이는 논전만큼 읽기 즐거운 글도 드물죠. 하물며 그 대상이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추천했던 책이라면야!! 하지만 재미있게 책을 읽다가도 책을 덮을 즈음에는 약간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재미있고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좀 읽었다는 셀럽들도 한결같이 추천했는데, 정작 역사학자들이 이렇게 정색을 하고 반론을 펼친다니요. 그럼 '선한 천사'를 재미있게 읽은 우리는 뭐가 되는 걸까요. 이런 것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그 책 좋다고 읽었나, 우리는 왜 이렇게 비판정신이 부족한 걸까, 싶어서 괜히 혼자 민망하기도 듭니다. 사실 비전공자 독자라면 누구나 그런 불안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거 참 재미는 있는데, 역..
겉보기에는 두 사람의 공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널리스트인 나카무라 일성이 다나카 히로시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다나카 히로시는 일본-아시아 관계, 일본의 전후 보상, 재일외국인 등을 연구한 일본의 경제학자로, 그는 이 책에서 자이니치在日 문제에 대해 그가 오랜 시간 관여하고 연대했던 경험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책은 형식은 인터뷰집이지만 실제로는 자이니치의 투쟁사鬪爭史를 정리한 역사책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향후에 자이니치의 역사에 관해 공부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볼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자이니치의 역사에 관해서 우토로 마을이나 조선학교, 지문날인 거부운동 정도만 조금 들어 알고 있을 뿐이지 이런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뒤 일본 ..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뭐라도 운동 하나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무감 비슷한 것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동신경이 거의 없다시피 한 사람인지라 어떤 운동이 저에게 맞고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가장 적은 시간과 비용, 의지가 필요해 보이는 운동으로 선택한 것이 달리기였습니다. 일부러 돈을 들여 전용 신발을 사고 어플로 달리기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지 벌써 한참이 됐습니다. (물론 중간에 1.5년 정도 쉬었습니다;;) 그러다가 애초의 취미였던 독서와 달리기가 조금씩 달라붙기 시작했고, 이제는 달리기에 관한 책이 눈에 띄면 어지간하면 사고 마는 지경이 됐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가쿠타 미쓰요의 『어느새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