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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첫 대회 출전. 원래는 지난 10월 9일 대회에 출전했어야 하지만, 그날로 예정된 대회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연기된데다가 나도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면서 대회 출전이 오늘까지 미뤄진 것. 출전 대회는 2018 러너스 레이스(Runner's Race)이고 종목은 하프. 뚝섬유원지에서 출발해서 강동대교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코스. 내심 걱정을 좀 했다. 지금까지는 계속 혼자서 뛰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뛰는 대회라면 내 페이스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별 생각없이 다른 사람 따라 가겠다고 페이스를 오버하면 절대로 안 된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앞지르고 싶은 승부욕이 있을텐데, 장거리 달리기에서 가장 쓸데없는 감정이 승부욕이다. 괜한 승부욕 때문에 페이스 오버하면 어우, 야....
“이 책은 다른 학술서적과 달리 광장의 한복판에서 출발했습니다.” 1. 이 책의 첫 문장은 위와 같다.(앞에 붙은 간단한 자기소개는 빼고...) 이 책이 세상에 던지는 이 일성一聲이, 아마도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소설만 첫 문장이 중요한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광장’이란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그 일련의 행동들을 말하는 것일테고,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젊은 역사연구자들의 실천을 지칭할테다. 당장 이 책을 기획한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가장 중요한 구심으로 삼기도 했고 말이지... 그런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의 탄생을 바라보면서 나는 심정적으로... (삐-) 여기서부터 자체삭제 2-1. 역사학계는 왜 한 목..
그렇겠지. 말이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나? 단어 같은 것 말예요? 글쎄. 그러니까 사람이 하는 말을 말이 알아들을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존 그래디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물방울이 유리창에 맺혀 있었다. 박쥐 두 마리가 마구간 빛 속에서 사냥을 했다. 아뇨. 하지만 사람이 한 말의 의미는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는 박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렌을 바라보았다. 제 느낌으로는요, 말이 걱정하는 건 주로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이지 싶어요. 그래서 말은 내가 보이는 걸 좋아하죠. 그게 안 되면 내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하죠. 내가 말을 걸어 주면 자기가 모르는 다른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보나? 그럼요. 아저씨는요? 나도 그래. 하지만 흔히 그렇지 ..
하프 완주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사실 하프 완주가 쉬운 일은 아니다. 몸에 부담이 꽤 많이 간다. 첫번째 완주 때 왼쪽 다리가 엄청 아팠던 것을 시작으로 한동안 다리가 아파서 뛰기가 힘들 정도였다. 심할 때는 5km 정도만 뛰면 도무지 뛸 수가 없는 지경이 되고 막 그랬다. 충분히 쉰 다음에 두번째로 완주할 때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다음에도 조금만 무리한다 싶으면 통증이 도졌다. 이대로면 하프 완주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아서 내심 많이 불안했다. 그러던 중 나는 미국 출장을 떠났고... 사실 출장에서까지 달리기를 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낯선 나라에서 유난을 떨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쿠타 미쓰요의 책에서 출장 때의 달리기에 대해 읽고 나서는 나도 그래봐야겠다는 ..
1. 가뜩이나 소설을 잘 안 읽는데, SF(미국에서는 Sci-Fi라고 쓴다카더라) 소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나는 헌책방에서, 왜 하필이면 이 책을 골랐을까. (심지어 초판은 1993년에 나온 책이다.) 2.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에는 SF 소설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국민학교 도서관에 있던 학원출판공사판 공상과학소설 전집을 무척 좋아했다. 전집이라기에는 빠진 것이 너무 많았지만(몇몇은 발췌번역이라고;;;), 그때는 뭐 그런거 누가 신경이나 썼나. 존 윈덤의 ‘트리피드 침략’과 존 크리스토퍼의 세다리(tripod) 시리즈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도 좋은 기억이라 수소문 끝에 몇 년 전에 이 전집을 구하기도 했고(완벽한 전집은 아니다), 세다리 시리즈도 원서로 ..
유모차 할머니라면 나도 얼굴을 알고 있었다. 새벽, 신문이 올 시간이면 어김없이 유모차에 의지해 공장단지로 폐지를 주우러 가는 할머니. 눈썹 끝에서부터 귓불 근처까지 검버섯이 피어 있는 할머니 유모차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뚱뚱한 할머니. 아니, 그러면 그 할머니 통해서 연락하면 되잖아? 아무리 사채업자라도 돈이 두 번 들어간 거까지 나 몰라라 하진 않을 거 아니야? ‘란 헤어센스’ 여사장 말에 ‘참좋은 마트’ 사장이 담배를 꺼내물면서 대답했다. 관리소장 말이 할머니도 아들 연락처를 모른대요. 한 사 년 전인가, 설날에 잠깐 얼굴을 비친 이후론 코빼기도 안 보였대요. 뭐 교도소에 갔다는 말도 있고, 경찰에 쫓기는 중이라는 말도 있고...... 아이고, 그러니까 더 안타깝다는 거 아니에요. 저 남자도..
어제 역사학대회 자유패널에서 발표를 했다.본격적인 학술연구는 아니고 시론에 가까운 글이라서 부담이 적기는 했지만, 그래도 글은 글이라서 꽤 골치를 썩기는 했다. 이번 달에 했어야 한 3번의 발표를 다 끝냈고(다 다른 주제였다!)방송대본은 3개를 썼다.(셋 다 녹음 전이다) 그것 때문에 10월 내내 걱정이 많아서 잠도 잘 안 오고 막 그러더라. (역시 나는 공부와는 안 맞는 인간이구나)이 정도로 한숨 돌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음 주에 떠날 출장 준비가 아직 남아있다. 오늘따라 나를 긁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냥 바빠서 예민해진 탓일까. 평소 같으면 그냥 허허 웃고 넘어갔을,생면부지의 사람이 무심코 행하는 무례함이라거나고객응대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카페 점원이라거나 하는 일들. (프랜차이즈의 장점 중 하나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흐리멍덩하게 살아온 인생이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삶의 원칙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다. 그 중 하나가 '계획을 세우지 말(고 그럴 시간에 그냥 그것을 하)자'다. 어차피 계획 세워봐야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 거, 그냥 흘러가는대로 하는 것이 차라리 더 생산적이라고 믿는다. 돌이켜보면 뭔가 의식적으로 의도한 것보다는 우연적인 것이 내 삶을 더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원칙이 '인생은 운빨'이다.) 그래서 굳이 나는 내 인생을 내 결정에 의해서만 좌우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시세에 맞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되,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그냥 운과 우연에 맡기는 것도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