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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0. 책의 안에 대한 이야기를 앞에서 했는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있다. 1. 『역사의 역사』가 비판받아 마땅한 점은 내가 열거한 것 외에도 얼마든지 더 많을 것이다. 나 같이 멍청한 연구자가 그저 일독을 했을 뿐인데도 저 정도로 걸려 나오니, 사학사 방면으로 빠삭한 분이 보시면 또 얼마나 더 나오겠는가. 글타. 『역사의 역사』 하나 비판하는 거, 쉽다. 2. 문제는 그 다음이다. 뭐가 틀렸는지 명확하니까 안티테제는 단단하게 세울 수 있는데, 그 다음이 뭐냐는 거다. 『역사의 역사』의 대체물로서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얼마 전에 읽은 『새로운 역사학의 명저를 찾아서』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 독자를 위해서 쓰인 것이기 때문에 한국 독자에게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많다. 물론 ..
0-1. 유시민이 『역사의 역사』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은 복잡하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야 불만이 가득하고, 그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자면 얼마든지 물고 늘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의 역사』가 이상하게 보이는게 어디 나한테만 그렇겠나. 당장 『기획회의』 471호에 실린 「유시민이 예능에 몰두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강양구는 『역사의 역사』가 여전히 80년대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최근의 연구성과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거하게 비판했다. 그 글의 내용에 거의 전적으로 동의한다. 0-2. 하지만 그것만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책의 안과 밖을 나누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책의 안'이라 함은 책의 내용에 대한 내 나름의 비판일 것이고..
2018년 9월 8일 일요일 아침 달리기.평균 페이스 : 5분 8초운동 시간 : 1시간 28분 59초 달리기는 온몸을 다 쓰는 고강도 운동이기 때문에 달릴 때마다 본의 아니게 내 몸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이 정도 이야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만, 넉 달 가까이 실외 달리기를 하고 나니 저 말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도 같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몸에 무리는 주는 것은 거리도 시간도 아니고, 속도인 것 같다. 평소보다 좀 더 길고 멀리 뛴다고 해서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데, 속도를 높이면 곧바로 몸에서 반응이 온다. 주중에 트레드밀에서 달릴 때 빡세게 달리겠답시고 마지막 1~2분 정도 14~15km/h 정도로 속도를 확 끌어올릴 때가 가끔 있는데 두세 번만 이런 식으로 무..
1. 저널리즘과 역사학은 닮은 점이 있어 보인다. 텍스트 생산을 독점하면서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SNS와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 각자 나름의 대답을 내놓는 중인데, 그런 와중에 골라든 책. 2.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100쪽 안팎인데, 장과 장 사이의 공백이나 앞의 차례나 속표지에 몇 페이지 떼어준 것까지 빼면, 좀 길게 쓴 논문 2~3편 정도 길이 밖에 안 된다. 그러다보니 주장은 있으되 구체적인 사례나 논증이 약간 부족해서, 독자 입장에서는 좀 더 설명을 들었으면 싶은 느낌이 든다. 주장은 명확한데, 지면이 부족해서 충분히 설명을 못 들은 느낌이랄까. 저자가 내 앞에 있다면 물어보고 ..
1.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이고 에세이고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런 글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요즘처럼 달리기가 재미있을 때 읽으니, 책도 덩달아 재미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서 재미있는 걸지도...) 2. 네, 차곡차곡 쌓아가는 성실함과 시간의 힘. 저도 믿습니다. 강한 인내심으로 거리를 쌓아가고 있는 시기인 까닭에, 지금 당장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그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구구절절이 다 쓰기 귀찮아서 지난 근황에서는 넘어갔는데, 사실 15km 주파에 성공했던 8월 18일에 부상을 당했다. 햄스트링 부상이라거나 족저근막염... 같은 게 전혀 아니고,왼쪽 겨드랑이가 쓸렸다...;;; 몸통에 상처가 난 것을 보니 왼쪽 팔뚝에 차는 암밴드에 쓸린 것 같은데,쓸린 상처가 대개 그러하듯 겁나 신경쓰이고 아프다.암밴드를 처음 찬 것도 아닌데, 왜 하필 오늘 쓸렸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다음 날인 8월 19일에는 몸통의 상처에 밴드를 붙이고 (3개나...) 달렸더니이번에는 팔뚝이 쓸렸다. 이건 또 뭐지... 겨드랑이에 암세포라도 달라붙었나. 그래서 주말 내내 쓸린 상처가 아팠다는 이야기. 아니, 뭐 달리다가 생긴 부상이면 관절이 나간다거나 그래야 하는 건데,쓸리는 상처는 처음 ..
아침 날씨가 부쩍 시원해졌다.달리기 딱 좋은 날씨가 되었다. 하지만 8월 15일 아침 러닝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2018년 8월 15일 수요일 아침 달리기.평균 페이스 : 5분 20초운동 시간 : 34분 페이스도 많이 떨어졌고,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많이 줄었다.덥고 습해서 그런가, 6km 정도 뛰고 나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평소의 절반 정도 밖에 뛰지 않았는데, 여기서 포기하다니. 스스로에게 실망했다.이게 처음도 아니었다. 이런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더 실망했다. 그랬던 것이 날씨가 시원해지자마자 기록이 확 좋아졌다. 2018년 8월 18일 토요일 아침 달리기.평균 페이스 : 5분 00초운동 시간 : 1시간 15분 32초 무엇보다 속도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정도로 나왔다.페이스 ..
1-1.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한다. 어지간하면 나올 때마다 챙겨보고 (꼭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면 다운받아서라도 본다) 원작 만화도 사서 본다. 1-2. 그저 때려부수기나 하는, 판타지로 가득한 블록버스터가 뭐가 좋으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판타지스러운 면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상황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유로움 덕분에 변수 통제도 훨씬 쉬워지고, 따라서 보다 근본적이고 전형적인 윤리 실험이 가능해진다. 당장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물론이고 마블 원작의 캡틴아메리카나 데어데블 같은 명작이 딱 그렇다. 1-3. 미국의 슈퍼히어로가 마블과 DC라면, 동양의 슈퍼히어로는 아마도 무협소설일거다. 2-1. 슈퍼히어로가 어쩌고 무협이 ..
1. 세다 세다 하더니 정말 세네. 2. 덱스터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덱스터처럼 끝나다니. 닭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웃음이 터졌다. 이후로도 종종 키득거렸다. 제 패거리들을 속이고 호텔로 뛰어들어간 리틀 제가 신나게 총질을 해대는 장면에선, 낄낄 소리까지 내서 웃어댔다. 웃다 문득 웃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어둠 속에서 검은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두 눈은 내게 묻고 있었다. 뭐가 우습니? 어머니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영화가 끝난 후,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내내 침묵하고 있었다. 해진도 앞만 보며 걸었다. 나는 또 두 사람의 궁둥이만 보며 뒤따라갔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 골이 아팠다. “찜찜하다.” 어머니는 차에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