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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따비, 201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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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따비, 2011.)

Dog君 2011. 10. 8. 13:34

1-1. 가히 '맛'의 시대다. 인터넷에는 맛집 블로그가 차고 넘치고 길바닥에는 TV에 안 나온 집이 없다. 너무 많아서 이제 신뢰감이 떨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뭐 암튼 많긴 많다. 물론 많다는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나부터 해서 소개팅 자리 물색할 때 그들의 덕을 많이 보니까. ㅋㅋㅋ

1-2. 당연히 문제도 있다. 그 많은 이야기들 그 많은 글들이 (의도했건 안했건) 그 많은 음식들에 너무 많은 수식을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근거없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된다.

2-1. 기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음식문화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맛을 두고 흔히들 매운 맛을 내세우곤 하지만 지금처럼 고추가 대중적으로 쓰인 것은 채 50년이 되지 않는다. 불고기가 대중화된 것도 공장제 산분해간장의 대량생산과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대량공급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다. 요즘 한정식이라고 나오는 (상다리가 정말로 휘어질듯한) 어마어마한 밥상은 초절정 대규모 잔치에서나 나올 법한 상이지 '정식'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절대 아니다.

2-2. 정조의 화성 행차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보면 정조가 인근의 노인들을 초청하여 (여기에는 반상의 구분이 없었다) 양로잔치를 열었는데 그 때 차려진 밥상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밥과 국에 몇 가지 찬으로 이뤄진 상인데 지금 관점에서 보면 매우 심심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붉은색 일변도의 밥상이 아닌 때문이다.

3. 내가 아는 한 황교익은 맛에 관련해서는 논평이 가장 적나라한 칼럼니스트이다. 그는 평소부터 음식문화에 대한 쓸데없는 신화의 거품을 걷어내고 무엇이 진짜 맛이고 음식문화인지를 가려내는 작업에 천착해왔다. 그가 말하는 음식문화란 과거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즐겼던 때깔나(는 것처럼 보이)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자라온 지금 이 순간의 그것이다. 한국의 전통음식이랍시고 맛 본 사람도 몇 없는 신선로를 들이미는 건 말도 안 되는 '전통의 발명'이다.

4. 그의 적나라한 논평은 (첫인상으로는) 사실 좀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우리가 그간 한국음식의 전통적인 특징이라고 느꼈던 기준들이나 맛에 대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고기나 고추장 등에 대한 그의 적나라함 때문에 꽤나 많은 네티즌들이 그를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5. 하지만 그의 지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무언가 새로 지어질 가능성을 찾을 수는 있지 않을까. 존재하지도 않는 전통을 만들어내 허망한 시장가치나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누리는 그대로를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지금의 한국을 지금의 세계와 소통시키는 작업일테다. 그리고 그의 지적대로 음식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라면 음식은 세상을 읽어내는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기호가 될 수 있다. 음식이란 단지 수백년전 우리의 삶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6. 쌩얼까지 긍정할 수 있다면 무엇인들 긍정하지 못하겠나. 한국음식의 화장빨을 벗겨내는 그의 작업이 계속 되길 바란다.

덧. 미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그 때문인지 언어표현에 대한 그의 노력 역시 주목받아야 한다. '미각의 제국'에서 정점에 달했던 그 작업 역시 계속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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