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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제40차 세미나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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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제40차 세미나 후기

Dog君 2012. 4. 26. 22:37

0. 통통통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게 한 4년쯤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아직 통통통을 주제로 한번도 글을 써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사람들에 내게 주는 상당한 수준의 영감을 생각하자면 이런건 좀 반성해야지 싶다.


1-1. 내가 보기에 모든 근본적인 문제는 '기획특집'이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제목들을 보는 순간 감이 딱 하고 온다.


김지형 - 1956년 대선과 민주당-진보당 야당연합

홍석률 - 1971년 선거와 민주화운동 세력의 대응

정상호 - 1987년 대선과 후보 단일화 논쟁의 비판적 재평가


1-2. 일단 쌰랍하고 야권연대하라는하자는 것이다. 차이고 나발이고 일단 제일 나쁜 놈만 없애면 되는거니까 일단 덮어놓고 합치라는 것이다.


2. 아니 뭐 합치라는게 나쁜게 아니라... 그건 나중에 100분 토론 나가서 할 얘기고...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에서 하나의 '교훈'을 뽑아내야 되니까 해석상의 무리수도 던지는 것이고 꼭 다뤄야 할 것도 안 다루는 것이고 말도 안 되는 논리적 모순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상현씨는 "역비는 맛이 간건지 어쩐건지 저번에 5.16 특집도 그렇고, 재미도 없고 주장도 없고, 글이 무슨 말리다 만 빨래 같다..."라는 평을 남겼는데, 반드시 역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본다.


3. 나도 심정적으로는 MB가 완전 개새끼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제일 나쁜 놈을 쳐없애기 위한 야권연대도 나름 정당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간혹 가다가 야당 쪽 꼰대들이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부르짖으며 87년 대선과 같은 역사적 원죄 운운하는거 보면 좀 짜증이 난다. 아니 그러면 그 때 김영삼과 김대중이 손을 잡았다면 역사적 무죄상태라도 되는거였나. (아니 그보다 합치면 반드시 이기는거였나.) 아니 대통령 되겠답시고 노태우랑도 손을 잡는 (물론 이건 당시 시점에서는 미래형이었지만) 김영삼이랑 김대중이 합쳤으면 그게 옳은거였다고? 그래서 YS시절에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4-1. 오직 제일 나쁜 놈만 없애면 된다는 식의 야권연대는 어느 순간 사람들의 판단잣대를 흔들어버린다.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말은 어떤 순간에는 '선과 차악' 사이의 질적인 차이보다 '차악과 최악' 사이의 오십보백보양적인 차이가 훠어얼씬 더 크다는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4-2. 그런 점에서 저 위의 56년, 71년, 87년 대신에 97년과 02년을 얘기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김대중은 이회창을 이기기 위해 김종필과 손을 잡았고 노무현은 (또!) 이회창을 이기기 위해 정몽준과 손을 잡았다. 우와 그래 정말 민주진보세력의 아름다운 승리에 종로 네거리에서 발가벗고 춤이라도 추고 싶어지네.


5. 정치 얘기하다보니 또 이야기가 좀 씨니컬해지면서 우울해지고 말도 거칠어진다. 이건 여기서 끗.


6-1. 사실 이 날 세미나의 꽃은 단연 뒷풀이였다. 흡사 오래된 행당동의 복덕방 영감님들 분위기를 풍기며 고성이 오고가는 정치 난상토론으로 점철된 1차 뒷풀이가 끝나고 모두들 각자의 길을 재촉했지만 그 중 4명의 남자는 각각 '오늘 뭔가 좀 아쉬운데...'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의 이름은 가나다순으로 고태우, 정대훈, 정신혁, 지상현이었다. 그래서 2차를 갔다.


6-2. 생각해보니 나 빼고 셋 다 연대생이다. 세미나를 연대에서 했고 뒷풀이는 신촌이었으니 그 셋의 홈그라운드인 셈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슨 대포집인데 세사람 하는 말들 들어보니 아 이 집도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토가 쏠리는 그런 집이구나 싶었다. 2차에서는 무슨 소리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암튼 오승환이 롯데 타자들에게 홈런 1개 포함해서 6점씩이나 탈탈 털리는걸 보면서 최희가 참 예쁘다며 입을 모은 기억은 난다.


이해를 돕기 위한 한 장.

6-3. 마시다보니 얼레 점원들이 테이블을 닦고 후라이팬에 신문지를 덮기 시작한다. 아니 벌써 문닫을 시각인가. 별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타의에 의해 일어난 때문인지 네 사람 모두 다시 한번 '오늘 뭔가 좀 아쉬운데...'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들은 바로 옆집으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6-4. 네 사람은 카스와 스타우트를 나눠마시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꽤 큰 술집이었는데 손님은 우리 테이블 밖에 없어서 눈치도 안 보면서 신나게 떠들었던 것 같은데 여기에서 주된 화제는 결혼을 앞둔 정신혁씨 때문에 결혼 혼수 뭐 그런 등등의 문제들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나름 열심히 맞장구도 치고 이야기도 하고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향후 5년 내에 내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7-1. 정신을 차려보니 정신혁씨는 앉은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아는 정신혁씨는 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뒷풀이가 끝날 때마다 그 순한 얼굴에 엄청나게 아쉬운 표정을 피워올리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도 새벽 3시에는 곯아떨어지는구나 싶었다. 역시 잠에는 장사 없다.


7-2. 그리고 옆을 보니 고태우씨는 눈이 풀려있다. 나는 고태우씨는 사실 잘 모르지만 목소리가 적당히 저음이라 멋있고 무엇보다 강건하고 단단한 의지가 남긴 눈빛이 남다른 사람인데 이런 사람도 알콜 좀 흡입하면 눈 풀리기는 매한가지구나 싶었다. 역시 알콜은 만인을 평등하게 한다.


7-3. 내 옆에 앉았던 지상현씨는 집에서 안부인께 걸려온 전화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지상현씨는 매사에 자신감도 적당히(?) 넘치고 집도 좀 사는데다가 말도 잘 하고 심지어는 개그실력도 수준급이라서,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한 4275배 정도는 나아보이는 사람인데 이 사람도 역시 유부남인지라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에는 정말 맥을 못 춘다. 지난 번에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한번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도 지상현씨는 매우 위축된 표정으로 집에 갔던 것 같다. (사실 그 날은 내가 거의 필름이 끊어진 날이라 아주 흐릿하게만 기억이 난다.) 결국 지상현씨는 (새벽 3시에!) 꽃다발을 사서 집에 들어갔는데 그 이후 스토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물어보지 못했다.


7-4. 나는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갔고 4시 조금 못 되어서 잠자리에 든 것 같다. 다음날은 수원으로 출근해야 하는 날이라서 늦어도 6시 30분에는 깨어야 하는데 눈을 뜨니 벌써 6시 50분이다. 와 ㅅㅂ 이거 완전 음경됐네 하면서 서둘러 씻고 집을 나섰는데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전철과 버스가 도착하는 덕에 9시에 간신히 세이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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