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 마음산책, 2016.) 본문
그래서 그때부터 남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과 사진을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는데...... 참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더라고요. 거기엔 내가 그때까지, 그러니까 연애 기간까지 포함해 십 년 넘게 보아온 남편은 온데간데없고, 감상적이고 섬세하고 따뜻한, 심지어 지적이기까지 한 남자가 있는 거예요. 일테면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비가 온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만 싶다. 인도에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에 잊고 산 내 꿈들이 방울방울 튀어 오르고 있다.’
참 나, 이런 걸 그 흔한 말로 지랄도 풍년이라고 하나요. 우리 남편은요, 머리가 가늘어서 비가 오는 날을 유독 싫어하거든요. 휴일에 비 오면 칼국수나 파전 같은 것을 먹고 하루 종일 소파에서 뒹구는 위인이죠. 그런 인간이 ‘잊고 산 꿈’ 운운하니 이게 무슨 산성비를 소방 호스로 잘못 맞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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