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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중고등학교 역사 선생님들은 늘,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죠. (물론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우리의 공부방식은 전형적인 암기과목의 그것이 됩니다만은...) 사실 암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통찰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뭐, 그런 이야기들 말입니다. 역사 선생님들만 그런가요, 저를 포함한 거개의 역사학 연구자들도 허구헌날 저 이야기만 합니다 ㅎㅎㅎ 그런데 역사를 공부해서 얻는 통찰이라는 것이 꼭 역사를 공부해야만 얻을 수 있는 통찰인가 하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 복잡한 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도 그만큼 섬세해져야 한다는 것, 뭐 그런 통찰은 역사 아닌 다른 학문에서도 비슷하게 이야기..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왜 우리는 전두환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도 33년동안 그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는가'이고, 두 번째는 '전두환은 과연 어떤 인간인가' 하는 것이죠. 가만가만 따져보면 두 질문 모두 저의 평소 관점과 어긋납니다. 첫 번째부터 볼까요. 다른 모든 과거사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두환에 대한 법적·제도적 단죄는 그저 최소한의 조건일 뿐 그것만으로 과거사에 대한 모든 고민과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전두환을 단죄하는 것만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반대로 그가 죽는 바람에 그를 단죄하지 못했다고 너무 억울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전두환에 대한 단죄 여부를 중심에 놓은 이 책의 첫 번째 질문은 좀 마뜩잖은 구석이 있죠. ..
기타노 다케시가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했다죠.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족에게 품게 되는 애증의 감정을 이만큼 잘 표현한 말도 드문 것 같습니다. 양영희에게도 가족은 그런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그러합니다. 북송(北送)사업으로 아들 셋을 북한에 보낸, 북한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을 거두지 못하는 조총련 중견 간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얼마나 컸을까요. 거의 타의에 가깝게 북한으로 가게 된 세 아들이 북한에서 겪어야 했던 신산한 삶과 사랑하는 오빠 셋을 떠나보낸 양영희의 슬픔까지 생각하면,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가족에게 닥친 비극이 얼마나 컸는지 저 같은 범인으로서는 좀체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역사 공부가 직업이고 그게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지만 정작 여행에서 문화재나 박물관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보다는 (자수(刺繡) 가게나) 서점을 훨씬 더 자주 찾습니다. 몇 년 전에 갔던 프랑스 파리는 제가 가본 도시 중 최악 중 하나였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았던 (자수 가게 '사주(Sajou)'와)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만큼은 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디 파리만 그렇겠습니까. 오래된 도시라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처럼 이름난 서점 하나 쯤은 있기 마련이고, 『서점 여행자의 노트』는 그런 서점들에 대한 짤막한 책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난 서점의 공통점은 독자와 방문객의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오래된 서점의 역사성이건 특정한 주제를 다루는 서..
역사 앞에서 우리는 모두 '남겨진 사람들'입니다. 과거는 흘러가고 없지만 현재에 남은 우리는 역사가 남긴 경험과 통찰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하기 때문이죠. 『김용균, 김용균들』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이 2018년 12월 11일 새벽 컨베이어벨트에서 목숨을 잃은 이후를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 새벽 김용균을 처음 발견한 동료 노동자 이인구, 금쪽 같은 새끼를 잃은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과 함께 노조활동을 했던 동료 노동자 이태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책은 김용균의 죽음이 끼친 영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그 셋의 이야기를 인터뷰집의 형식으로 담아냈습니다. 사고 이후 날이 거듭되는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아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