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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일단 불만부터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누구나 역사를 말하는 시대에 과거와 마주하는 법'인데요, 저로 하여금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우 강력한 낚시바늘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분과학문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작금의 시대에, 그래도 순수학문의 낭만 한 조각을 힘들여 갈파할 것만 같은 제목 아닙니까. 그래서 제목만 봐서는 이 책에는 뭔가 굉장한 '역사학 선언' 같은 것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거창한 내용은 없습니다. 엄숙한 선언도, 굉장한 선동도, 없습니다. 이 책은 그저 역사학이란 어떤 학문인가에 대한 어느 역사학자의 담담한 자기성찰 내지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학의 일반이론을 말하고 있지만 초심자를 위한 입문서라고 말하기..
이 책에 대한 저의 감상을, 어떻게 주절주절 길게 쓰겠습니까. 앞으로 좀 더 짧고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은 글을 써야할텐데요... (그냥 짧게만 쓰는거라면 이미 잘 합니다만...)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을 때, 우리에겐 서로를 지루하지 않게 해 주는 사회적 단서가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네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했던 말을 반복하지 않는다. 화려한 단어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당연한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반복한다. (69쪽.) ① 우리는 셰프다. 스마트 브레비티의 '스마트'는 선택에서 온다. 독자들을 위해 선택지를 좁힘으로써, 그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갈망하게 만들 수 있다. 글쓰기는 ..
죄의식과 역사적 책임감에 줄곧 천착한 정찬이 이번에 선택한 소재는 2차 대전기 일본군의 전쟁범죄입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어떻게든 역사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되겠나, 하는 식의 체념도 느껴집니다. ('광야' 같은 데서 느껴지던 분노와 절규와 결기가, 솔직히 말해 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훨씬 더 편합니다.) 사실 정찬의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힘듭니다. 자고로 소설이란 이야기고, 이야기란 흐름에 따라 술술 넘어가야건만, 늘 고뇌하고 자책하는 정찬의 글에는 그런 무난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덮고 나면 꼭 무슨 장거리달리기를 한 것마냥 체력을 소모한 느낌도 듭니다. 더욱이 이번 소설에서는 방법은 제시하되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는 체념 같은 것이..
싸움구경이 재미있는 것은 독서도 마찬가지여서 하나의 쟁점을 두고 양측이 벌이는 논전만큼 읽기 즐거운 글도 드물죠. 하물며 그 대상이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추천했던 책이라면야!! 하지만 재미있게 책을 읽다가도 책을 덮을 즈음에는 약간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재미있고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좀 읽었다는 셀럽들도 한결같이 추천했는데, 정작 역사학자들이 이렇게 정색을 하고 반론을 펼친다니요. 그럼 '선한 천사'를 재미있게 읽은 우리는 뭐가 되는 걸까요. 이런 것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그 책 좋다고 읽었나, 우리는 왜 이렇게 비판정신이 부족한 걸까, 싶어서 괜히 혼자 민망하기도 듭니다. 사실 비전공자 독자라면 누구나 그런 불안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거 참 재미는 있는데, 역..
겉보기에는 두 사람의 공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저널리스트인 나카무라 일성이 다나카 히로시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다나카 히로시는 일본-아시아 관계, 일본의 전후 보상, 재일외국인 등을 연구한 일본의 경제학자로, 그는 이 책에서 자이니치在日 문제에 대해 그가 오랜 시간 관여하고 연대했던 경험을 인터뷰했습니다. 이 책은 형식은 인터뷰집이지만 실제로는 자이니치의 투쟁사鬪爭史를 정리한 역사책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향후에 자이니치의 역사에 관해 공부할 일이 있을 때마다 꺼내볼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자이니치의 역사에 관해서 우토로 마을이나 조선학교, 지문날인 거부운동 정도만 조금 들어 알고 있을 뿐이지 이런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피폭된 뒤 일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