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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A wheatfield, with cypresses 18 count 영국에서 머물던 2019년 여름에 영국 내셔널갤러리 뮤지엄샵에서 50인가 60 파운드 정도 주고 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한국에 안 들어온 키트 찾는게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게 바로 나의 유럽 여행 방식.) 영국에서는 뮤지엄샵에서 DMC와 영국 박물관(내셔널갤러리와 대영박물관)이 콜라보한 키트를 보고 그만 눈이 돌아가버렸다. 몇십 파운드씩 하는 키트를 이것 말고도 몇 개 더 샀는데 한국 돌아와서 냉정하게 따져보니 죽기 전에 그걸 다 하지도 못할 것 같아서 그 중 몇 개는 다시 당근으로 처분했다. 한국 돌아오고도 바로 시작하지는 못하다가 박사학위논문 마치자마자 바로 시작했던 것이 작년 3월 말 정도였따. 그리고 지난 8월..
이 책은 목차부터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영화에 대한 책이라면, 게다가 그것이 저자의 첫 책이라면, 으레 등장할 법한 유명한 영화들이 이 책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다 권할만한 영화겠지만, 저 같은 영화 문외한으로서는 제목조차 처음 들어본 영화가 반절 이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책은 영화를 소재로 하지만 본격적인 평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화의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영화를 소재로 하여 풀어놓은 자기 이야기가 더 많죠. 〈결혼 이야기〉를 보고 나서 자신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거나, 〈판타스틱 소녀 백서〉에 자신의 10~20대 시절 이야기를 보태는 식입니다. 그러니 저도 자연스레, 저희에게 역사책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
달리기에 관한 책이라면 뭐든 사서 보는 저, 이번 책은 기업 소설입니다. 일본의 전통 버선인 다비를 만들던 회사가 새롭게 러닝슈즈 제작에 뛰어든다는 이야기죠. 아니, 버선을 만들던 회사가 어떻게 러닝슈즈를 만든단 말인가, 싶습니다만, 다비의 밑창에 생고무를 덧댄 '지카타비'는 지금도 노동현장에서 신발로 많이 활용되고, 별도의 러닝슈즈가 없던 시절에 일본의 마라토너들은 지카타비를 신고 달렸다고 합니다. (손기정 선수도 지카타비를 신고 뛰셨다고 하네요.) 책은 두툼하고 분량도 상당하지만 사실 내용이 아주 막 드라마틱하거나 예측불가하게 전개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약간 비열한 경쟁업체의 책략을 딛고 일어선다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로 경영난에 빠진다거나, 슬럼프에 빠졌던 후원선수가 극적으로 역전극에 성공한다..
'배운다educated'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지식을 많이 외우는 것일까요, 아니면 몰랐던 공식을 배우는 것일까요. 사실 우리 같은 범인凡人에게는 배움에 대한 진지하고 객관적인 접근... 뭐 그런게 애시당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초중고 12년 내내 재미없는 것만 꾸역꾸역 배우다 지쳐 버렸거든요. 그러니 우리에게 배움이란 곧 트라우마... 이 책의 저자인 타라 웨스트오버의 이야기는 꽤 놀랍습니다. 세상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아버지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저자는 조현병 때문일 거라고 의심합니다) 정규교육은커녕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았고, 큰 외상을 입어도 민간요법에나 의지했으며, 극단적인 종교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던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는, 이게 불과 20여년 전의 일이 맞나 맞나 싶습니다. 그러..
역사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인간이란 너무 작은 존재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별 대단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늘 분투합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기 능력껏 해내려고 부단히 애쓰죠. 저는 인간의 위엄이란 바로 그것에서 비롯한다고 믿습니다. 학부 시절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인생'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게 역사란 우리 개개인의 삶과 무관해 보이는, 어떤 거대하고 도도한 흐름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저는 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역사는 우리 각각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제게 역사란 과거에 대한 막연한 낭만[好古主義]이 아니라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각각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