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事나부랭이 (180)
Dog君 Blues...
1. 4년 전에 비해 이번에는 정말 작심하고 나온 듯 했다. 세션 간의 호흡은 물론이고 무대효과, 선곡, 톤 등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보여주께 이런 분위기. 근데 원래 이렇게 했어야 하는거 아니었던가요? ㅋㅋㅋ 2-1. 여기서 잠깐 4년전 공연 얘기를 하자면... 10년 만의 내한공연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솔까말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2-2. 일단 선곡. 불과 2,3곡을 제외하면 모두 75년 이전 발표곡이었기 때문에 관객들 입장에선 다소 낚였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Ramblin' on my mind, Motherless Children 처럼 옛날 냄새 풀풀 나는 곡도 그렇거니와 최근 발표곡이라 해도 Little Queen of Spade 같은 것도 한국팬..
1. 논문이 나왔다. 내 이름 석자가 표지에 박혀있다. 막상 받으면 기분이 좀 묘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남다른 감회라도 조금 있을줄 알았는데 개뿔... 그냥 덤덤하더라. 2. 숫자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어쩌다가 경제사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쓰게 됐을까 싶다. 춤추듯 난무하는 숫자들과 표, 그래프들을 보자면... 일단 시원하게 욕부터 하자. 씨발. 3. 지도교수님과의 이런저런 절충(혹은 경합, 그것도 아니면 갈등?) 끝에 내용도 좀 꺾이고 주장도 좀 정을 맞았다. 사실은 다른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쓰면 아무래도 말이 안 되는거 같다고 하시더라고. 4. 대학원 들어와서부터 어렴풋이 느끼던걸 논문 쓰면서 확실히 느끼게 됐다. "나 진짜 공부 좆나 못 해." 5. 논문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던..
1. 머리 길러놓고 한복 입혀놓으니 무림고수 같다. 근데 양복 입히면 테너 같고. 2. 주례는 백기완 선생, 하객은 권영길, 화환은 이정희, 강기갑. 어쩐지 좀 ㅎㄷㄷ한 구성. 3. 덕희형 잘 살았으면 좋겠다. 늦게나마 결혼선물 제대로 하나 준비해야겠다 싶다.
1. 이심以心이란 저 이름은 필시 이심전심以心傳心에서 따온 것일테다. 허나 꼭 '以心傳心'을 떠올리지 않아도 벌써 예쁜 이름이다. 唯傳心爲以心乎, 亦喫茶爲以心也. 문법과 표현의 우수성 여부는 일단 패스합시다. 2. 굳이 말하자면 홍대 앞이라고도 하겠지만 솔까말 홍대 앞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다. 찾아보니 연남동이라고도 하는데 뭐 아무렴 어때. 3. 따지고보면 10년전 이맘때 대학원서를 쓰던 때 내가 20대에 누릴 수 있는 '문화'는 정해진 셈이다. 나는 서울이면 다 서울인줄 알았지 서울 안에도 홍대 앞과 왕십리가 이리 다른 줄은 몰랐다. 그냥 동네골목에 있는 커피집이 이 정도니 홍대 앞에 사는 사람들과 근처 학교 다니는 학생들은 복받은 것이다. 4. 가게 안 테이블이 달랑 4개 뿐인 것도 좋다. 커..
1-1. 거의 20년을 함께 했던 안경을 버리고 드디어 콘택트렌즈를 샀다. 수면시간을 포함한다고 해도 안경과 함께 했던 내 인생의 절대시간이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보다 더 길지 않을까 싶은 이 시점에 뜬금없는 렌즈라니.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급작스러운 변화. 1-2. 귀를 뚫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장비 착용'에 대한 내 몸의 거부반응은 생각보다 적은 편. 약간의 이물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아마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이물감을 오롯이 3년씩이나 입 속에서 느꼈던게 불과 3주 전까지였는데 이정도쯤이야. 1-3. 다만 렌즈 초짜로서의 '적응 안 됨'은 있는데, 초점이 잘 안 맞는다든지 눈알의 뻑뻑함 같은 것. 원경遠景을 볼 때는 그렇게나 또렷하고 눈이 편할 수가 없는데 어찌된 것이 근경近景을..
1. 지난 주말 通統筒 사람들과 답사를 다녀왔다. 출발하기 10분전까지 답사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전화받고 허겁지겁 달려가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늦고 준비물도 다수 빼먹은, 출발부터 많이 삐걱거린 답사. 카메라를 못 챙긴 덕에 첨부된 사진은 전부 다 동행들이 찍은 것. 여기에 올려도 다들 별 말씀 없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2-1. 거제도하면 역시 포로수용소. 순식간에 10여만명의 포로가 들어찬 거제포로수용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작은 한국전쟁을 치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겠지. 2-2. 한국전쟁에 대한 고전적인(이라고 쓰고 '반공주의적인'이라고 읽는다) 해석으로 가득한 포로수용소는 역사학자와 대중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
백산서당에서 나온 한국현대사의 재인식 시리즈는 투박하고 진부한 주제이며 출간된지 10년이 훌쩍 넘은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편이라 공부하면서 많이 참고하곤 한다. 한 권 더 사긴 했는데 제목도 거의 비슷하고 책 디자인도 비슷하니 그냥 패스. 역시 씨는 못 속이는지 켄 로치 류의 직설적 화법을 상당히 좋아한다. 물론 이 영화야 그렇게나 직설적인 화법은 아니지만... 켄 로치가 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불확실하지만) 몇 가지 장치들을 해석하는 맛도 쏠쏠한 영화라서 DVD떨이처분을 기다렸다가 구입. 별로... 만화책을 사서 보는 타입도 아닌데 왜 이걸 한두권씩 사모으고 있는지 책을 사고 있는 나조차도 가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11권도 샀으니 이제 6권..
1. 선물받아 기르고 있던 선인장이 죽었다. 저온다습한 환경과 검은 반점이 피어오르는 증상으로 볼 때 탄저병이 확실하다. 두 달만의 일이다. 바로 곁에 두고 기르면 좀 오래갈까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나는 역시 나 이외의 생물에게 잘 대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효돌 미안. 2-1. 교정기를 뺐다. 덤덤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만 내 기분은 도저히 이 문장 하나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그동안 못 했던 것들, 그동안 제한되었던 것들, 이제는 다 넘어설 수 있으려나. 2-2. 국민학교 다닐 적에 동네의 어느 한 집에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과검진을 받은 적이 있다. 가운입은 의사 수가 좀 많았고 하나같이 젊었던 걸로 봐서 치대생들의 봉사활동 같은 것 아니었나 싶다. 그 때 내 치..
1. 강릉 선교장과 함께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의 전형적인 특성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정읍 김동수 가옥. 왜 이름이 '김동수 가옥'이냐는 문제제기도 꽤 많이 있지만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으니 일단 그건 pASS. 지난 주말에 지도교수님과 대학원 동학들과 함께 갔던 답사에서 방문했는데 기억이 생생할 때 정리해두련다. 2-1. 김동수 가옥에 들어서기 전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문 밖의 호지집이다. 호지집은 호외(戶外)집이라고도 하는데, 집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소작농들이 살던 집이다. 많은 블로그들에는 (심지어는 그 곳 안내표지판에도!) 노비들이 살던 집이라고 써놨는데 전부 다 개뻥이다. 조선시대에는 주인네 대문 바로 밖에 사는 노비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솔거노비는 주인과 같은 집에서 사는 애들이고 ..
1-1. 대학동기로 처음 만났으니 알고 지낸지 벌써 10년째다. 10년 전의 나는 온 세상을 다 바꿀 것 마냥 날뛰던 천둥벌거숭이였고 그 놈은 그런 나와 약간 친한, 하지만 내 생각에 대해서는 상당히 냉소적이었던 놈이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난 그 놈의 그런 자세가 좀 좆나많이 싫었다. (ㅋㅋㅋ) 1-2. 그 놈과 나는 본관이 같았는데 같은 것은 그 뿐, 살아온 환경도 가진 취미도 하고 있는 생각도 모두 달랐다. 모르지, 무의식적으로 그 놈이 가진 그런 배경이 좀 부러웠는지도. 어쨌든... 세세한 이야기를 다 하자면 신세한탄 혹은 폭로비방이 될지도 모르니 일단 이 정도로만. 2-1. 그다지 대단치 않은 서울4년제사립대 사학과를 나와서 먹고살길을 이리저리 찾던 녀석은 결국 남들 다 부러워하는 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