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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늘 가던 십자수가게에 남아있던 반제품을 전부 다 가져왔다. 감사하게도 꽤 많은 양을 모두 그냥 주셨고, (이제는 십자수 손님이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연말연시에 걸쳐 하나씩 만드는 중.
저는 역사학 연구자가 늘상 의식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의 본질이 과거에 있었던 일을 현재에 재현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재현의 결과인 글이 세세만년 남는 것이라면, 연구자는 한순간도 윤리의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내 생각과 내 글이 누군가를 대상과 수단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 역시도 나와 똑같은 인격체이자 동료시민이라는 점을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위험은 없는지, 늘 긴장해야 합니다. 사회적 참사 생존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또 연대했던 보건학자 김승섭의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는 그러한 긴장이 가득합니다. 누구보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고 ..
역사학은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를 직접 들여다 볼 수는 없지요. 과거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과거가 남긴 흔적인 '사료史料'를 통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사료도 과거를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료를 통해 과거를 살피는 것은 흡사, 안주접시에 담긴 북어포를 보며 명태 어군이 헤엄쳐 다니는 동해바다를 상상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학 연구자는 늘 사료에 목이 마르지요. (반대로 가장 기쁠 때는 사료 찾았을 때 ㅋㅋㅋ) 기본적으로는 문헌으로 남은 것이 가장 주된 사료가 되겠습니다만, 역사학 연구자는 비석에 새겨진 글귀나 구전된 이야기, 땅에 묻힌 유물과 유적 등 과거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무엇이건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역사학 연구는 과거에 접근할 수 있는 더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