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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아버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휘파람을 불며 골목 끝을 돌아오는 퇴근길 모습이다. 아버지에게 내가 뛰어 갔는지, 그런 나를 아버지가 나를 안아주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고, 그냥 휘파람을 불며 골목 끝을 돌아오던 그 모습, 그 짧은 장면만 기억 난다. 2-1.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딱히 사춘기도 아니었고,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으며, 지금 와서 암만 생각해봐도 재미있는 추억 하나 없는 중학교 생활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어쩐 일로 아버지가 집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고 계셨다. 전화통을 붙들고 하는 말이라고는 그저 "예... 예..." 뿐이었다. 어머니는 말 없이 굳은 얼굴로 옆에 앉아 계셨다. 2-2.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에 들어갔다. 아마도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했을..
1. 그 바쁜 와중에도 악착같이 책을 읽어놨구만. 하지만 실제로 다 읽은 건 두어달 전이라는게 나름 반전. 2. 역시 핵심은 '성찰' 아니겠나 싶다. 비 오는 봄날이었다. 마당에서 피어오르는 흙냄새가 어머니의 소곤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섞여 들고 있었다. 옛날에, 아주 옛날에, 천 년도 더 된 옛날에, 한 마술사가 있었단다. 어느 날 마술사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밧줄을 들고 나타났어. 사람들은 그가 어떤 마술을 보여줄지 기대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지켜보았지. 그가 하늘을 향해 밧줄을 던졌단다. 하늘 높이 올라간 밧줄이 장대처럼 꼿꼿이 섰어.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밧줄을 올려다보았어. 밧줄이 너무 높아 끝이 보이지 않아단다. 마술사가 밧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어. 사람들의 시선이 마술사를 따..
1.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지 않나 싶지만, 장르에 관계 없이 '5월 광주'는 여전히 우리가 잊지말아야 하는 것이다. 2. 예전에 어디에서도 그런 글을 휘갈겼던 것 같은데, 나는 '5월 광주'가 '1980년 5월'의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광주'의 일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 보편의 양심과 구원에 천착하고 그것을 좀 더 넓은 틀 속에 담아낸 이 책의 관점에 공감가는 면이 크다. 강선우는 우두커니 서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쇠파이프를 움켜쥐고 있는 사내는 분명 시위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않았다. 도망은커녕 꿈짝도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자욱한 가스 비 속에서 사내는 나무처럼 서 있었다. 자신의 대검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군복도..
요즘 들어 부쩍사는 것에 대해자신감이 없고,용기도 없고,깡도 없고,패기도 없다. 누군들 그런 것들 다 갖추고서 살아가겠냐만은... 뭐 암튼 요새 쫌 마이 글타 좀.내가 가는 이 길 끝에 과연 뭐가 있는지,아니 길 끝에 뭐라도 있기는 한건지. 미국 작가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프로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중략) 어쩌면 우리가 해야하는건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서 묵묵히 어제도 했던 일을 계속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설령 어떻게 하면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그 일의 끝에선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서 지치거나 두려워지기 쉬워도 말입니다. 적어도 삶에는 아마추어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 中 '밤은 말..
3월 25일 새벽 2시, 나는 인천 송도의 한 모텔방에... 혼자 있었다. 이 날의 전격적인 송도행은 내가 지상현씨의 강력한 꼬드김을 못 이기는 척 넘어가는 것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송도신도시는 '유령도시'라는 약간 비아냥 섞인 별명답게, 일요일 밤길을 걷는 행인을 발견하는 것이 무슨 봄소풍 보물찾기 같은 곳이었다. 어쨌거나 그간 송도 출장이 비교적 잦았던 지상현씨 덕분에 숙소로 잡은 곳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무척이나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조용한 분위기에 과히 비싸지 않은 숙박료 등등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떻게든 남자랑 둘이 오는 사태만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그러고보니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가 송도 이야기는 아니었다, 참. 어쨌거나 이 날 새벽 방송을 끝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