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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대학 1학년 봄답사의 무대는 경주 일대였다. 불국사에 갔을 때였다. 오른쪽으로 난 작은 문으로 들어섰을 때 나도 모르게 “헉”하고 짧게 탄식했다. 다보탑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그때까지 다보탑이란 10원짜리 동전이나 애국가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에서 경주엔 안 갔던 모양이다.) 그때의 나는 (그 이후로도 한참을 더 그랬지만) 술 먹고 놀거나 집회에나 나갈 줄 알았지 공부 같은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놈이었는데도 다보탑에 완전히 압도되어 탑을 한참이나 우러러 보았던 기억이 난다. 1-2. 그러고도 답사의 진짜 의미를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한참 더 걸렸다. 흔적만 남은 절터나 낡아빠진 건물 따위나 보러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터만 남은 곳에서 웅장한..
1-1. 박찬승 선생님의 『마을로 간 한국전쟁』은, 한국전쟁 당시 마을에서 일어났던 학살의 구체적인 양상은 전쟁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외부적이고 커다란 요인이 아니라 그 마을(혹은 공동체) 내에 평소에 내재되어 있던 조건들, 즉 공동체의 결속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명망가가 있었는지, 집안 혹은 계급간 역관계는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있었는지 등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말한다. 학살이 한국전쟁과 이데올로기 충돌이라는 외부적 자극에 의해 추동된 것은 사실이지만 각각의 구체적 양상은 그 이전에 내재해 있었던 조건과 반응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학살 이후의 양상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전쟁과 학살에 휩쓸렸지만 어느 마을은 서로를 죽이다 못해 전쟁 끝나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