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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0. 나는 여지껏 '들이키다'가 맞는줄 알았는데 '들이켜다'가 맞다. 액체나 기체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건 '들이켜다'가 맞고,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듯이란다. 나름 글 잘 쓰는걸 업으로 삼았는데 이 정도도 몰랐다니 부끄럽다. 우리말도 제대로 쓰려면 이리 어렵다. 1. 누구였더라, '맥주는 술이 아니야'란 노래도 있었잖아, 왜. 도수도 낮고 시원해야 맛있고 적당한 탄산까지 있으니 '보리탄산음료' 맞지. (맥콜 떠올리는 사람 있으려나.) 2. ... 맥주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기 4,000년 전에 이미 즐겨 마시던 음료였다. (중략)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맥주 만드는 법을 기록한 라는 이름의 석판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수메르가 이룩한 두 가지 중요한 문화적 업적을 아우르는 ..
1. 미시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앞뒤 맥락들이야 이제는 상식 수준이니 일단 여기서는 잘라버리자. 2. 근대 역사학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오던 '양적 대표성'에 도전하는 '이례적 정상'이라는거, 난 참 마음에 든다. 전에 구술사와 일상사를 배울 때도 늘 느꼈던거지만 문서고에만 처박혀 더 많은 자료를 볼수록 좋은거라는 원칙이야 물론 성실한 역사가의 기본덕목이겠지만... 난 좀 그렇다구요. 3. 이야기체 역사학의 부활을 말했던게 로렌스 스톤이었던가. 딱딱한 문장에 선명한 논리적 구성, 비전공자는 절대로 알아먹을 수 없는 난해한 단어의 배치, 많이 달아놓는게 자랑이 되어버린 각주의 대향연들. 역사학자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수록 점점 역사학은 은둔형 외톨이만의 전유물처럼 되어간다. 4. 그래서 결론은 아이폰?
1. 노회한 역사가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그렇게 바라본 세상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도 무엇 하나 쉬이 보아 넘길만한 것이 없다. 이 세상에서 역사학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 거듭 고민한 결과가 아마 이 책일 것이다. 2-1. 그가 책 내내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 젊은 연구자들과의 생각의 차이. 책을 읽고 있는 나조차도 '에이 이건 아닌거 같은데용 ㅋㅋㅋ'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던걸 생각하면 꼭 맞는 말이다. 2-2. 선생으로서는 그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지만 앞세대가 만들어둔 것에만 안주하여 그 이상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는 것도 젊은 세대로서는 게으른 것이다. 부지런히 까고 부지런히 물어뜯는 것이 우리 세대의 임무겠지. 3. 간만에 긴장 풀고 편하게 독서했다. 즐거웠다.
1-1.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독한 오해 중 하나는 '마르크스주의자는 무신론자이다'라는 것이고 마르크스주의의 지독한 오해 중 하나는 '종교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한다'라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1-2. 그런데 10년도 더 전에 한 인터뷰에서 서준식은 대략 이런 취지로 말을 했었다. "유물론의 반대는 유신론이 아니라 관념론이다." 이 말을 듣고 깨우친 바 있었다. 얼추 대학 3학년 땐가 4학년 때부터 이런저런 관심을 가지고 틈틈이 기독교史를 공부했다. 공부하고 보니 이거 웬걸 싶었다. 1-3. 그러고 김규항도 대략 이런 취지로 말을 했었다. "나는 진정으로 사회주의를 소망하고 내 나머지 삶을 연관시키려 하지만 사회주의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0-1. 글을 읽으며 내내 추측하던 것인데 한켠의 무대가 되는 C시는 역시 내 고향이 맞았다. 내내 익숙하던 지명에 익숙한 풍경들을 이입하며 글을 읽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0-2. 제목에는 출판한 햇수만 쓰고 출판사를 쓰지 않았는데 내가 읽은 것은 2006년에 나온 이병주 전집의 것이었기 때문. 1.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감상들이 있지만 거개가 지난 메모에 써둔 것과 별 다르지 않거니와 쓸데없이 소설의 내용을 털어놓는 것도 장래의 독자들에게 그닥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진부한 감성을 늘어놓는 짓은 생략하고 싶다만은. 2. 결국 '관부연락선'의 주제의식 양 극단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먹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정도로 수렴된다. 어쩌면 이병주는 이 소설을 통해 이념이 과잉하던 시대에..
0-1. 살아가면서 필요한 여러가지 능력 중에 '통찰력'이라는게 있는데 이게 유독 내게 부족해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서 어떤 사물 혹은 사건을 관찰하는데 있어서 단숨에 전체 그림을 그려내지를 못한다... 뭐 대충 이런건데 그런 탓에 내 기억 속에 무의미하게 흩어져있는 수많은 편린들이 어떤 계기로 인해서 하나로 조합되기 전까지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공부의 길을 걷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 꽃핀다. 아오.) 0-2. 하지만 그 반대급부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산포된 작은 조각들이 하나의 논리회로 속에 재배치되는 순간은 매우 즐거운 순간이라는 것. 최규석을 알게 된 것도 얼추 그런 과정이라고 하겠다. 1-1. 몇 년 전에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처음 보고 꽤나 충격을..
1-1. 솔직히 말하자면 좀 불편하다. 앞에 쓴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도 그렇고 이것도 마찬가진데, 이처럼 근본적이고 강퍅한 이야기를 던지는 책이 나는 솔직히 좀 불편하다. 당장 내가 원칙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한 때 상당한 수준의 원칙주의자였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마음의 무거움은 더해진다. 거기다 며칠 전 어떤 술자리에서 한 선배에게 "그건 너무 근본주의적이에요."라고 대들었던 것까지 생각하면야. 1-2. 최근에 잠시 김규항을 멀리 했었다. 몇 가지 일들이 누적되어서인데 김규항이 일반적인 안건들에서 보여주는 올바른 자세들이 어떤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전혀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해서였다. 하지만 최근에 그러한 이유만으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생각 외로 편협..
1-1. 잘 따져보면 자연계와 인간계(물론 이 두 가지가 딱 잘라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는 참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더 그렇다. 자연계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 아마도 진화론일텐데 이 진화론에서 진화를 설명할 때는 점진적 변화가 누적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돌연변이나 어떤 특정한 사건을 통해 급진적인 변화가 단번에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부디 맞길. 난 자연과학과 안 친하거든.) 1-2. 아마도 인간계에서는 '혁명'이 그러한 사건에 속할거다.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일련의 사건의 덩어리들. 우리가 혁명이라고 부르는 역사적 사건이란 대개 이런 것들이다. '혁명'이라 하면 얼핏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지만 역시 '혁명'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가..
1. 하도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책이라 여기서 내가 뭐라뭐라 말 붙이는 것도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마디 정도는 해야겠다 싶어서 짤막하게 정리해본다. 2-1. 이 책에 대한 가장 무식한 오독 중의 하나가 "아 ㅅㅂ 그러면 '민족'이란게 있지도 않은걸 뻥치고 있는 소리란거냐"라는 건데, 꼭 제대로 안 읽어본 애들이 제목만 보고 그런 말씀들을 하신다니깐요. 2-2. 물론 그러면서 이런 소리는 한국의 역사에는 적용이 안 돼...란 소리가 따라오는데 저도 결코 이걸 '적용'할 생각은 없습니다...라는거. '적용'하려고 읽었다면 그것도 그렇게 무식한 소리가 없는거거든요. 3. 겔너(Gellner) "민족주의는 민족들이 자의식에 눈뜬 것이 아니다. 민족주의는 민족이 없는 곳에 민족을 발명해 ..
1. 맥아더(Douglas MacArthur)와 워싱턴이 북한에게 사실상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재차 요구하고, 무엇보다 중국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적의 절멸을 추구할 때 그것은 이미 제한전쟁일 수 없었다. 미국에게는 기본적으로 제한전쟁의 개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제한전쟁은 능동적으로 선택된 전쟁전략으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압박에 의해 불가피하게 강요된 피동적 전쟁전략이었다. (p. 25.) 2. 최근 우리는 한국전쟁의 시작을 포함해 미국의 북진 및 한만국경 진격이 전부 오인(misperception)의 산물이었다는 전통적인 국제정치적 해석의 뚜렷한 재등장을 목도한다. 이에 따를 때 한국전쟁은 끝없는 오판의 연속이었다. (중략) 그것은 자료들이 보여주듯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