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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소소책방에서 보내주신 것을 책장에 꽂아만 두다가 2017년이 몇십 시간 안 남았을 때 드디어 책장을 들춰보았다. 판형이 작아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고 가방에도 잘 들어가며 손에 쥐고 읽어도 손가락이 아프지 않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펼쳐보기에 너무 뻣뻣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책은 대중교통 안에서 읽기에 딱이다. 2018년부터는 대중교통에서는 가급적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새로운 결심을 지키기에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리가 없지. 2-1. 나는 ‘냉소’야말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니, 거기에 더해서, 뭔가를 하는 사람의 자존심까지 깔아뭉갤 수 있으니 손쉬운 정도가 아니라 그건 나쁜 거다. 2-2. 반대로 뭐든 좋으..
1-1. 직장 내 독서모임에서 읽었다. 흥미로운 소재에, 구성도 잘 된 편이다. 잘 읽히는 책이구만, 하고 모임에 갔는데, 얼래, 의외로 완독자가 없다. 고참들은 입을 모아,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는 완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책이라고 토로하더라. 1-2. 책에 대한 입장도 각각이다. 범행의 이유에 대한 저자의 물음과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대답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저자의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콜럼바인 총격 사건을 애써 변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마도 그런 차이는, 어느 쪽에 감정을 이입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게다. 1-3. 나는 이 책을 쓴 엄마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악마로 변한 아들이 남기고 간 상처를 보듬어 안은 채로, 쓰..
2017년의 십자수는 유행도 한참 지났고, 이제 와서 이 내용을 찾아볼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적어도 한국어 웹에는 이 기법에 대해 정확히 설명한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기록삼아 정리해둔다. ---------- *Stitch symbols shown with brackets ( [ ) by using first floss color listed for the bottom leg of the Cross Stitch and second color listed to finish the Cross Stitch. 번역하면 대충 " *기호는, 대괄호( [ )의 첫번째 색실로 bottom leg를 놓고, 두번째 색실로 마무리합니다." 정도 된다.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이걸 이해하려면, 십자..
대통령 선거가 끝나니까 페북에 '좌좀', '수꼴' 같은 단어 쓰면서 그간 페북에서 선거 이야기, 정치 이야기 했던 것들 비판하고, 어쨌거나 이제 대통령은 뽑힌 거니까 그녀가 대통령직 잘 할 수 있도록 믿어보자... 그런 얘기가 많더라. 맞는 말 같지만 난 그런 말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해. 훈계하는 듯한 말투와 원색적인 단어를 쓰니까 참 쿨해보이기는 하지만 그거야말로 허튼 소리야. 이쪽도 틀렸고 저쪽도 틀렸다는 식의 양비론, 이제 선거는 끝났으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결과에 승복하고 잠자코 있으라는 이야기들... 웃기지 마. 그렇게 무심코 받아들이는 무관심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야. 개혁적인 정치가는 무관심 때문에 좌절하고, 사악한 정치가는 무관심 덕분에 독재를 행하지. 선거는 비슷비슷한 두 ..
역대급 성군(聖君)이라는 세종이나 정조가 2012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세종은 무려 6명의 여인이 연루된 섹스스캔들을 일으켜(자식은 18남 4녀!) 빌 클린턴을 능가하는 여성편력을 과시하며 당장에 탄핵 당했을 것이다. 정조는 자기 아버지의 무덤을 명당자리로 옮겨야겠다며 멀쩡한 도시 하나를 없애버리는, 완전 미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세종과 정조가 성군인 것은 15세기와 18세기 조선이라는 특정한 시기와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지 벌써 30년도 넘게 지난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떠하든 간에 그것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가치이지 2012년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평가하..
난 말야... 고민 같은건 스무살 즈음에나 하는 건줄 알았어. 사실 그 때는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았나 모르겠어. 왜 그런거 있잖아. '대학에 와보니 인간관계가 고등학교 때랑 다르네요', '그 여자애/남자애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같은 거 말야.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하고 웃기긴 하지만, 그 때는 그 나름대로 되게 진지했던 그런거. 그래서 그 때는 어서 빨리 그런 고민 같은거 안 할 수 있는 당당함이나 뚜렷한 주관 같은게 생기길 원했던 거 같아. 그냥 막연하게 말야. 선배들은 그런 걸로 고민 안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그런데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대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그걸 그대로 비슷하게 하고 있길래 좀 놀랐어. 물론 고민의 내용이야 변했지만...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 변했..
배치arrangement: 우리가 '아 오늘은 좀 덥네'라고 느낀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오늘의 기온에서 그 원인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는 실제 우리의 인식은 '더위->기온'의 순서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온->더위'라는 식으로 인과를 설정한다. 물론 이는 우리의 (경험적으로 누적된) 자연과학적 지식에 의해 타당한 인과관계로 확인되었기에 '진리'로 인식된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타당한 진리 혹은 인과관계라고 인식하고 각각의 요소들을 인위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배치'라고 정리할 수 있겠지. 중층결정overdetermination: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기온'이 반드시 '더위'의 원인은 아닐 수 있다. 내가 지금 느끼는 더위는 밀폐된 방 안에 에어컨을 시원찮게 틀었다거나, 방금 열라 뜨거운 곰탕을 완샷!했다거나,..
김근태 전 의원의 빈소 아래아래층에는 반FTA집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차량전복사고로 오늘 새벽 세상을 떠난 한 사회운동가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과거 80년대의 김근태를 추모하고 존중하고 존경하는 일은 쉽다.그런만큼 우리는 2012년의 김근태에게도 충분한 추모와 존중과 존경을 표하고 있는가. 되려 우리가는 2012년의 김근태들을 일러 '비현실적'이라며 조롱하고 있지는 않은가.옥탑방에 쪼그려 앉아 마르크스의 착취율 공식이니 80년대 사구체 논쟁사니 하던 것들을 열심히 메모하며 배웠던 기억이 난다. 조성민 선배의 명복을 빈다. (페이스북, 2012년 1월 1일) *고인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515-2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