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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내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남자, Eric Clapton.저 불빛 속에 그가 있다. Eric Clapton Live in Seoul 2011. (페이스북, 2011년 2월 20일)
허세가 넘치는 그 학교 앞에는 그냥 동네골목에도 이런 커피집이 있다 (페이스북, 2010년 11월 23일)
1. '세월' 이후. 이해와 공감. 아내는 연주를 끝낸 뒤 수천 명의 기립 박수를 받은 피아니스트마냥 울었다. 사람들이 던진 꽃에 싸인 채. 꽃에 파묻힌 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마냥 내가 붙들고 선 벽지 아래서 흐느꼈다. 미색 바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흰 꽃이 촘촘하게 박힌 종이를 이고서였다. 그러자 그 꽃이 마치 아내 머리 위에 함부로 던져진 조화弔花처럼 보였다. 누군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악의로 던져놓은 국화 같았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
1-1. '플레이펌프'라고 하는 것이 있다. 아이들이 타고 노는 놀이기구(아래 사진)에 지하수 펌프를 연결해서 그걸 타고 놀기만 해도 물을 퍼올릴 수 있다는 건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적정기술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꽤 유명했던 아이디어였다. 1-2. 근데 이거, 지금은 실패한 자선사업/적정기술의 대표 사례가 됐다. 얼핏 보기엔 괜찮은 아이디어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들어가는 노동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식수의 양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셀러브리티들의 찬사 덕에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아프리카 전역에 수없이 설치된 플레이펌프는 그냥 흉물이 되는 중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건, 플레이펌프는 여전히 많은 후원을 받으며 사업을 계속하는 중이란다;..
0. 2015년에 나온 개정번역판이 아니라, 1993년에 나온 버전을 읽었다. 그래서 그런가 번역이 다소 딱딱하고, 고유명사 표기도 지금 보기에는 살짝 낯설다. 나온지 20년이 훌쩍 넘은 책인데, 1판 1쇄가 배송되어 온 것은 좀 충격적이다... 1. 대학원 과정생일 때 본의아니게 서양사 수업을 꽤 많이 들었다. 워낙에 코딱지만한 대학원이라서 한국사 수업만으로는 학점을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과에 있던 서양사 전공 교수님 두 분 모두 이론에 밝으시고 해외의 연구동향에 민감한 분이어서 꽤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이 서발턴 연구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탈근대 연구였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내가 채터지나 차크라바르티 읽을 일은 영원히 없었겠지. 뭐 암튼 그 때부터, 한 번쯤 읽..
영화를 보면서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가 생각났다. 그것을 두고 "애써 침 같은 걸 꿀꺽 삼키면서,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내리누르면서, 목구멍에서 힘들게 끄집어내는 말 같다. ...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도 그런 식 같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게 느껴진다. 세상 근심 다 짊어진 듯 무게잡지 않으면서, 대단한 일 한답시고 유난떨지 않으면서,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 비록 그것이 기대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다음 할 일을 찾아 떠나는, 비관주의자의 낙관(혹은 '직업적 성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