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928)
Dog君 Blues...
1. ‘뉴라이트’가 다른 우익들과 차별되는 지점이 있다면, ‘전향’한 사람이 많다는 거 아닐까 싶다. 80년대 중반 정도까지만 해도 진보진영의 결속력은 꽤 단단했던 것 같은데, 87년에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90년에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이탈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재오, 김문수, 하태경 등등 요즘도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락내리락 하시는 분들 아이냐. 2-1. 학계에서는 유독 경제사 분야에서 그런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 이영훈, 안병직 등이 대표 케이스 되겠다. (물론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실제로 숫자를 따져보면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2-2. 내가 전공으로 삼은 경제사가 그렇단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당장 나만 해도 내가 쓰는 글과 내가 하는 생각이, 성장지상주의에 갇혀서 정작..
1-1. ‘보스턴 리갈Boston Legal’이란 미드가 있다. 유학을 가네 어쩌네 분수에 안 맞는 지랄똥을 처싸고 다닐 때, GRE 공부에 도움이 될거라는 조언에 보기 시작했다가 결국 인생미드 비슷하게 된 미드다. 보스턴 리갈이 보여주는 미국 법원의 풍경은 한국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배심원제에 따라 운영되는 미국 법정은 한국에 비하면 뭐랄까 배심원들을 사이에 놓고 벌어지는 일종의 게임처럼 보인다. 화려한 언변이나 극적인 논리전개로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뭐 그런 것들… 검사와 변호사 혹은 변호사와 변호사가 각자 준비해온 논리들을 주고 받으며 법정 분위기를 들었다놨다 엎었다뒤집었다 하는 과정들은, 제임스 스페이더와 윌리엄 새트너의 실 없는 농담만큼이나 재미있다. 1-2.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과정..
1-1. 현대사 연구 분야에서 1950년대, 좀 더 정확하게는 48년 이후의 이승만정권기는 뭐라 딱 정의하기가 참 애매한 시간대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해방 직후의 혼란을 거치며 집권한 후 한국전쟁 때 역대급 무능&학살 스킬을 시전한 후 내내 부패와 무능에 찌들어 있다가 4월 혁명으로 한방에 훅 간 정도의 이미지 정도에 불과해서 뭐 딱히 다른 이야기를 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이 느껴지니까. 더욱이 4월 혁명과 5.16 쿠데타가 거대한 ‘단절’ 처럼 느껴지는 탓에 그 이전에 있었던 것들은 그냥 없던 걸로 퉁치고 60년대부터 새로 시작하는 걸로 하자…는 심리도 좀 있는 것 같고. 1-2. 요새 50년대 쪽을 공부해서 그런가,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자꾸 목젖 아래 3..
1. 재난이나 좀비 같은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재난/좀비란 그냥 조건이나 맥거핀 같은 것에 가깝고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에 대처하는 인간군상의 자세에 있기 마련인데, 사람이 살면서 그런 조건에 노출될 일이 얼마나 있겠나. 절대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조건 속에 사람들을 억지로 밀어넣고는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악다구니들을 한참이나 늘어놓은 다음 '사람이란 무릇 이런 존재들이지 쯧쯧'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뭐 특별히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강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 누구나 언제든 악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조건이 생기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간이 수천수만년동안 문명을 개량하고 도덕관념을 지키..
1) 이대근, 『한국전쟁과 1950년대의 자본축적』, 까치, 1987.2) 이대근, 『해방후·1950년대의 경제 - 공업화의 사적 배경 연구』, 삼성경제연구소, 2002.3) 이대근, 『귀속재산 연구』, 이숲, 2015. 1.뭐랄까, 이대근 트릴로지라고 할 수 있을랑가.순전히 필요에 의해서 1)을 구해다 읽게 되었고, 읽다 보니 구미가 당겨서 2)와 3)까지 읽었다.단, 3)은 완독하지 못하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었다. 왜 완독을 못했냐면... (4.에서 계속) 2.거의 비슷한 시기와 대상에 대해대략 15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나온 책들이다.셋 다 견해가 다른데, 특히 1)과 2)의 차이가 크다. 3.간단하게라도 책 세 권을 모두 정리해야겠지만...정말 궁금하다. 1)에서는 종속이론의 냄새를 풍기..
0. 제목은 명백하게 배링턴 무어의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의 패러디이지만, 실제 내용은 그것과 별 상관이 없다. (이렇게 패러디하기 좋은 제목 짓는 것도 재주여, 재주.) 1. 박사학위논문을 저본으로 삼아서 만든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다루는 범위도 좁게 마련이고, 글의 밀도도 치밀하다. 학계의 언어로 쓰여지다보니 말랑말랑하게 잘 읽히는 문장도 아니다. 나도 나름 현대사 전공이고, 책을 적게 읽은 편이 아니라고 자부하지만, 읽어내기가 만만찮다. 사실 올초에 한 번 도전했다가 100쪽을 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했었다. 다른 읽을 책도 많은데 다시 도전할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올 여름에 어디 토론문 쓰느라 다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관련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읽다 보니..
1. '필사筆寫'라는 것을, 대학 들어오고 나서 한참 있다가 알았다. 그나마도 경건한 신앙인들이 조금씩 성경을 베껴쓰는 것이 있다는 것만 건너들은 정도였다. 아, 그래 신앙인이라면 성경 정도 베껴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 1분에 수백 타 정도는 누구나 거뜬히 치는 요즘 세상에 손으로 꾹꾹 눌러서 책을 베껴 쓰는 일이라니, 무슨 중세 필경사들이 좀비처럼 관뚜껑 열고 돌아오는 시추에이션이 작금에 재현되리라는 상상을 어떻게 했겠냐고. 2. 역시 나는 촌놈이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필사를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종이 위를 지나가는 펜의 사각거리는 느낌을 즐긴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필사를 통해 좋은 문장을 자기 글로 옮긴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악필이고 앞으로 한동안 ..
1. 내 인생의 책을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김규항의 'B급 좌파'를 꼽을 것 같은데, 그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다." 'B급 좌파'가 나오고 얼추 20년 조금 못 되는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가기는커녕 끝도 없이 뒤로 밀려가는 것 같다. 채용면접시험장에서 정치적 입장을 물어보는 면접관과,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지키지 않고도 뻔뻔하게 고위직에서 버티며 부끄러운 낯빛조차 내비치지 않는 사람들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니까. 좌파고 우파고 나발이고 이제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일'조차 버거워진 것 같다. 2. 전에 읽었던 '대한민국 악인열전'의 반대편에 놓일 것 같은 책..
1. 다음 책이 나오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책이 나오면 가급적 빨리 사서 읽는 작가들이 몇 있다. 그 중 한 명이 김중혁이다. 주제의식에서 무게감이 차고 넘치거나 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중혁의 재기 넘치고 통통 튀는 문장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덥고 힘들 때, 사는게 짜증날 때, 만사에 지칠 때 읽으면 없던 웃음도 나온다. 이번 책도 읽다 말고 끅끅대며 웃은 것이 여러 번이다. 최근 몇 주 정도 부쩍 일이 많고 여유가 없다. 적어도 앞으로 몇 년 정도는 계속 이럴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책이 더 좋다. 2. 김중혁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글을 쓴다. 단편소설들도 그렇고, 에세이들도 그렇다. (아, 연재 때문인가;;;) 이번 주제는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