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역사비평 140호 (역사비평사, 2022.) 본문
역사비평 140호를 받아보았습니다. 이번 호는 무엇보다 '한국 근현대 능력주의의 역사와 신화'라는 제목으로 준비된 능력주의 특집이 눈에 띕니다. 최근 얼마 사이에 '능력주의'가 무척 뜨거운 키워드가 되었는데요, 여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모후의 반역'에 대한 오수창 선생님의 서평입니다. 사료의 인용과 해석에 대한 디테일한 논평에 (그건 제가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내용이네요...) 더하여, '충'과 '효'를 대립시킨 이 책의 기본적인 구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왕실 내에서도 거의 절대적인 지위를 누린 대왕대비를 논하면서 '충'과 '효'를 굳이 분리시키고 대립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리고 이 때의 '효'를 사회 일반의 원리로서의 '효'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등입니다. 독자인 우리로서는 꼭 어느 쪽이 옳다고 손을 들어주려고 하기보다는 양측의 의견을 차분히 검토하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꿀잼이겠죠. (달리 말하자면 일종의 싸움구경이기도 한지라... ㅎㅎㅎ)
(...) 조선 국가는 왕실과 분리되지 않으며, 왕실 안에 효와 구분되는 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신하들에게 가문의 원리인 효와 국가의 원리인 충은 하나일 수 없다. 즉 인목대비 사안에서 문제가 된 왕실의 효는 처음부터 사회 일반의 효에 전이될 수 있는 원리나 가치가 아니었다. 인목대비를 둘러싼 효 논의로 인하여 사회 전체의 충과 효가 역전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조선 국가의 운영 원리를 고려하지 않은 오류다. 따라서 저자가 '효치국가'를 내세우고도 그 정의만 제시했을 뿐 내용을 채우지 못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저자가 말하는 '효치국가'란 지배 이념이 충보다는 효를 앞세우는, '정치무대의 현실에서 충과 효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현상이 편만한' 나라다. 하지만 이 책에서 국가 운영에서 효가 앞 시기와 비교해 충을 압도하거나 앞서게 된 면모는 설명된 바 없다. 저자는 대한제국 시기 의병 총대장을 맡은 이인영이 부모의 상례를 치르기 위해 교전 현장을 떠난 사례를 제시했지만, 3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국내외 상황이 온통 달라진 시점의 개인 사례 하나가 인조반정 이후 '효치국가'로 변한 증거일 수는 없다. (...) (오수창, 「조선시대 대비 지위와 인조반정의 재검토―계승범 교수의 『모후의 반역』 비판」, 『역사비평』 140, 역사비평사, 2022, 5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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