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서울리뷰, 2022.) 본문
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 서리북) 7호를 받아보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기다리던 서평이 많았습니다. 지난 호에서 예고했던 '유유의 귀향'과 '가짜 남편 만들기'의 서평을 비롯해서 '한국 경제의 설계자들'의 서평도 (이번 호에 실린다는 이야기를 조금 일찍 전해 들었거든요) 무척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제 전공이 역사다 보니 기대감이 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아우, 덕후 냄새...)
이 둘은 다른 지면에서도 서평(비평)을 더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것들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전자는 '역사비평' 139호에, 후자는 '역사문제연구' 48호에 각각 평이 실렸죠. 제 개인적으로는, 서리북의 서평은 상대적으로 텍스트 바깥에 대해서도 약간 더 주목을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시간을 더 들여서 제 생각을 정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건 다른 기회를 통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예전에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에서, 좋은 서평이란 독자의 반응을 끌어내는 서평이라는 말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응이란,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는 책을 읽거나 읽지 않게끔 하는 것일테고, 이미 책을 읽은 독자라면 서평의 주장과 자기 생각을 견줘보게끔 하는 것이겠죠. 그런 점에서 보면 서리북은 (늘 그러하듯) 성공적입니다. 서평을 읽은 제가 어떤 식으로든 뭐라도 반응을 하고 싶게 되었으니까요. 그것 뿐입니까. 몰랐던 책을 알아가는 기쁨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깨우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은 후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언제건 마음 편히 서리북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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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7호에서 제가 가장 공감하면서 읽은 것은 이정모의 에세이 '이 책들을 다 어이할꼬?' 였습니다. 주제도 주제지만 (책 덕후의 슬픔 ㅠㅠ) 특히 아래 부분에 필이 꽂혔습니다.
나는 꽃 장사를 하는 내 친구가 알라딘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별 불만이 없다. (음, 좋겠다. 꽃은 중고 시장이 없다.) 하지만 저작권으로 먹고사는 사람, 책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 책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한 젊은 소설가와 대기실에서 이야기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출판사가 책을 보내면 다 읽고 중고 서점에 팔아 용돈에 보탠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출판사는 책 홍보를 위해 보냈다가 한 권의 수익을 놓친 셈이 되었다. 출판사에 미안하지 않은가!
(...)
그러면 그 많은 책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방법이 있다. (...) 바로 버리는 것이다. 보관하기 힘든 책, 보관하고 싶지 않은 책은 그냥 버리자.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말고 그냥 버리자. 나무 베어 만든 책을 버리면 낭비 아니냐고? 환경파괴 아니냐고? 아무 데나 버리지 마시고 꼭 재활용 쓰레기로 버리시라. (이정모, 「이 책들을 다 어이할꼬?」, 232~233쪽.)
예전에 당근마켓에서, 출판사에서 서평 작성 및 홍보를 위해 제공한 책을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런 책을 팔로워를 위한 이벤트로 뿌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책들은 시장에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판매나 양도를 위한 물건이 아니고 오직 그 사람(아마도 그런 이를 '인플루언서'라고들 부르겠지요)을 위해서만 제공된 것입니다. 그런 물건을 돈을 받고 팔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일입니다. 작가와 출판사, 서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습니다..
책을 구입할 때 돈을 지불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구입하건, 도서관을 통해 구입하건 간에) 저자의 창작물과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야만 그 작가와 출판사가 다음에도 또 좋은 책을 낼 수 있을 것이고 도서 시장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에게 제공된 호의를 비틀어 자기의 수익과 명성을 얻는데 사용하는 자칭타칭 '인플루언서'는, 책을 만드는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도서 시장에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요. 그들은 작가와 출판사, 도서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이상, 그 어떤 협찬도 없는 듣보잡의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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