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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우스이 류이치로, 사람과나무사이, 202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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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우스이 류이치로, 사람과나무사이, 2022.)

Dog君 2022. 11. 6. 14:55

 

  우스이 류이치로가 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탕수육은 커피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거의 무조건 삽니다. 이에 관해서는 시중에 꽤 많은 책들이 나와있고 그 중 거의 대부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이 책을 고른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커피의 역사에 관한 책이니, 늘 그랬듯 책을 사서 읽은 거죠. 커피의 역사를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책의 내용이 다 똑같지는 않아서,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조금씩 도톰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커피를 다룬 거개의 책은 커피 그 자체를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피의 맛과 향이 사람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유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죠. 이런 책처럼 특정한 소재에 집중해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을 역사학계에서는 '소재주의'라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꽤 부정적인 뉘앙스가 들어있습니다. 커피건 무엇이건 모든 '소재'는 그것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건만, '소재주의'적 접근은 그런 맥락은 삭제해버리고 듣기 좋은 이야기 토막들만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판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의 책이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기도 하죠.

 

  커피 역사 책을 읽을 때도 꼭 그런 느낌입니다. 커피라는 낯선 음료를 말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그저 사람들의 취향 이야기뿐인가 싶은거죠. 거기서부터 생각이 뻗어나간 끝에 최근에 탕수육은 음, 커피 소비의 윤리학이랄까, 그런 문제들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지만 지구상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은 적도 주변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지역들 대부분은 인위적으로 커피가 보급된 곳이죠. 그래서 전세계에 커피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규모의 유통이 필요하고, 유통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죠. 막대한 커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해당 지역은 대개 단작경제(單作經濟, mono culture economy)로 재편되곤 했고요. 우리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에는 그저 '공정무역' 정도로는 어찌할 수 없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깔려 있습니다.

 

  저에게 이 책의 미덕은 보통의 커피 역사 책이 간과하곤 했던 윤리의 문제까지 다루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커피의 역사란 커피 경작지가 확산되고 산업 규모가 커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곧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노예노동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단작경제가 확산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 유통망은 지금도 지구적 불평등의 공고화에 일조하고 있지요. 이 책은 에티오피아의 목동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커피의 역사가 언제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커피를 당장 끊자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저만 해도 꽤 많은 커피를 마십니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동네 카페;;) 하지만 적어도 그런 문제가 있음을 자각할 필요는 있겠죠. 당장 해결책이 없더라도,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기만이라도 해야 언젠가는 해법도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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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는 '자연적' 음료라고 말하기 어렵다. (...) 그런 커피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소비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업자본은 인위적으로 사람들의 커피 욕구를 만들어내야 했다. 상업자본주의는 인간과 자연을 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장치다. 커피라는 신종 음료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상당한 재력을 가진 상인은 호화로운 커피하우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커피 마시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커피 욕구를 돋우고 정착시켰다.
  그렇게 해서 일단 사람들 사이에 '내적욕구'로 정착된 상품이 이번에는 '외적자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 외적자연이 원생림이었는지 다른 작물을 위한 밭이었는지와 관계없이 커피 생산을 위해 전면적으로 재편성되어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후 커피 문명의 발전은 선진자본주의 제국에서 조달된 자본과 서인도제도, 중남미, 아프리카대륙 등의 대지가 결합해 인간과 자연의 전면 개조를 추진하게 된다. 한편 커피 생산에 종사하는 대다수 농민은 흑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고향과 가족에게서, 자신의 언어에서, 인간의 자연적 요소 일체로부터 뿌리째 뽑힌 채 머나먼 곳으로 보내진 노예들이었다. (95~96쪽.)

 

  마침내 많은 사람이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사건은 다른 곳도 아닌 메카에서 일어났다. 1511년 6월 20일 금요일,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신일 전날 밤의 일이다. 메카의 총독 카이르 베그 알미마르(Kha'ir Beg al-Mi'mar)는 성스러운 모스크에서 하루 일과를 기도로 끝내고 늘 그랬듯 신전의 신비한 보석인 흑석에 입을 맞추었다. (...) 그가 이렇게 경건한 자세로 기도하고 있을 때 경내 한곳에 등불을 켜고 모인 수상한 무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수상한 무리는 뭔가 술 같은 것을 돌려 마시고 있었다. 그즈음 신전 근처 식당에서도 팔기 시작한 카와가 틀림없었다. 카이르 베그는 발칙한 무리를 호되게 꾸짖고 내쫓았다. 그리고 다음 날 메카의 간부회의를 소집해 카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 (...)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각본은 이미 짜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엉성한 각본에 어설픈 연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메카의 총독 카이르 베그 알미마르는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얻었으며, 이후 본격적 커피 탄압이 시작되었다. 메카의 길거리에서 커피콩을 볶거나 커피를 판매한 자, 그리고 커피를 마신 자는 모질게 채찍질을 당했다.
  그러나 커피 탄압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의에서 커피 전면 금지에 찬성하지 않은 온건파 몇 명이 카이로에 의사록을 보내 중앙정부의 의견을 물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카이로 중앙정부는 공식 답변을 보내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
  역사에 기록된 대표적 커피 탄압 사건인 '메카 사건'은 우여곡절을 거쳐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이는 커피가 승리의 브이 자를 그리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또한 이로써 커피가 와인과는 확연히 다른 음료라는 공식 승인을 얻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 이슬람의 식사 예법에 어긋나는 커피 음용법은 차츰 특별한 예외사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57~60쪽.)

 

  (...) 모카는 17세기 중반 무렵 이미 연간 8만 포대(1포대는 약 60킬로그램)를 출하하고 있었다. 하지만 커피 출하가 모카항에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호데이다나 그 밖의 항구에서도 모카에 뒤지지 않는, 아니 양적으로만 따지면 모카보다 더 많은 물량을 출하하고 있었다. 모카가 예멘 커피를 대표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유럽 중심주의 사관에 따른 현상이다. 모카항의 특수성이란 오직 이 항구에서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유럽 선박이 직접 기항을 허락받아 커피를 매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78쪽.)

 

  자바섬은 오랜 옛날부터 쌀을 재배하는 지역이었다. 그곳에 어느 날 갑자기 서구인이 몰려와서는 주식인 쌀농사를 커피 재배로 바꿔버렸다. 이처럼 유럽시장을 위한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제3세계의 식량 부족 상황은 구조적인 모순이 되어버렸다.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에 혈안이 된 토지 소유주는 유럽 상류층이 부럽지 않은 호사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한편 먹을 쌀이 없어서 한 지역 전체가 굶어 죽는 참극이 일어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제3세계의 기본적 생산구조가 유럽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형성돼 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그 상품이 내수보다는 세계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국가의 자율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제3세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유럽을 화려하게 물들인 커피와 커피 문명을 위해 커피콩을 제공한 생산자의 실제 모습이었다.
  커피는 '자연적' 음료라고 말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그냥 두어도 개나 고양이가 마시는 그런 음료가 아니라는 의미다. (...) 그런 커피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소비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업자본은 인위적으로 사람들의 커피 욕구를 만들어내야 했다. 상업자본주의는 인간과 자연을 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장치다. 커피라는 신종 음료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상당한 재력을 가진 상인은 호화로운 커피하우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커피 마시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커피 욕구를 돋우고 정착시켰다.
  그렇게 해서 일단 사람들 사이에 '내적욕구'로 정착된 상품이 이번에는 '외적자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 외적자연이 원생림이었는지 다른 작물을 위한 밭이었는지와 관계없이 커피 생산을 위해 전면적으로 재편성되어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후 커피 문명의 발전은 선진자본주의 제국에서 조달된 자본과 서인도제도, 중남미, 아프리카대륙 등의 대지가 결합해 인간과 자연의 전면 개조를 추진하게 된다. 한편 커피 생산에 종사하는 대다수 농민은 흑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고향과 가족에게서, 자신의 언어에서, 인간의 자연적 요소 일체로부터 뿌리째 뽑힌 채 머나먼 곳으로 보내진 노예들이었다. (94~96쪽.)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청교도혁명과 뒤이은 왕정복고 시대에 확립된 근대시민사회의 주요 공공제도이자 시스템이었다. 커피하우스와 커피라는 상품 이미지는 근엄한 청교도 이데올로기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이슬람 수피즘의 정신적 비호 속에서 탄생한 커피는 저 독특한 '깨어 있는 도취감'이 주요 특징이다. 커피의 그러한 특성은 자본주의 기본 윤리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냉정하게 깨어 있는 종교로서의 청교도주의와 잘 어울렸다.
  근엄한 청교도주의 시대에 커피보다 먼저 공격 대상이 된 음료는 알코올이었다. 커피, 코코아, 홍차 등의 비알코올 음료가 판매되기 전 서민계층이 소비한 하루 평균 알코올 양은 어느 정도일까? 예를 들어 맥주의 경우 17세기의 평균적인 가정에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인당 하루 평균 3리터를 소비했다고 한다. (...) (117쪽.)

 

  오늘날에도 커피를 '니그로의 땀'이라고 부르는 무시무시한 어휘가 남아 있다. 왜 이런 어휘가 생겨났을까? 흑인이 손이 많이 가는 커피 재배를 뒷받침한 주요 노동력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서해안에 집결한 흑인노예는 그리스도교 목사의 축복을 받은 후 서인도제도의 플랜테이션으로 실려 갔다. (...) 한데 충격적인 것은, 흑인노예를 옮기는 과정에 드 클리외가 커피나무를 옮길 때와 같은 세심한 주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배에 탄 흑인 가운데 무려 3분의 1이 배 안에서 사망했다고 하니 살아남은 흑인노예가 얼마나 비참한 환경을 견뎌냈을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추정하기로는,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1,500만 명의 흑인노예가 실려 갔지만 18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남은 흑인노예는 300만 명뿐이었다고 한다. 서인도제도의 대지는 처음부터 '니그로의 땀'을 받아들여 유럽인을 위한 '신의 음식'을 풍성하게 한 셈이다. (175~176쪽.)

 

  보나파르트는 영국 물가표를 끊임없이 면밀히 조사했다. 그리고 영국에서 커피가 금값에 거래된다는 걸 확인하고는 대륙봉쇄령 효과에 만족했다.
  -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에 인용된 제임스 디컨 흄의 곡물법에 관한 편지 중에서 (222쪽.)

 

교정. 1판 1쇄

143쪽 밑에서 3줄 : 카를 5세(Karl V. Holy Roman Emperor 재위 1530~1556) -> 카를 5세(Karl V, 재위 1530~1556)

150쪽 2줄 : 레오폴드 1세(Leopold I, Holy Roman Emperor 재위 1658~1705) -> 레오폴드 1세(Leopold I, 재위 1658~1705)

196쪽 6줄 : 배르사유궁을 -> 베르사유궁을

200쪽 밑에서 3줄 : 로베스피에로 -> 로베스피에르

200쪽 밑에서 1줄 : 로베스피에로 -> 로베스피에르

201쪽 2줄 : 로베스피에로 -> 로베스피에르

209쪽 밑에서 3줄 : 주물(Fetish, 나뭇조각, 돌, 동물 따위에 영험이 있다고 믿고 숭배하는 일)에 -> 주물(fetish, 영험이 있

고 믿고 숭배하는 나뭇조각, 돌, 동물 따위)에

222쪽 1줄 : 작은 꽃 커피(Blümchenkaffee) -> 작은 꽃 커피(blümchenkaffee)

228쪽 2줄 : 대용품(Surrogat) -> 대용품(surrogat)

228쪽 7줄 : 뭘러의 -> 뮐러의

239쪽 밑에서 6줄 : 모노컬처 경제(mono culture, -> 모노컬처 경제(mono culture economy,

270쪽 밑에서 1줄 : 관료주의(Bureaucracy) -> 관료주의(bureau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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