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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이번 서리북은 판형이 작아진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손에 들고 보기에 딱 좋을 정도로 작아져서 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읽기가 많이 편해졌습니다. 물론 그전의 판형에 대해서도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편하긴 편하네요 ㅎㅎㅎ. 서평을 읽는 것은 보통의 독서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서평의 목적이 저자의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구입하거나 구입하지 않게 한다거나, 이미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서평자와 견줘보게끔 하는 것 말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서리북도 즐거운 독서경험이었습니다. 한 때는 서리북에 대해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느낌도 많이 줄었습니다. 모든 서평을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읽은 서평에서는 꽤..
『사상계』, 『여학생』, 『여원』 등의 잡지를 통해 1960-70년대의 과학기술담론이 젠더를 어떻게 위계화시켰는지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기 저항이데올로기의 아이콘과도 같은 잡지인 『사상계』를 통해 저항적 민족주의마저도 젠더의 위계화라는 측면에서는 지배이데올로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당대 '여성지'의 대표격인 『여학생』과 『여원』을 통해서는 동물성으로 특징지워진 여성의 신체(그 반대 위치에는 기계신체에 대한 선망이 자리합니다.)를 말할 때는 월경이나 처녀막 등이 불완전함의 상징으로 내세워지는 점과 여성성 내에서도 서구적 여성성과 한국적 여성성이 대비되며 여성성이 다시금 식민화되고 위계화되는 점을 지적합니다. 일견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과학기술 역시 그것을 둘러싼 사회..
우리가 경매에 참여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경매사인 소더비(그리고 크리스티)의 이름은 꽤 친숙합니다. 가끔 외신에서 무슨무슨 문화재가 얼마얼마의 가격에 낙찰됐다는 식의 뉴스로 여러번 접했기 때문이죠. 작고 낡은 물건 하나에 (우리 같은 보통 직장인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간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이번 달 내 월급은 왜 이런가 하는 생각, 어디 저만 했겠습니까 ㅎㅎㅎ. 하지만 제 월급 액수와 상관없이, 저는 서구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경매에 냉소적입니다. 거기서 거래되는 물건 중 상당수가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약탈한 것들일텐데, 그런 것들을 두고 호사스러이 미美와 역사를 논하는 것이 너무 보기 싫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소더비에서 거래된 경매품을 다룬 이 책도 이..
대체 얼마만에 읽은 소설인가 싶습니다. 소설에 대해서는 뭐라든 말을 보탤 깜냥이 못됩니다. 그 때문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마음 끌리는 소설가의 신작을 꾸준히 따라읽는 건데요,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면서 봐야 그나마 소설의 맥락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제가 따라 읽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 김중혁이고요. 김중혁의 단편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그의 단편소설 속 세상은 현실과 공상의 절묘한 경계에 있는 듯해서 설정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요. 다만 초기에 쓴 장편소설에서는 힘이 부친달까, 밀도가 옅달까, 암튼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느낌이 점점 옅어지더니 이 책은, 음, 김중혁 특유의 공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도 마지막..
저에게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제 경험과 감각의 범위가 좁으니 책으로 그 범위를 넓혀보려고 한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제가 알지 못하는 경험과 감각을 저는 책을 통해 약간이나마 살펴보곤 합니다. 애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저와 다른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런 애초의 목표는 대체로 온전히 달성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일생에 걸쳐 쌓아온 정체성과 경험을 단 몇 시간의 독서경험으로 이해하는 것이 말처럼 쉬울리가 없으니까요. 이런 사실과 이런 생각과 이런 경험이 있구나...하는 정도만 혀끝에서나마 느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의외로 이 책은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의 '소수성' 혹은 '규범으로부터의 일탈' 같은 것들을 곰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