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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저에게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제 경험과 감각의 범위가 좁으니 책으로 그 범위를 넓혀보려고 한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제가 알지 못하는 경험과 감각을 저는 책을 통해 약간이나마 살펴보곤 합니다. 애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저와 다른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런 애초의 목표는 대체로 온전히 달성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일생에 걸쳐 쌓아온 정체성과 경험을 단 몇 시간의 독서경험으로 이해하는 것이 말처럼 쉬울리가 없으니까요. 이런 사실과 이런 생각과 이런 경험이 있구나...하는 정도만 혀끝에서나마 느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의외로 이 책은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의 '소수성' 혹은 '규범으로부터의 일탈' 같은 것들을 곰곰 생각..
조선의 대외정책은 흔히 사대주의로 설명됩니다. 태조 이성계가 권력을 장악한 계기인 위화도 회군 당시에 내세운 명분 중 첫 번째가 '이소역대(以小逆大,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역함)'가 불가하다는 것이었으니 조선이라는 나라는 사대주의가 애초에 DNA에 새겨진 나라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그런 우리의 상식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5세기에 활발했던 대외정벌, 특히 여진족에 대한 정벌은 사대주의로는 좀체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여진이 오랑캐라고는 하지만 이들에 대한 조선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은 이미 그 자체로 사대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인데다가, 여진족에 대한 군사행동은 명의 강역을 침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책은 여진족에 대한 장악력을 두고 조선과 명나라가 서로 ..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가미카제神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역사적 중요성과 별개로 워낙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해서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우리에게 꽤 친숙하지요. 폭탄을 잔뜩 실은 비행기로 적군 전함에 뛰어드는 자살폭탄공격이라니,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미카제를 말하는 매체는 대부분 전쟁 말기의 광기狂氣나 불가해함을 말하며 놀라고 경악하는 표정을 보이기 바쁘죠.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불과 80여년 전의 일이니 대단히 멀지도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전쟁 중이었다고 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자기 목숨을 버려가며 적함에 자살공격을 감행했던 그 많은 파일럿들은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연초 내 타임라인의 화제는 단연 '김장하'였다. 김장하 선생의 활동범위는 진주를 벗어나지 않지만 다양한 지역과 성향을 가진, 그래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여러 분들이 제 타임라인에서 김장하 선생을 이야기하며 존중과 존경을 표했다. 선생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은 꼰대질과 라떼만이 넘쳐날 뿐 정작 '어른'은 찾기 힘든 요즘 세태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인 세대 갈등은 어쩌면 존경할만한 윗세대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도 '어른'이라고 할만한 분이 있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며 일갈했던 채현국 선생이다. 어딜 가서든 직설적인 말투를 굽히지 않았던 채현국 선생은 뭐랄까, 괄괄한 죽비 같았다고나 할까. 김장하 선생은 그와는 정반대 의미에서 '어른'이라고 할만..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는 가끔 고향과 관련된 책을 읽곤 한다. 몇 년 전에는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를 읽었는데, 읽을 때는 낄낄대며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 출신의 비장함 같은게 새삼스럽게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형평사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3년에는 그보다 더 비장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집어들고 설날 귀향버스에 탑승.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3.1운동을 전후로 한 진주의 사회운동을 충실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연구논문 모음집치고는 각 글이 꽤 긴데, 그 많은 분량에 진주 지역의 사회운동 전반이 충실히 정리되어 있다. 3.1운동의 전개양상을 다룬 논문만 해도 시위상황을 정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만약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