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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탕수육은 그렇게 트렌드에 밝은 편이 못됩니다. 남들은 PPT와 프레지로 화려하게 발표를 하던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도 꿋꿋이 워드로 만든 종이유인물로 발표자료를 돌렸으니 말 다했죠. (심지어 편집도 없이 바탕글 그대로...)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이 글도 SNS에 쓰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코 SNS를 잘 이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그저 글을 쓰고 내보일 공간이 마땅찮아서 SNS에 이렇게 쓰고 있을 뿐, SNS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는 초보 수준입니다. 그렇게나 SNS에 어두운 탕수육도 어쭙잖게나마 역사학의 언저리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역사학 역시 미디어에 대해서 보수적이기 때문일겁니다. ㅎㅎㅎ 그런데 그게 마냥 웃고 넘길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런 보수성은 역사학이 독서시장에서 지금처럼..
(책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책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다른 역사책에 비해서는 스토리가 중요한 책이므로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책을 읽으신 후에 이 글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요직을 지내신 한 역사학자가 있습니다. 80년대부터 진보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학생운동에도 시나브로 영향을 주었고, 학문적 성취도 대단한 분입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강성보수로 돌아선 것은 그의 조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그 분의 개인사를 알지는 못합니다만, 아마도 자기와 친밀한 관계였던 할아버지에게 '친일파'라는 이름이 씌워지는 것을 참기 어려웠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노라 크루크는 독일 출신의 미국인으로, 아..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인종주의의 근대성과 체계성입니다. 인종주의가 단지 비합리적이고 일탈적인 증오심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이래로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온 서구적 근대의 기반 위에 있다는 말입니다. 즉, 서구가 달성한 근대성과 인종주의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는 지적이죠. 물론 우리와 다른 인종, 예컨대 유대인이나 동아시아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편견이야 한참 오래 전부터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에는 거기에 온갖 '과학적', '합리적' 근거가 덧붙으면서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이성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시작합니다. 2022년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이성과 합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인종주의의 위험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
현재환·홍성욱이 엮은 '마스크 파노라마'를 읽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마스크 쓰기는 이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갑갑한 것이 싫어서 마스크는커녕 장갑도 잘 안 끼는 저도 이제는 마스크 쓰는 것이 특별히 어색하지 않은걸 보면 말이죠. 그런데 종종 언론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조치의 해제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슬슬 마스크와의 작별을 준비할 때가 왔나 싶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지난 1년을 결산하고, 졸업식을 앞두고는 지난 학창시절을 돌아보듯이, 마스크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점에 마스크를 둘러싼 일련의 사회적 변화와 실천(이 책에서는 이것을 '사회물질성socio-materiality'이라고 명명합니다)을 살펴보는 '마스크 파노라마'의 기획은 꽤 유의미해 보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제목 그대로, 그리고 방송에서 들으신 것처럼, 문제적 인물 서태후를 중심으로 중국근현대사를 살펴본 책입니다. 태평천국운동부터 신해혁명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정석으로 읽고 배우려면 꽤 지루합니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니까... ㅠㅠ) 하지만 이 책은 문제적 인물 서태후를 중심으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마냥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러니 '태양의변신' 같은 편법(?)도 딱히 필요가 없죠. 서점에 놓인 많은 역사책이 특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유튜브에서도 '우리 역사상 최악의 정치인 Top 3' 하는 식의 콘텐츠가 높은 인기를 누립니다. 그런데 정작 역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의 인물 중심의 접근을 꺼리거나, 혹은 매우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