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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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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스포츠와 함께 아오마메가 즐기는 것 중 하나였다. 소설은 별로 읽지 않지만 역사와 관련된 책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다. 역사에서 특히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모든 사실이 기본적으로 특정한 연도와 장소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역사의 연도를 외우는 건 그녀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숫자를 달달 외우지 않아도 다양한 사건의 전후좌우 관계를 잘 파악하면 연도는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중고등학교 때 아오마메는 역사시험만은 항상 반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역사의 연도를 외우기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오마메는 의아했다. 어떻게 그런 간단한 것을 못할까. (1권, 10~11쪽.) “그렇게 쉽게는 들키지 않아. 나는 마음만 먹으면 아주 용의주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어.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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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즈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두 번째 삶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였다. 확실한 것은 첫 번째 삶이 끝났다는 것뿐이었다. 그냥 온몸으로 깨달았다. 불안과 공포와 환멸과 싫증과 권태와 무력이 액체가 되어 내부로부터 나를 익사시키기 직전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었고 새로운 생각을 발전시킬 배터리도 없는 상태였다. 두 번째 직업을 찾아야했지만 거기에 걸맞은 재능이 없었다.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그때 죽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높아졌고, 그게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10~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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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책으로 다듬은 것이다. 전근대 한국에서 '단맛'이란 참으로 귀한 것이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설탕은 양이 매우 적었고, 꿀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근대적인 설탕산업이 도입되어 설탕이 대량생산되면서 비로소 단맛은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들어오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근대는 설탕과 단맛을 통해 우리의 미각까지 바꿔놓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설탕과 단맛은 근대적인 식생활의 상징이자 맛과 영양의 보고로 여겨졌다. (물론 시대에 따라 정반대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 책은 설탕으로 대표되는 '좀 더 건강하고 과학적인 식생활'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에 주목하는데, 책을 읽고나니 근대는 미각으로도 우리 몸에 각인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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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 정치 토론을 벌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당국을 긴장시켰다. 곧이어 엄격한 규제가 하나씩 획책되기 시작했다. 루이 14세 시대에는 경찰이 카페와 같은 공공장소를 철저하게 감시하기도 했다. 카페는 은밀한 만남을 갖기에 적합한 곳이었고, 소문을 퍼뜨리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반체제적 소문까지도 카페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게다가 카페는 비밀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 카페의 손님들은 정치 현안을 아주 자유롭게 토론했다. 몇몇 사람은 유난히 목소리를 높이면서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른 손님들의 말조심하라는 경고나 물리적인 위협에도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시골에서 올라온 듯한 청년들을 흥분시켜 그에게 정치 이야기를 했던 고향 사람들의 이름을 알아내려는 수작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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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지 못한 한아였지만, 오랜만에 심장이 뛰었다. 가벼운 위험, 몇 센티미터쯤 죽음과 재난에 가까이 간 것만으로 경민이 이렇게 변화했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앞으로 변화할 게 더 남아 있다면, 오래된 관계를 체념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되 것 같았다. (25쪽.) 그렇게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우주로 떠나다니. 한아는 마지막 작별을 기억해내고는 치를 떨었다. 다이옥신 같은 새끼, 미세먼지 같은, 아니, 미세 플라스틱 같은 새끼, 낙진 같은 새끼, 옥티벤존, 옥시녹세이트 같은 새끼, 음식물 쓰레기 같은 새끼, 더러운, 정말 더러운 새끼, 밑바닥까지 더러운 새끼, 우주의 가장 끔찍한 곳에서 객사나 해라...... 더 심한 욕을 하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어휘력이 딸렸다. 한아는 평소에 욕을 좀 연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