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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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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나는 그 행사를 통해 아무도 찾지 못했지만, 대신 그때 만난 두 명의 입양인을 오랫동안 기억했다. 한 명은 나와 같은 방을 쓰던 덴마크 국적의 수지였다. 언제나처럼 밤 산책을 마치고 새벽에 숙소로 돌아오자, 수지의 침대는 비어 있는데 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났다. 수지가 수도를 틀어 놓은 채 잠시 외출한 거라 여기고 무심코 욕실 문을 열었을 때, 놀랍게도 이미 반쯤 물이 찬 욕조에 외출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수지가 보였다. 수지는 갓 스무 살로 열다섯 명의 입양인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고 발랄했으며, 한국에 있는 가족도 쉽게 찾아서 그때까지 거의 매일 생모와 언니들을 만나러 외출을 나가곤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제야 수지가 날 올려다봤다. 물이 찬지 입술이 파랬다. 나는 일단 욕조의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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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는 존재가 만신창이가 되었다면 작가들이 현실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불행한 현상은 인류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비극이 시작되기 전에 나타난 유미주의자들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지나치게 경멸한 나머지 예술을 현실에서 분리시켰습니다. 그것이 작가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유미주의자들의 정신과 대척점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 바로 무명작가의 문장입니다. 자신의 언어에 책임을 지고 완전한 실패를 통절하게 받아들이는 작가가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설령 우리에게 남은 것이 하나도 없고, 그 작가가 얼마나 우리를 지탱시켜줄지 알 수 없다고 해도 말입니다. (6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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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적은 사람들이 읽지만 가장 강력한 힘을 오랫동안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이런 비평서다. 작가도 작품도 남지 않지만 내용이 남아서 책 읽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 아마도 대부분은 『세기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누가 썼는지, 작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는 작가의 이름을 잊어버리겠지. 그러나 『레 미제라블』을 재발견하는 탁월한 사유와 언어는 독서의 역사에 남아 문학의 DNA가 될 것이다. 이런 비평의 말들이 한 권의 위대한 소설을 한 시대의 거대한 벽화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박혜진, 「세기의 소설, 레 미제라블」, 19쪽.)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인 엠마 게이트우드의 이야기다. (…) 도대체 왜 이 먼길을 걷는 건가요? “그냥” “그러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탄받고 있는 석탄은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악마의 에너지로 불릴 수도 있다. (…) 숲이 늘어나고 생태계도 복원되기 시작한 것은 석탄 사용이 본격화된 다음부터였다. 석탄이 없었다면 지구의 생태계는 진즉 거덜났을지도 모른다. 또한 석탄이 없었다면 증기기관과 산업혁명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 누리고 있는 현대문명의 혜택도 없었을지 모른다. (25쪽.) 성능 좋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는 그 자체가 발전소이다. 배터리를 전력망grid에 연결하는 것, 즉 전기차를 충전했다가 다시 방전할 수 있는 양방향 충전방식인 ‘V2Gvehicle to grid’이다. 전기차를 사용한 후 주차장에 세워두면서 전력소비가 많은 피크타임에 남은 전기를 팔고 전력수요가 낮은 시간에 충전하여 자동차를 다시..
(…) 흙에 파묻혀서, 다시 말해서 이미 죽어 버린 사람의 자세로 죽다니! (…) (37쪽.) 사실, 이제 알베르는 알고 있다. 에두아르에겐 더 이상 자살할 힘조차 없다는 것을. 그건 이미 물 건너갔다. 그가 만일 첫째 날에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면 모든 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슬픔, 눈물, 시간, 앞으로 오게 될 끝없는 시간, 이 모든 것들이 거기서, 야전 병원의 저 안마당에서 끝나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는 지나가 버렸고, 그는 결코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다. 삶이라는 형벌을 선고받은 것이다. (102쪽.) (…) 마들렌은 아버지가 마음이 걸렸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 전쟁은 끝났고, 이제 원수들은 서로 화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중 하나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평화마저도 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