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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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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통찰을 꼭 역사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30년대의 민생단 사건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로는 김연수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에 비길만한 것이 없고, 문화혁명기 중국의 현실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내기로는 위화의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만큼 훌륭한 글도 드물다. 개인적으로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보고서 역사를 바라보는 제 관점이 크게 바뀌기도 했고. (그러고보니 이 영화의 원작자도 위화.) 딱딱한 연구서 외의 역사책을 권해달라고 부탁할 때 나는 이들 책을 떠올린다. 켄 리우의 소설집 『종이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어느 독서 팟캐스트에서 소개하는 것을 듣고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이게 웬걸, 『종이 동물원』은 2019년에 읽은 책 중에서 수위를 다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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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2차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은 서로 맞붙어 싸웠지만 인종적, 민족적 소수자를 동원하는 이데올로기는 공히 인종주의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미일 양국의 인종주의가 '거친 인종주의'에서 '친절한 인종주의'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번째 주장, 즉 같은 인종주의라 하더라도 그 내부에는 훨씬 더 복잡한 결이 있음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롭다. 아마도 그것이 인종주의적 폭력이 피식민민족(혹은 인종적 소수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유도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지적은 식민권력이나 독재권력에 대한 부역의 문제를 논할 때도 꽤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미국의 일본인과 식민지의 조선인을 동등하게 비교하는 이 책의 기본적인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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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년의 일이다. 늦감자 수확을 앞둔 10월의 어느 날, 아일랜드의 감자밭에 원인모를 병이 돌았다. 잎줄기에는 검은 반점이 피었고, 땅밑의 감자도 검게 썩어 물컹거렸다. 문제는 감자밭만이 아니었다. 8월말에 캐서 보관해둔 햇감자들도 마찬가지로 썩기 시작했다. 이 병은 전염성도 강해서 순식간에 아일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루에 80km 속도로 퍼졌단다.) 한 번 썩은 감자는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거나 잘 익혀서 먹으면 괜찮을줄 알았지만, 아무리 조리를 잘 해도 썩은 감자를 먹은 사람은 틀림없이 설사와 고열에 시달렸다. 내년 농사를 위한 씨앗은커녕 당장 겨울을 날 식량조차 없어진 것이다. 감자 역병은 1847년 8월께부터 겨우 가라앉기 시작했지만 이미 예년의 1/4 수준으로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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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근대 일본에서 서구 과학기술은 오로지 군사기술 측면에서 습득되기 시작했다. ‘의사의 난학’이 ‘무사의 양학’으로 대체됐다지만 ‘양학’은 당시엔 ‘병학’이었던 셈이다. 주된 학습 목적은 어디까지나 기술, 즉 군사기술에 있었고 과학은 기술 습득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학습됐다. 해군 전습소에서는 수학과 물리학도 가르치긴 했지만, 수학과 물리학 자체를 중시해서가 아니라 조선 기술과 항해술 습득을 위한 것이었다. 일본인들은 근대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사회사상과 정치사상이 아닌 과학을 통해 인식했다. 그 과학은 증기로 움직이며 강력한 대포를 갖춘 군함, 다시 말해 군사기술로 구체화됐던 것이다. (21쪽.) (…) 후쿠자와에게 서구에서 태동한 과학 이론의 진리성과 우월성을 담보하는 것은 실제적 응용 가능성과 ..
애플워치5를 샀다. 애초에는 스마트워치를 살 계획이 전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애플워치를 사게 됐다. 스마트워치가 빛을 발하는 여러 순간 중 하나는 운동을 할 때다. 특히 달리기에서 엄청난 빛을 발한다. 그러니 나 역시도, 기왕 비싼 돈 들여 애플워치를 산 걸 굳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플워치를 사고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야아... 이거 진짜 요긴하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스마트워치 구입을 고려할 때 가장 궁금한 점 중 하나는 아마도 거리의 정확도일 것 같다. 실외에서 달릴 때는 암밴드를 차고 달리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거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상 숲이 우거지거나 커브가 많은 길의 경우에는 조금씩 오차가 나기는 하지만 오차의 정도가 크지 않은데다가 정확도 역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