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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밤이든 낮이든 별은 그 자리에서 그 밝기 그대로 떠있건만, 우리는 밤이 되어야 비로소 그 별들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왜냐고. 낮에는 해가 너무 밝으니까. 졸라짱 밝은 거 옆에 있는데, 어떻게 빛이 나겠냐고. 1-2. 개발독재 시기 노동운동의 역사에는 '전태일'이라는 큰 태양이 빛나고 있다. 그 태양의 뒤에는 청계피복노조를 중심으로 한 YH무역 등 비숙련노동자들의 투쟁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면, 설마, 그걸로 끝인가? 당연히, 그럴리가 없다. (전략) 이 책이 소개하는 조선산업 노동자들은, 1960년대에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노동조합운동을 꽃피운 특별한 역사를 지녔으며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장하는 민주적인 국가에 대한 일관된 전망을 분명하게 표현했다. 이들은 일반 사회에서 널리 수용..
1. 이번 소설 선정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라디오와 팟캐스트와 그 외 각종 기타 등등에서 좋은 소설가라고 말들이 자자하기 때문에 선정한 작품 되겠음. 그러고보면 나의 소설책 선정 기준은 거의 전적으로 저자의 이름을 따르는 것 같다. 2. 최근작에서는 그렇게나 욕을 찰지게 잘 쓴다고 하는데, 이건 첫 소설집이라서 그런지 거친 단어들은 거의 안 나온다. 3-1. 실존하지 않는 상황/사건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얼핏 김중혁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김중혁의 상상력이 여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반면, 황정은의 상상력은 무슨 초현실주의 그림 같다. 사람이 갑자기 모자가 된다니, 그게 뭐야 대체. 3-2. 그리고 훨씬 더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이대로 이야기가 계속 흘러간다면 소설 속 이야..
1. 이 책에서 내내 다루고 있는, 육식의 문제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들이야 굳이 여기서 중언부언할 필요 없을 정도니까 생략. 2. 이 책을 읽고 나서 2014년 현재의 우리가 채식을 한다는 것이 육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거나, 육식을 한다는 것이 육식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기계적으로 이해하면 좀 많이 곤란할 것 같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93년이니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미국인들은 신분, 성공, 성취의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쇠고기의 상징적인 힘을 눈여겨보았음이 분명하다. 모국에서는 쇠고기가 귀족과 상인층의 식탁에만 올랐기 때문에 맛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유럽의 이주자들에게는 '지글거리는 쇠고기 스테이크, 육즙이 풍부한 고기 조각, 큼지막한 고깃덩이가....
1-1. 책 읽기를 즐기지만 막상 내 독서리스트를 살펴 보면 의외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역사학 전공자라면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진즉에 다 읽었을 것 같은 E. 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석사과정에 입학하고도 한참 있다가 읽었고, '한국사신론'은 여태 첫 페이지도 들춰보지 않았다. 뭐 그 외에 또 얼마나 많은 고전들을 안 보고 그냥 넘어갔는지 일일이 꼽기도 겁난다야. 1-2. 꽤 오래 전에 형의 책꽂이 꽂혀 있던 것을 처음 본 후로 '총, 균, 쇠'의 명성을 그렇게나 많이 들었지만 여태 사보지도 않았다. 지난 학기였나 환경사 수업을 들으면서 '이번엔 꼭 읽어야지'하고 마음 먹고 나서도 1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이 책을 읽었으니, 아 독서편식 이거 언제쯤 고칠 수 있을라나. 2. 광고문구에 ..
1. 나는 역사학과 평론이, 인간의 (의식적인) 활동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2차 작업이라는 점에서 닮은 부분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의 경우에는 그것의 연구대상이 되는 자연현상이라는 것이 완전히 인간의 의지 밖에 있는 반면, 역사학과 평론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인간 활동의 결과물이다. (물론 뭐... 어거지로 갖다붙인 느낌이 마이 나겠지만... 쫌 이해해주라. 이 정도 밑밥은 깔아줘야 내도 다음 문단을 쓰지.) 2-1. 역사가/평론가의 연구대상이 되는 사건/영화는 사실 누군가의 의도의 산물이라면, 여기서 역사가/평론가의 해석의 범위에 관해 질문을 하나 던져볼 수 있다. 역사가/평론가의 해석의 범위가 창작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것은 타당한가? 하는 뭐 그런 질문. 2-2. 내 글솜씨가 영 엉망이라서 정리..
0. 한 2년 전부터 (그 전까지는 평생 나와는 별 관련 없을 줄 알았던) 영화 쪽과 접점이 많아지는 중이다. 영화를 보는 횟수도 부쩍 는 것은 물론이고, 생애 첫 등재후보지 투고 논문도 영화사 논문이 되었으니까. (물론 내 이름을 올린 게 민망할 정도로 공저자의 역할이 더 큰 논문이었다.) 뭐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 때부터 영화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 이동진에 대한 관심도 그런 맥락 속에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1-1. 인터뷰라는 작업은 얼핏 보면 무척 쉬워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어떤 분야보다 지난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구술사'가 비슷한 분야라고 하겠는데, 재작년에 제대로 된 구술사 프로젝트 한 건 진행하면서 아 이게 정말 장난이..
1. 학기 내내 나는 목이 말랐다.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은 없었다. 다달이 봉급이 통장에 꽂힐 때마다 내 책장도 덩달아 비좁아졌지만,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방학을 하자마자, 그야말로 게걸스럽게 독서에 매달렸다. 공식적으로는 성탄절에 방학을 했으니, 거의 하루에 한 권씩 책을 먹어치웠다. 2-1. 커피에 관한 책들만 얼추 너댓권은 읽은 것 같다. 기말과제를 구한말부터 식민지기까지의 커피와 다방 문화로 잡은 후부터 책을 하나씩 모았고, 과제를 준비하면서는 발췌독을 했던 것을, 방학과 동시에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역시 하고 싶은 주제로 공부하면 몇 배로 즐겁고 재미있다. 돈 안 되는 일이 이래서 좋은 거지. 잘만 하면 논문도 하나 쓸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한 몇 년..
1. 김중혁을 읽고 있으면, 김중혁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것 같다. 속에는 엄청난 개그, 똘끼, 유머, 위트 등등등등을 숨기고 있지만, 아주 엄청 굉장히 친한 사람 아니면 그런 것들 절대 안 보여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속에서는 끊임 없이 머리 속에서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 2. 평소에는 그것들을 속에 차곡차곡 쌓아뒀을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입에서 풀풀 풀어버렸으면 이런 문장 안 나올거라 확신한다. 3. 그나저나 머리말부터 날 사로잡는 책은 또 처음일세. 그의 첫 소설집을 읽었을 때 받았던 놀라움과 재미가 또 오랜만이다. 오예. 내가 이러니까 혁블리를 좋아하는겨. (전략) 노래에 대한 글은, 쓰면 쓸수록 난감하다. 눈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멜로디와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비트를, 글로 써..
1. 천명관 - 고래 지상현씨와 언젠가 홍대에서 한가롭게 노닥거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문학동네에서 하는 카페에서 샀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고, 예전에 빨간책방 1회에 나온 책이라서 냉큼 집어들었다. 일본 출장길에 허겁지겁 다 읽었다. 엄청난 만연체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산만하다는 느낌은 커녕 적당히 잘 부푼 솜사탕 같은 문장이다. 시시때때로 독자에게 말을 걸어가며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참으로 일품이다. 2. 얀 마텔 - 파이 이야기 이 책도 빨간책방에서 다룬 거였는데, 이건 아주 책을 읽을 때까지 빨간책방도 안 듣겠다 하고 뒤로 미뤄뒀다. 거의 하루만에 책을 다 읽고, 집에 와서 영화까지 챙겨본 다음 빨간책방을 들었더니 아주 그냥 재미가 짱짱맨이다. 현실 속에 비현실적인 상황을 배..
1-1. 이 책을 산 이유는 두 가지다. 우연히 발견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페에서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이 책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 첫번째이고, 고교 시절 문학 문제집에서 읽었지만 그 출처는 잊어버리고 말았던 몇몇 문장들이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첫머리임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두번째이다. 그리고 읽다보니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도 언젠가 인상깊게 읽었지만 그 출처를 잊어버렸던 문장들이었음이 기억났다. 2-1. 고교 시절, 나의 환상은 '서울'과 '어른'에 있었다. TV를 통해서, 혹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서울의 친척집에 갈 일이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보고 들었던 '서울'은 (내가 살던 지방 중소도시에는 없는) 다양한 물건들과 사람들과 분위기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