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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한국 사회에서 역사학이 차지하는 위치란 어떤 것일까. 요새 그 고민이 부쩍 커졌는데, 그러다가 해방 이후 한국 역사학의 궤적을 밟아보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나 싶어서 골라든 책. 학문적인 성실함으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저자이므로 믿고 읽었습니다. 2. 저자는 한국의 근대역사학을 제도, 주체, 인식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여기서 제도라 함은 역사를 담당하는 국가기관 혹은 각 대학의 사학과를 지칭하고, 주체라 함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역사학자들의 면면과 그들 사이의 연결망을 지칭하며, 인식이라 함은 그들이 수행했던 역사학의 연구성과 내지는 사관史觀을 지칭한다. 그러니까 한국의 역사학은 그냥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제도와 연줄 같은 물리적인 조건들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1. 예전에 서울에서 살 때는 책을 얼마 이상 살 수 없었다. 기껏해야 원룸이니 책을 보관할 공간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책을 줄여야 했다. 주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줬던 것 같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서울을 나오면서 집도 많이 넓어졌고, 직장에도 책을 보관할 공간이 꽤 넓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최근 1~2년 동안은 정말 공간 걱정 하나도 안 하고 마음껏 책 샀다. (그런데 최근에 또 공간이 좀 부족해지기 시작...;;;) 책 정리법의 핵심은 어쩌면 ‘책 욕심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책을 사들이는 일이 애서가에겐 억누를 수 없는 본능과 같습니다. 이들에게 책 욕심을 버리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겠죠. 책에 대한 욕망을 버릴 수 없다면 내가 가진 공간을 ..
1-1. 나는 덕후였다. 삼국지 덕후. 삼국지 게임도 많이 했고, 시중에 나온 삼국지연의도 버전별로 얼추 다 읽은 것 같다. 어지간한 등장인물의 자(字) 정도는 기본 소양에 속했고 프로필도 어느 정도는 꿰고 있었다. 어찌나 몰입했던지, 책상에 엎드려 자다가도 멀리서 누가 삼국지 이야기만 한다 싶으면 곧바로 눈이 떠지고 막 그랬다. 1-2. 나는 덕후다. 역사 덕후. 대학 진학을 앞두고 ‘평생 해서 질리지 않을 전공을 골라라’는 아버지 말씀에 사학과를 선택한 이후로 지금껏 단 한 번도 역사가 재미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능력부족을 탓한 적은 있어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러고보면 역사학 언저리에서 먹고 사는 지금 처지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재미있는데 보람차기까지하고, 거기에..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3주만에 실외러닝을 했더니겨우 이거 뛰고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실내러닝을 계속했지만, 역시 실외러닝과 실내러닝은 완전히 별개라고 봐도 될 듯. 이래서야 어디 9월 하프코스 출전 목표 달성하겠나. 한편 누적거리 300km 돌파.
6월 13일.59분 59초로 11km 돌파. 마의 11km/h 벽 돌파.기록을 시작한지 꼭 한 달만이다. 기쁘다.
1. 열심히 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책 읽고 공부하고 싶어서 운동 삼아, 그리고 뭔가 좀 달라질까 싶어서 살빼기 삼아. 달리기 와중에 들었던 몇 가지 일들을 메모삼아 기록해 두기로 한다. 2. Nike Run Club 앱으로 달리기를 기록하고 있다. 5월 14일부터 기록했다(그 앞은 그냥 패스...). Nike Run Club 앱은 실외와 실내 러닝을 모두 지원하는데 실외의 경우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암밴드로 차고 달리면, 거리와 시간, 페이스 등을 상당히 정확하게 기록한다. 기록을 충분히 쌓으면 이런저런 보상(그래봐야 온라인으로만 있는 거지만)을 줘서 동기부여에도 꽤 도움이 된다. 차곡차곡 숫자가 쌓이는 걸 보면 꽤 기분이 좋다. 3-1. 문제는 실내. 손에 들고 달리면 실내에서도 거리와 시간, 페이..
0. 연구소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석사과정을 보냈다. 학술대회가 꽤 잦았는데, 소장이었던 교수님은 늘 이렇게 말했다. “학술대회 발표만 다 챙겨들어도 최신 연구서 몇 권 읽은 거랑 진배 없다.” (참고로 그 소장님, 이 책에 실명이 나온다 ㅎㅎㅎ) 그 때만큼 학술발표를 집중해서 많이 들을 일이 없어진 지금은 독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국내외 1급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인 연구와 고민의 결과물을, 나는 불과 몇십 분만에 읽어낼 수 있으니 아니 이보다 남는 장사가 또 어디 있나. 자, 여기 어느 역사학자가 자신의 연구생활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것의 변화과정을 적어놓은 책이 있다. 나는 오늘 또 독자로서 남는 장사를 한다. 1. 역사학자가 자신의 생애와 연구생활, 문제의식을 적어둔 이런 책, 참 좋아..
1. 저자인 엔조 도와 다나베 세이아는 소설가 부부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책을 권해주며 쓴 '교환 서평'... 같은 글인데, 무시무시한 책 제목과는 달리 글을 쓰다가 대판 싸워서 불화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자극적으로 뽑은 제목일 뿐) 2-1.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고 누가 그랬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윤미화의 『독과 도』였던 것 같다.) 저자가 하는 말이 책이라면, 독자가 하는 말은 서평이겠지. 그렇다면 서평을 교환하는 일 역시도 대화일 것이고, 그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2. 그래서 이 책도, 형식적으로는 서평집이지만, 실제 내용은 사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쓴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가, 김..
1-1. 한 며칠 덕희형네 집에 있다가 왔다. 슬슬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갔다. 나름 선물도 하고 그랬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덕희형네에 부탁하고 떠넘긴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뜻한대로 잘 살아야 할 사람인데, 보탬은 못 될망정 짐만 더해주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다. 1-2. 사람키만한 개망초가 비탈에 가득하던 것을 싹 베었다. 베어낸 자리는 호박밭이 될 것이고 베어낸 풀은 다른 밭으로 가서 멀칭하는 데 쓰였다. 그리고 비료를 몇 부대 밭에 뿌렸고, 고추밭 말뚝을 박고, 그 말뚝에 고추줄을 매고, 쉬엄쉬엄 일하다보니 며칠이 금방 갔다. 1-3. 덕희형네 집에 놀러가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밤에 별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루 내내 버스 몇 번 들어오지도 않는 촌구석이라 밤에 별은 무..
1. 한국영화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하위장르인데, 풀어 설명하자면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서부극(웨스턴)이라는 게 워낙에 인기 있는 장르다 보니 이걸 자기 나라 맥락에 맞게 변용한 케이스가 몇몇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만주 웨스턴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웨스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대배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거, 짝퉁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최근에도 만주 웨스턴으로 분류할만한 영화가 종종 나오는데,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나 류승완의 ‘다찌마와 리’ 같은 게 있다. 이 영화들이 묘사하는 만주의 모습이, 아마도 현대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만주의 모습에 가장 가깝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