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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일본 게임 제작사 중에서 '光榮'이라는 회사가 있다. 우리에게는 '코에이(KOEI)'라는 알파벳 표기로 더 잘 알려진 회사인데, 삼국지, 노부나가의 야망, 대항해시대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이 대표적인 킬러 프랜차이즈 되겠다. 하도 오랫동안 시뮬레이션 게임에 집중한 덕분에 수호지, 에어 매니지먼트, 안젤리크 같은 마이너급 프랜차이즈도 꽤 많은 편인데 그 중에 '징기스칸' 시리즈라는게 있다. (일본어 원제는 '蒼き狼と白き牝鹿(푸른 늑대와 하얀 사슴)'.) 1-2. 징기스칸 시리즈 중에서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게 3편인데, '원조비사: 고려의 대몽항쟁'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원래 시나리오 설정은 대몽항쟁기와 한참 차이가 있지만 국내 유통사에서 억지로 로컬라이징을 하는 바람에 뭔가 좀 뒤죽박죽이 되었다..
1-1. 뭐가 그리 바쁜지 하루가 어떻게 가고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고보니 벌써 4월이다. 1-2. 예전에 농활 때였나, 쪼그려 앉아 김도 매고 고랑도 파고 하는 일들이 무엇 하나 몸에 익지 않아서 처음에는 요령도 피우고 언제 끝나나 하고 시계만 쳐다보보게 되지만, 어느 정도 몸이 익숙해지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일에 몰두하다가 문득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보면 아, 내가 이만큼이나 일을 했구나 싶어서 내심 뿌듯하고 막 그랬던 기억이 난다. 1-3. 아직 초짜이고 하는 일도 죄다 서툴러서, 나는 그저 닥쳐 오는 일들만 겨우겨우 넘기는 수준이지만,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서 아 내가 하는 일이 그래도 영 삽질만은 아니었다보..
0. 뭔가 해명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을 때 때마침 그 부분만 북북 긁어주는 것 같은 책을 만나게 되면 그 때 책 읽기의 오르가즘희열 비슷한 걸 느끼게 된다. 알고 보니 나온지 꽤 지난 책인 경우에는 '아, 나보다 먼저 이 고민을 한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반가움까지 더 해져서 희열이 좀 더 커지는데, 재작년엔가 '읽었던 '한중일 인터넷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가 그랬고, 이 책이 또 그렇다. 1-1. 한 2000년 정도를 전후로 해서 'post'나 '탈脫' 같은 접두어가 엄청 유행했던 것 같다. 문사철 전체적으로 다 '포스트모더니즘'부터 해서 '탈식민주의', '탈근대', '탈구축' 등등 하도 말들이 많아서 인문대 앞 주차장에서 발에 툭툭 치이는 게 포스트고 탈이고 막 그랬더랬다. 서구에선 벌써 7..
1. 11시 좀 넘어서 잠들었는데 눈 뜨니 2시였다. 한참을 뒤척뒤척해도 잠이 안 왔다. 3시 좀 넘어서 결국 일어났다. 할 것도 없어서 컴퓨터 앞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십자수를 했고, 모니터에는 UFC 100대 명경기 같은 것을 틀어놓았다. 피떡이 되도록 두들겨 패고 두들겨 맞는 근육남들을 보면서, 김장철 총각김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울하다.
1-1. 정찬 소설 속에서 '현재' 혹은 화자가 몸담고 있는 시간/공간은 늘상 부정적이다.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억압적이고 이해심이 없으며 둘러싼 조건들은 사람들을 억누르기만 할 뿐이라서, 그 모순된 현실은 언제나 부정되거나 극복되어야 할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1-2. 정찬 소설 속에는 대개 시간/공간이 하나쯤 더 등장한다. 액자식 구성 혹은 단순하게 병렬하는 식으로 배치되는 그것은 현재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거나 화자가 놓인 시간/공간을 해석하기 위한 레퍼런스인 경우도 있다. 2. 최근 몇 권의 책에서 정찬은 부쩍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늘었다. '광야'에서 5월 광주를 다룬 것 정도를 넘어서, 이번 소설집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나 용산참사, 굴뚝농성 등을 직접적으로 끌어온다. 꽤 오래 전..
1. 한때는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1인분씩의 하늘과 그늘을 가지고 살고, 딱 그만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나의 하늘과 그늘을 바꾸는 것은 나의 몫이다. 허삼관네 가족은 이날부터 새벽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옥수수죽을 마시고 나머지 시간은 전부 말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침대에 누워서 보냈다. 움직이면 바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오 배가 고파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없이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자며 세월을 보냈다. 허삼관네 가족은 한낮부터 밤까지, 또 밤부터 한낮까지 잠만 자며 그해의 십이 월 칠 일을 맞았다. 그날 밤 허옥란은 옥수수죽을 평소보다 한 그릇을 더, 그것도 훨씬 걸쭉하게 끓였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남편과 ..
1. 헌책방에서 골라든 얇은 소설. 원작은 1964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고 하니 발표되고도 꼬박 50년이 지난 소설이다. 연인이었던 짐이 교통사고로 사망한지 오래지나지 않은 어느 하루 동안 조지가 겪는 일들을, 조지의 시선에 따라 그려냈다...라는 것이 가장 간단한 정리 되겠다. 2-1. 결론부터 말하면 '좋다'. 나는 소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소설의 소설로서의 매무새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주인공 조지가 나랑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감정이입 참 많이 된다. 2-2. 사고로 잃은 연인의 부재에 힘들어하고, 오랜 친구의 술기운을 빌린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한편으로, 미소년 케니에게 은근한 연정을 품지만, 정작 케니에게는 그런 마음이 들킬까봐 소심하게 굴고(서점 장면은 압권이다), 단둘이 만났을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