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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근처에서 순대국을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순대에선 이상한 냄새가 났고, 새우젓도 맛이 없었다. 길바닥에 흔한 게 순대국집인데 정작 순대국 잘 하는 집 찾기가 참 어렵다. 국 자체도 그렇지만, 딸려나오는 새우젓도 맛있는 것 찾기가 어렵다. 새우젓이 그냥 소금에 절인 새우라고만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광역시다. 기분 나쁘지 않게 짭짤하면서도 비린내도 없어야 된다. 후각은 미각에 앞선다. 새우의 비린내가 국밥의 훈기에 실려 올라오면, 첫 숟갈부터 밥맛이 뚝 떨어진다. 2-1. 그리고 광화문까지 꾸역꾸역 올라가서 영화를 봤다.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 홍상수를 좋아한다거나 딱히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보고 싶었을 뿐. 2-2. 아주 작은 극장에는 나를 포함해 여남은..
페이스북에 처음 가입하자마자, 혹시 이 분 모르시냐고 친구 추천을 막 하기 시작했다. 개인정보 입력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내 친구와 동료와 교수님(;;;)이 뜨는지 엄청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보니 메일 연락처에 접근했다더구만. 사용자 허가도 없이 말야.)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뭐 어쨌건 그런 확장성, 개방성 등등을 기반으로 해서 페이스북은 지구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웹사이트 중 하나가 됐다. 그 잘나가는 페이스북도 1등을 못 하는 나라가 간혹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MS워드 대신 한글 쓰는 것처럼, 러시아에서는 브이콘탁테(Vkontakte, 줄여서 VK라고 더 많이 부른단다)라는 게 1등이란다. 한 때 이찬진이나 안철수가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되었던 것처럼, 이 사이트에도 그런 신화가 ..
1. 금요일 밤에 긴급하게 술자리가 잡혔다. 그간 억울한 송사에 휘말렸던 효성씨가 무죄로 확정판결 받은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21세기가 되고도 한참 지난 아직까지 이런 일로 시달려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 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공덕동 족발 골목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부어라 마셔라 하던 끝에 1시가 넘어서야 파했다. 그러고 나는 택시 잡고 어쩌고 하느라 2시 40분 즈음에야 집에 올 수 있었고, 3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2. 그러고 눈을 뜨니 12시. 중간에 두세번 정도 고양이 때문에 깬 것 같기는 한데, 그걸 감안해도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시원하게 날려먹을 줄은 몰랐다. 일어나니 고양이 두 마리가 벌써 내 옆에 웅크리고 자고 있다. 요놈들 보게요. 이제는 집사 잠자리까지 넘보는 ..
1. 요 며칠 동안 진짜 많이 잔다. 10시 좀 넘으면 곧장 잠들었다가 5~6시까지 줄창 잔다. 중간에 깨는 경우도 별로 없고, 꿈도 거의 안 꾼다. 정말 잘 잔다. 좋다. 2-1. 어제는 급기야 게임도 했다. 몇달씩 손도 안 대고 있었던 플스에 쌓인 먼지와 고양이털(...)을 털어내고 게임을 잠깐 했는데, 아따 재미있드마. 2-2. 모름지기 게임이란, 쉽고 단순해야한다는 내 철학에 상당히 잘 맞는 게임이라 하겠다. 길 찾고, 어쩌고 복잡한 거 없다.그냥 때리고 죽이고 아이템 먹고 그러는 게임이 장땡이지. 메트로이드... 그런 게임은 안 된다. 3-1. 만 2년을 훌쩍 넘긴 '통통통의 태티서' 프로젝트는 또 다시 새로운 작당을 시작했다. 전적으로 구성원들의 공명심과 명예욕에 기초한 프로젝트임을 어쩔 수 ..
1. 지난 주까지 좀 바빴다. 바빴다고 하면, 너님이 야근이 있길 하냐 주말근무가 있길 하냐 바쁘긴 개코가 바쁘냐 라고 할 혹자도 있겠으나, 아무튼 바쁘고 스트레스 받고 하긴 했다. 그리고 그 '바쁨'과 '스트레스'가 엉뚱한 곳으로 튀어서 의외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2.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큰 걱정을 덜어내고 나니 이제서야 주변 상황이 눈에 좀 들어온다. 상현씨와 함께 쓰기로 한 글은 결국 상현씨가 자기 몫을 쓰고나서도 한 달이 훌쩍 지나고서야 그나마 완성이 됐다. 좋건 나쁘건 어쨌거나 마침표를 찍었다는 게 제일 큰 의의겠지만은, 나 스스로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주변의 피드백도, 급하게 써서 그런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글이 좀 밋밋하면서도 불친절한 것 같다는 반응이 다수. 한 며칠 돌아보지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 뭐 그냥 읽기만 하는 일이라면 별로 안 어렵겠지만, '독서'라는 말의 의미를 어떤 책의 시종始終을 일관하는 하나의 고갱이를 끄집어내는 동시에 그 곁가지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그걸 다시 자기의 세계관으로 녹여내는 과정을 전부 지칭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그건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전문분야를 다룬 책이면 더 그렇다. 어떤 사람이 '독서근육'이라는 말을 썼던 것처럼, 여기에는 재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살다보면 (또래에 비해) 독서를 참 잘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물론 타고난 재능의 영향이 완전 0은 아니겠지만서도, 그런 사람을 보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책도 열심히 읽고 생각도 많이 하고 메모도 많이 끄적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독서..
0. 다른 것보다, '시바 료타로'라는 이름은 볼 때마다 어감 참 묘하다. 그럼 저 양반은 평생동안 어머니한테는 "밥 먹어라, 시바야", 친구한테는 "반갑다, 시바",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잘 부탁드립니다, 시바 선생님" 이런 말 들었단 건가. 1. 계속 되는 '일본 우경화' 공부 시리즈. 이번에는 대전기 군국주의의 발원지가 어디인가를 찾아보기 위해 고른 책 되겠다. 일본 근대사를 이해하는 간단한 틀은, 메이지유신-청일전쟁-러일전쟁-중일전쟁-2차 대전 뭐 이런 식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그래프로 그리면 피라미드 형태로 상승하다가 하강하는 뭐 그런 단순한 그래프. 그런데 이 책은 재미있게도 1차 대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2-1. 러일전쟁의 여순전투가 묵묵히 전진하는 보병들에 힘입은 승리였다면, 1차 ..
1. 나도 도망치고 싶다고. 꼭 패러글라이딩 아니어도 되고, 보트 안 타도 되니까 도망치고 싶다고. 질질 끄는 발소리가 엘리베이터 밖으로 멀어졌다. 통 밖은 고요해졌다. 고요한 만큼 불안했다. 불안한 만큼 안달이 났다. 머릿속의 갈등은 점점 격렬해졌다. 차라리 자수해버릴까. 그랬다간 꼼짝없이 이발사한테 끌려갈 텐데. 내친 김에 세탁장까지 가? 거기라면 숨을 곳이 있을까? 불현듯 집채만 한 세탁기에 내던져져 세제를 뒤집어쓰고 휙휙 도는 내 몸뚱이가 떠올랐다. 뜨거운 물을 쏟아부어 헹구고, 고속회전으로 비틀어 짜고, 압착해서 고열 소독하면 물똥이...... (p. 39.) 놈이 내게 말을 걸어온 건 고등학교 2학년 가을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두어 달쯤 됐을 때였다. 처음엔 놈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1-1. 요 몇 년 사이 일본사회의 우경화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작금의 일본 사회를 두고 '우경화'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1.5당 체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민당이라는 보수정당의 독식체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의미있는 좌파 운동이 부재한 일본 사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오른쪽으로[右] 기울어진[傾]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작금의 일본 사회가 새삼스럽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기보다는, 오른쪽 끝까지 우르르 쏠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까지 풀려버렸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1-2. 사회가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는 말은, 사회 전체를 오른쪽으로 끌어당기는 모종의 합의 같은 것이 있다는 것으로도 유..